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스토리

초능력이란 것은 거의 대부분 선천적으로 갖고 태어나는 것이 아닌가요?(운명은 숙명이 드리우는 오묘한 그림자(제11회))

허슬똑띠 2023. 2. 5.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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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줄위에 춤추는 무서운 악연의 끝은?

 

단(丹)

 

이렇게 해서 다솜은 전통적인 '단(丹)'의 세계에 입문하게 되었다. 정신수련의 방법으로 단학(丹學)이라는 것과 이를 지도하는 단학선원 등에 대해 얘기들은 적은 있었으나 큰 관심을 두지 않았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그다지 흥미 있게 다가오지 않았으나 점차 단우공으로부터 전해오는 정신적 무게감이 강렬해지면서 그의 말에 집중하게 되었고 이내 자신도 모르게 그의 말에 깊이 빠져들게 되었다.

"요즘에는 단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수련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많지요. 우리의 전통적인 정신수련방법이 보편화되는 것은 좋은 현상입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단이라는 것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다소 허무맹랑한 도술(道術)의 아류로 취급하는 경향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 아쉬운 점이지요.

우리에게는 아주 오래 전부터 끈끈하게 전해 내려오면서 우리 자신들을 지켜주었던 고차원의 정신세계가 있었다는 것을 많이들 잊고 있어요.

그 당시 민간 속계에 자주 오르내리던 말로서는 축지, 장풍, 둔갑, 도술, 투시라든가 관심술(觀心術), 예지 등이 있었는데 이제는 이런 말들을 미신적 것 또는 무술적인 것으로 치부하여 세간의 관심에서 멀어진 것은 두 분도 잘 아실 게요.

더구나 축지, 장풍, 둔갑과 같은 말은 무협소설 속에서나 나오는 것으로 치부하고 있지요.

이와 같은 통탄할 일이 번지게 된 것은, 상상할 수 없는 경지에 이르렀던 분들이 속계(俗界)의 아비규환 같은 상황에 잘못 관여했다가 오히려 불행한 결과를 초래하는 것을 우려해서 들어내 오지 않았던 것에도 잘못은 있어요.

다만 전설처럼 내려오는 그분들의 초능력은 칼과 같은 것인지라 잘못하면 남을 해칠 수도 있고 자신을 벨 수도 있었기 때문에 은인자중으로 일관했을 수도 있습니다. 또한 직접적으로 그 능력을 세상사에 완벽히 적용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라는 것은 이해하셔야 합니다."

 

"송구스럽지만 그렇다면 아무리 뛰어난 경지에 이르렀다 해도 무용지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만."

윤다솜이 아쉬운 듯 의견을 피력하자 단우공은 고개를 끄덕였다.

"누구보다도 높은 경지에 올랐었던 중국의 제갈량도 유비의 삼고초려로 할 수 없이 속세에 발을 담그게 되었던 것은 잘 알고 계시지요?

남들이 보면 도술이라고 할 만한 초능력으로 어려운 난관을 헤쳐 나갔으나 끝내 자신이 보필하던 유비의 꿈을 성사시키지는 못하였습니다.

그래서 혹자는 아무리 도술을 부릴 줄 알고 초능력이 있다 하더라도 모든 현상을 자기 마음대로 주무를 수는 없으니 별 소용없는 것 아니냐 라고 하겠지요.

허나 초능력이 있다고 해서 일상적인 속세의 사람들을 모두 자신이 원하는 대로 부릴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또한 아무리 자신이 아주 높은 정신적 경지에 이르렀다고 자부한들 그와 같은 정도의 능력자가 또 존재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지 않겠어요?

그리고 그런 존재 여부를 떠나 이 대자연은 수없이 많은 오묘한 힘들의 역학(力學)에 의해 움직여지는 것이기 때문이라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주어진 때입니다. 때를 제대로 못 만났다는 말들을 하고는 하지요. 이는 범인들에게만 통하는 것은 아닙니다. 초정신세계의 경지에 이른 존재들에게도 마찬가지이지요. 바로 그런 분들에게는 엉뚱한 시기가 스스로에게 비수를 들이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스스로를 감출 수밖에 없게 되는 거지요.”

