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스토리

탄화수소는 카로틴 같은 색소의 형태로 나무와 식물에도 존재한다는 사실이라는 점이다. (운명은 숙명이 드리우는 오묘한 그림자(제7회))

허슬똑띠 2023. 1. 31.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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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줄위에 춤추는 무서운 악연의 끝은?

 

 

신기루처럼 나타났다 사라진 오일플랜트(계속)

 

그가 미국에 온지 얼마 되지 않은 날 주위사람들의 권고로 한인회에 참석하였을 때 함께 자리한 사람으로부터 미국사회 전반에 걸친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미국사회가 개인적인 발전의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좋은 곳이기는 하지만 그와 함께 이민자들을 배척하는 단체들이 눈에 띄지 않게 활동하는 사회이기도 하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아주 중요한 순간 보이지 않게 마수를 뻗어 올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할 것이라고 신신당부했다. 그 중에서도, 비밀에 쌓여 있지만 알게 모르게 세계 곳곳에 막강한 힘을 미치고 있는 단체가 가장 주의할 대상이라고 하면서 냅킨에다 살짝 표상을 그려 보였다. 그것은 통상 'K+'라고 불린다는 것이었는데 협박장에 그려진 것이 바로 이것이었던 것이다.

 

화를 내며 협박장을 꾸깃꾸깃 뭉쳐 휴지통에 날려버리기는 했지만 마음은 다급해지기 시작했다. 곧바로 그를 도와주던 연구원에게 연락했다. 만나기로 약속한 다음 그의 연구 자료를 외장기기에 옮겨 담고 연구에 쓰던 컴퓨터를 모조리 박살내었다. 그 밖의 자료들도 모두 가방에 쓸어 담은 그가 부리나케 집을 나섰을 때 날이 저물면서 잔뜩 일그러진 잿빛 하늘에서는 조금씩 빗방울이 듣기 시작 했었다.

연구소로 달려가서 그 연구원에게 그것을 맡겼다. 아주 중요한 일이 생겨 당분간 멀리 떠나있을 텐데 그 동안 잘 보관해 달라며 신신당부를 하고 연구소를 떠났다. 그 연구원은 영문을 몰라 했지만 그는 더 이상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

 

연구소를 떠날 때는 빗방울이 상당히 굵어져 있었고 날이 어두워지면서 점차 폭우로 변해갔다. 그가 연구소를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차 한대가 계속 그를 추적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아차 하고는 이내 전속력으로 내빼기 시작하였다. 당초 작정했던 방향과는 다른 곳으로 가다가 샛길로 빠져 추격을 따돌리려 했었다.

 

그의 기술개발이 상당한 진척을 보이고 있을 때 그가 협조를 받던 연구소를 통하여 이에 대한 정보가 모 집단에 흘러들어 갔다. 이 집단은 자신들의 정체를 전혀 드러내지 않으면서 알게 모르게 세계 경제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데 강유영의 기술도 중요한 수단으로 간주하여 이를 주목해왔었던 것이다.

그러나 극단적인 방법을 동원하여 이 기술이 담긴 외장하드장치를 입수하였지만 결과는 아무것도 없었다. 저장된 자료를 확인하기 위하여 그것을 컴퓨터에 연결하는 순간 불꽃을 번쩍 튀기며 순식간에 녹아버리고 말았다. 고약한 냄새가 온 실내를 진동하였다.

그들이 원인을 파악해보니 강유영이 그것을 연구원에게 넘기기 전 특별한 장치를 해두었고 이를 해제하는 절차 없이 전원을 연결하면 그대로 녹아내리도록 했었던 것이다. 이렇게 해서 인공석유물질을 배양해 내는 석유식물의 개발은 끝내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고 그대로 묻히고 말았다.

 

아버지와의 대화

 

아버지가 감옥에 있을 때에 수시로 면회를 갔었던 유라온은 아버지의 의견을 따라 대학에 진학해서 전공할 분야를 결정했다. 그러면서 아버지에게 면회 갈 적마다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옥살이하면서도 끊임없이 공부했었던 것을 가르쳐주는 것을 꼼꼼하게 기록해가면서 앞으로의 연구에 대비하고는 했었다.

그는 아버지가 세상을 뜨고 난 뒤 한때 심한 좌절감과 회의감으로 방황했지만 아버지가 어떻게 해서 그런 상황에까지 몰리게 되었는가를 알고 나서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언가를 확연히 깨닫게 되었다. 의지를 불태워가며 그 뒤에도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연구 자료를 바탕으로 꾸준히 연구에 정진했다. 대학교 연구실에서의 반복적인 실험은 그의 연구에 가속도를 붙게 해주었다. 실험결과를 기초로 하여 그는 차츰 독자적인 기술개발에 몰입해 갔다.

그러나 화석연료인 천연석유를 이루고 있는 구성 물질을 인공적으로 추출해내는 기술의 연구는 박테리아 연구에서도 그러했듯 녹녹하지 않았다. 앞으로 나아갈 듯이 하다가도 고물차의 엔진이 풀썩거리다가 꺼져버리듯 하기 일쑤였다. 그럴 때마다 그는 아버지와 나눈 이야기들을 되새겨보고는 하였다.

 

"우리는 석탄이나 천연가스 그리고 석유는 식물이 지층에 묻혀 오랜 세월에 걸쳐 높은 온도와 압력을 받아 생겨났다고 추정한다. 그래서 통상 화석연료라고 한다는 것은 지난번에도 얘기한 적이 있었지?

그럼 이번에는 석유와 같은 화석연료의 주요 구성성분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주된 것은 탄화수소인데 이것은 탄소와 수소 두 원소만으로 이루어져 있는 유기화합물이야. 탄소 원자가 서로 결합해 화합물의 뼈대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수소 원자는 많은 다른 형태로 탄소에 결합되어 있지. 이와 같은 결합 형태는 단순하다고 느낄지 모르지만 앞으로 진행하게 될 연구의 기본 바탕이란 점을 항상 머릿속에 담아두어야 할 것이다."

 

"저도 석유라는 것이 화석연료라고 배웠기 때문에 그게 당연하다고 여기고 있었는데요, 그런데 어느 책을 보니 토마스 골드라는 과학자가 '탄화수소가 화석연료가 아니라 원래 지구 조성 물질'이라고 주장한다는 글이 써져 있더라고요.

그가 그렇게 주장하는 이유가 열 가지도 더 넘는 것 같은데, 읽어보면 그 논리들이 모두 맞는 거 같아요."

"그래! 그의 주장에도 상당한 일리가 있다고 본다. 나도 그의 의견에 동조하는 부분도 많이 있단다. 그러나 아무리 합리적인 반박이론을 내세운다 해도 가설에 지나지 않을 거라 나는 확신했단다.

우리는 가끔 어떤 논리나 주장을 놓고 이것은 ‘절대불변의 진리’ 다라고 지레 단정하고서는 더 이상의 의구심을 품지 않으려는 경우가 허다하지. 그러나 이러한 맹신은 사람의 창조의지를 꺾어버리는 독약일수도 있다고 아빠는 판단한다.

내가 주목한 것은, 탄화수소가 화석연료의 화학적 성분이기도 하지만 이것은 또한 당근과 푸른 잎에서 발견되는 카로틴 같은 색소의 형태로 나무와 식물에도 존재한다는 사실이라는 점이다.

이런 점을 좀 더 공격적으로 받아들인다면 말이야 식물을 이용해서 탄화수소를 인공적으로 충분히 만들 수 있다고 생각되는데, 사실… 뛰어넘어야 할 장애들이 도처에 숨어 있다가 수시로 고개를 치켜들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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