허슬똑띠 2022. 5. 13.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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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낙비 쏟아지듯 살고 싶다 (용혜원)

 

여름날 소낙비가 시원스레 쏟아질 때면

온 세상이 새롭게 씻어지고

내 마음까지 깨끗이 씻어지는 것만 같아

기분이 상쾌해져 행복합니다.

 

어린 시절 소낙비가 쏟아져 내리는 날이면

그 비를 맞는 재미가 있어

속옷이 다 젖도록 그 비를 온몸으로 다 맞으며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흠뻑 젖어 드는 기쁨이 있었기에

온몸으로 온 몸으로

다 받아 들이고 싶었습니다.

나이가 들며 소낙비를 어린 날처럼

온몸으로 다 맞을 수는 없지만

나의 삶을 소낙비 쏟아지듯 살고 싶습니다.

신이 나도록

멋있게

열정적으로

후회 없이 소낙비 시원스레 쏟아지듯 살면

황혼까지도 붉게붉게 아름답게 물들 것입니다.

사랑도 그렇게 하고 싶습니다.

 

우산 속으로 비는 내린다 (함민복)

 

우산은 말라가는 가슴 접고

얼마나 비를 기다렸을까

비는 또 오는 게 아니라

비를 기다리는 누군가를 위해

내린다는 생각을 위하여

혼자 마신 술에 넘쳐

거리로 토해지면

우산 속으로도 빗소리는 내린다

 

정작 술 취하고 싶은 건

내가 아닌 나의 나날인데

비가 와 선명해진 원고지칸 같은

보도블럭 위를

타인에 떠밀린 탓 보단

스스로의 잘못된 보행으로

비틀비틀 내 잘못 써 온 날들이

우산처럼 비가 오면

가슴 확 펼쳐 사랑 한 번 못 해본

쓴 기억을 끌며

나는 얼마나 더 가슴을 말려야

 

우산이 될 수 있나

 

어쩌면 틀렸는지도 모르는 질문에

소낙비에 가슴을 적신다

우산처럼 가슴 한 번

확 펼쳐보지 못한 날들이

우산처럼 가슴을 확 펼쳐보는

사랑을 꿈꾸며

비 내리는 날 낮술에 취해

젖어오는 생각의 발목으로

비가 싫어 우산을 쓴 것이 아닌

사람들의 사이를 걷고 또 걸으면

우산 속으로도 빗소리는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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