“그렇다면 언제 그들에게 그 때가 주어지겠습니까?”

윤다솜이 다시 묻자 단우공은 잠시 열려진 문밖을 바라보다 말을 이었다.

"당연한 의문입니다. 이미 열리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우리가 통상적으로 말하는 시간이라는 것은 과거, 현재, 미래의 순서를 지키며 일자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고 메비우스 띠처럼 끝이 없이 돌고 있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합니다. 마치 천궁에서 별들의 운행이 일정한 시기를 반복하듯이 말입니다. 그런데 속계에서의 시기는 아주 짧기 때문에 그 사이에서 수없이 많은 반복을 되풀이 한다고 보면 됩니다.

조금 전에 얘기했던 것처럼 우리는 불과 50여 년 동안, 오로지 물질세계에만 집념하도록 유도하는 엄청난 격랑이 우리 속계를 휩쓰는 바람에 전통적인 정신세계를 부질없는 저급신앙정도로 치부해버리고 마는 우를 범해왔습니다.

과학사상 그 자체는 정신세계보다 전혀 위상이 드높은 것은 아닌데도 마치 이게 우리가 전혀 경험해보지 못했던 신세계를 열어주는 것이라는 착각에 지나치게 사로잡힌 결과이지요.

그러나 시간은 돌고 돌아온다는 사실을 말했듯이 지레 실망할 필요는 없어요. 이제 서서히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고 있으니까요.

특히 주술이나 미신으로 치부했던 예지나 관심술, 투시라든가 염력이라는 초능력에 대한 인식도 변화되었을 뿐만 아니라 이를 응용하여 과학적으로 접목시키고자 하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으니까요."

 

"말씀 도중에 죄송합니다만 초능력이란 것은 거의 대부분 선천적으로 갖고 태어나는 것이 아닌가요?"

다솜이 송구스러운 듯 또 묻자 좋은 질문을 했다면서 단우공이 말을 이었다.

"물론 선천적인 경우도 있어요. 근래 들어 인구에 회자(膾炙)되는 것들의 대부분은 이들이지요. 그러나 초능력을 천부적으로 갖고 태어나는 경우는 사실 그리 많지 않아요. 오히려 예로부터 정신수련을 통해 후천적으로 배양한 사람들이 셀 수 없이 많다는 것은 기록에 많이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수련을 통한 초능력은 단순히 태생적인 것보다는 비교할 수 없이 경지가 아주 높다는 게지요.

그러므로 전설적으로 내려오는 초능력자들의 초정신세계를 통한 기행을 폄하하지도 말고 또한 오로지 그것에만 집착하지 않고 정신수련 자체에 집중한다면 다솜양이 부족하게 느끼는 부분을 채울 수 있을 겁니다. 다만 유의할 것은 자신의 어리석음을 제(除)하지 못한 채 원하는 경지에 이른다 해도 기껏해야 타인을 악의 구렁텅이로 유인하는 요괴와 같은 존재에 지나지 않게 된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나만 진지하게 받아들인다 해서 이 세상이 뭐가 달라지겠냐는 생각은 아예 정신의 영역에 발을 들여놓지 않도록 하세요. 느껴지지 않는 속도라도 내가~ 그리고 네가~ 스스로 행동하면서 실천에 옮긴다면 결국 모두의 마음속에 가득하게 될 것이라는 마음의 확신을 가져야 한다는 겝니다. 그러니 이 점을 명심하고 정진해 봅시다."

다시 말을 중단하고 두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보듯 바라보던 단우공은 다음과 같은 말로 그 날 대면의 끝을 맺었다.

"단을 수련하는 데에는 때와 장소가 필요치 않아요. 가끔씩 나와의 대화시간을 가지면서 내가 가르쳐주는 방법대로 어느 때나 어느 장소에서나 수련에 임하면 되는 겁니다.

나는 선휘군이나 다솜양 같은 분들이 단에 대해 정확이 이해하도록 함은 물론 체계적으로 수련에 정진하여 진정한 초정신세계의 정수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습니다.

더 나아가 이제는 시기가 우리에게 점차 크게 열리고 있으니까 두 분 자신이 터득한 좋은 지혜를 적절하게 사용하게 함으로써 속계를 정화해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나의 사명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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