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스토리

연구가 완료될 때까지 해당 기술은 물론 개발당사자에 대한 철저한 보호를 결정하다. (운명은 숙명이 드리우는 오묘한 그림자(제13회))

허슬똑띠 2023. 2. 7. 0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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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줄위에 춤추는 무서운 악연의 끝은?

 

불청객

 

불안감이 그대로 적중되었다는 것이 역으로 그를 평온하게 만들었다. 사장과 악수하면서 그의 애매모호한 답변은 다분히 창준을 의식한 것 때문이라는 것을 느꼈었기 때문에 아예 연락은 기대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오히려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거실 소파에서 비교적 가벼운 내용의 책을 읽고 있었다. 그러다가 잠의 여신이 유혹하는 대로 은은한 향기에 쌓인 황홀한 세계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을 때 이를 시샘하는 요정의 피리소리가 들렸다.

 

그러자 고요한 수면에 비치던 아름다운 풍경이 물위로 떨어진 작은 한 조각 꽃잎으로 인해 마구 일그러지듯 환상의 세계가 깨져버리면서 깊은 아쉬움을 남기며 사라져갔다. 피리소리는 초인종에서 나는 것임을 잠시 망각했던 그는 정신을 차리고 일어섰다.

문을 열자 서류가방을 든 30대 중반의 남자가 그를 보며 명함을 내밀었다. 전혀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었는데 그 뒤편에 중년의 남자가 다소 거만한 태도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명함을 다시 확인해 보니 그들은 C그룹 기술연구소에서 방문한 사람들이었다.

 

거실에 앉아 차를 마시며 서류가방의 남자가 유라온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자기의 친구가 B창투사 임원으로 있는데 그가 며칠 전 전화를 해왔다는 것이다. 그는 바로 유라온으로부터 사업계획의 내용을 들은 임직원 중의 한 사람이었다. 창투사 직원들은 유라온의 개발기술에 대해 매우 높은 평가를 내렸고 사업추진 가능성 및 수익성도 아주 양호한 것으로 판단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사장은 생각이 전혀 달랐다. 지금까지 인공석유를 만드는 기술을 개발하고자 하는 시도가 많은 과학자들 사이에 있어왔지만 번번이 실패하였다는 것이다. 이는 근본적으로 화석연료라는 것이 단지 몇 년 만에 생성될 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것을 증명한다고 본다는 것이었다.

 

결국 창투사에서 그의 사업계획 수용은 기각이 되었는데 아무래도 이 결정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한 자신의 친구가 자기에게 제안을 해왔다는 것이다. 전반적인 얘기를 들은 그 역시 똑 같은 생각을 했기 때문에 즉각 그룹의 기술부문 임원에게 이를 보고하였고 긍정적인 반응을 얻어내서 기술개발 당사자인 유라온을 방문하게 된 것이라 했다.

유라온이 이들의 제의에 선뜻 답변을 하지 못하고 망설이고 있는데 그는 그의 상사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이자 회사의 안을 제시했다. 그의 기술에 대해 자체적으로 검토해 본 후 기술이전을 해주는 대가를 적절히 보상할 것이며 만일 당사자가 원한다면 기술연구소에 일정한 직책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유라온은 혼자서 결정할 일이 아니라 판단되었다. 고심 끝에 그들의 제안에 감사한다는 말과 함께 일주일의 시간을 달라고 하면서 그들을 돌려보냈다.

 

전기(轉機)

 

그들이 돌아간 뒤에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 문득 이 기술이 블러드 다이아몬드와 같은 문제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아버지의 말이 떠올랐다. 지금껏 자신이 기술개발에만 몰두해왔었기 때문에 이와 같은 파장에 대해서는 완전히 잊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단순하게 자신만의 힘으로 상업적 생산을 해보자는 생각에 치우치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대승적 판단을 그르쳤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완벽하게 개발을 완료한다면 그 순간부터는 더 이상 개인 것이 아닌 공공의 자산이지 않느냐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창준에게 이런 뜻을 밝히자 그는 그렇지 않아도 정부의 연구기관과 협력하는 방안을 찾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참이라고 했다. 서로의 마음이 일치함을 확인한 두 사람은 함께 이를 이해하고 진심으로 관리해줄 해당 정부부처 사람들과 만나기로 했다.

그러나 그들 역시 대단한 아이디어라면서도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바람에 결국 큰 성과 없이 돌아왔다. 그래도 유라온은 실망하지 않았다. 큰 발견은 이를 받아들이는 이해의 시간이 필요 한건지도 몰랐다. 원점으로 돌아간 그는 100% 완성한 다음 다시 시도해보기로 했다.

 

다시 마음의 여유를 챙기고 나서 부가기술 부분에 대한 보충연구를 시작했다. 탄화수소의 추출시간을 급격히 단축하는 문제가 남아있기 때문에 기술상 문제의 본질이 완전히 껍질을 벗은 건 아니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에 차 있었다. 엉뚱한 시련과 착오가 오히려 그를 더 알차게 만든 것인지도 몰랐다.

부가기술이라는 것은 천연 화석연료의 연소 시 배출되는 일산화탄소의 문제를 인공석유에서는 최소화하는 것과 식물에서 탄화수소를 추출하면서 부수적인 생산물을 배출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즉 양치식물의 생장에 크게 소요되지 않으면서도 식물체내에 자연적으로 함유되는 물을 완전히 정수시켜 별도로 추출, 식수자원화 하는 것이었다.

 

이 연구에 정신을 집중하고 있을 때 창준에게 다시 연락이 왔다. 정부부처에 근무하고 있는 친척 한 분이 대단히 흥분하면서 그런 일이 있으면 자기에게 얘기할 것이지 왜 엉뚱한 데를 돌아 다녔냐고 자기를 혼내더라는 것이다.

처음에는 그냥 그저 그런 제스처이겠거니 생각하며 쓴 웃음으로 대화를 끝냈는데 얼마 후 창준과 그 친척이라는 정부부처 사람이 함께 그를 찾아왔다. 그는 아주 진지하게 그가 보여주는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다 듣고 박테리아의 보존 상태 등을 확인한 다음 그에게 다시는 엉뚱한 짓 하지 않도록 신신당부하면서 돌아갔다. 그 때까지만 해도 유라온은 과연 그 분이 그만한 위치에 있고 그럴 능력이 있겠느냐 반신반의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의 의구심이 빗나갔다. 이계기로 정부의 해당부처에서 신속히 관련 조치가 진행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우선 유라온이 독자적으로 개발하던 인공석유 관련 기술이 완성단계에 있으며 몇 가지를 보완하면 빠른 시일 내에 상업생산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또한 이 기술이 전 세계적으로 얼마마한 파장을 초래할 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는 판단 하에 국가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무엇보다도 비산유국인 우리의 입장에서는 국내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상상을 불허하는 수준일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의 연구 지원을 위해 적지 않은 정책자금이 긴급하게 배정되었고 국가연구기관에 그가 독자적으로 연구를 할 수 있는 별도의 연구실을 제공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의 기술연구가 완료될 때까지 해당 기술은 물론 개발당사자에 대한 철저한 보호를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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