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스토리

그 주변에서 기가 발산되는 것을 느끼고 급하게 이를 숨겼던 일이 있었다.(운명은 숙명이 드리우는 오묘한 그림자(제19회))

허슬똑띠 2023. 2. 14.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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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줄위에 춤추는 무서운 악연의 끝은?

 

수사 공조

 

제임스는 일행과 함께 공항을 벗어나 도심으로 향할 때 완전히 변한 서울의 모습에 놀랐다. 태어나고 자란 곳이기는 했지만 설렘보다는 낯설다는 느낌이 더 크게 다가왔다. 빛바랜 오랜 사진과도 같은 추억의 갈피가 희미하게 떠오르자 약간은 불편한 긴장감이 그를 에워쌌다.

그들은 호텔에 도착하여 짐을 정리한 다음 한국의 담당책임자를 만나고 싶다는 뜻을 전해왔다. 그리하여 제 삼의 장소에서 제임스를 비롯한 국제범죄수사대요원과 윤경위를 포함한 특수수사대 요원들이 만나게 되었다.

제임스는 인사를 나눈 뒤 한국 측 요원들에게 비보이라는 인물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면서 그를 체포하는 데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또한 자신들은 그가 한국에 온 목적이 인공석유기술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 판단한다고 했다. 그는 그림자와 같은 존재로서 아무리 철통같은 경비를 하고 있는 장소라도 손쉽게 침투하는 능력을 지녔기 때문에 모든 가능성을 설정하여 철저히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의 침투를 막음과 동시에 그를 잡기 위해서는 자신들도 한국요원들과 합세하는 것이 좋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윤경위가 제임스를 대면했을 때 전형적인 이민 2세로서 나름 강단이 있다는 느낌 외에는 특별한 것은 없었다. 그의 말이 끝나자 그녀는 그들이 유라온을 보호하는 일은 최고 책임자와의 협의 후 알려주기로 하고 보다 세부적인 합동작전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다.

 

윤경위는 그들과 협의하고 난 뒤 본부로 돌아오면서 이번 일이 쉽게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는 막연한 불안감이 피어오르고 있음을 느꼈다. 한 번도 대적해보지 못한 보이지 않은 적을 방어한다는 것은 아무런 장비를 갖추지 못하고 캄캄한 어둠 속에서 자신을 훤히 들여다보는 적을 상대하는 것과 다름없지 않은가?

제임스에 대해서도 그랬다. 그를 처음 대면한 때에는 딱히 이거다 할 만한 것이 집히지 않았지만 그의 얼굴을 떠올리며 집중해보면 해볼수록 신뢰성이 가지 않았다. 그것 역시 상당히 찜찜했다.

본부에 도착한 그녀는 팀장을 만나 제임스의 제안을 보고하고 자신의 생각도 얘기하면서 경비인원을 두 배로 늘려줄 것을 요청했다. 팀장은 아무리 국제범죄수사대라고는 하지만 유라온이 아주 특별한 인물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그의 위치를 알려준다는 것은 그만큼 위험성이 커진다면서 고민하기 시작했다.

윤경위가 요청한 경비요원의 증원은 즉각 조치하였지만 제임스의 협조 요청 건은 그 역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윗선에 보고한 후 지시를 기다리기로 했다. 그녀가 팀장 방을 나간 후 1분여도 채 안되어 그에게서 연락이 왔다. 즉시 제임스와 요원들을 안내하여 그곳으로 가서 전반적인 보호대책을 논의하라는 지시였다. 그러면서 대장으로부터 왜 즉각적으로 제임스의 요청을 수락하고 협력체제에 들어가지 않느냐는 힐책이 떨어졌다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들으면서 윤경위는 팀장이 씁쓰레한 표정을 짓는 모습을 떠올렸다. 그러나 어째든 나라의 전 분야에 걸쳐 엄청난 영향력을 미칠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그들의 협조가 미덥기는 하지만 부담스러운 것은 아닐 수도 있었다. 위협을 가하는 존재에 대한 모든 정보는 그들만이 소유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날 저녁 윤경위는 제임스 일행과 함께 안가로 왔다. 그들은 안가의 전반적인 대응태세를 확인한 후 이 정도면 안전할 것 같다는 말을 하고 떠나갔다. 본국 본부로부터 받은 정보를 토대로 원거리에서부터 비보이의 행적을 파악해보기로 했기 때문이다.

 

비보이의 공격

 

몇 차례 안가를 유심히 관찰하던 비보이는 ‘업무’를 결행하기로 작정했다. 그는 자기에게 의뢰한 일을 ‘업무’라고 표현했다. 걸어서 계속 살펴보았던 자리까지 온 다음 안가의 불빛을 방향삼아 어두운 숲길을 최대한 소리를 죽여 가며 헤쳐 나갔다. 풀벌레 소리가 끊어지는 듯 이어지는 사이 벽돌담장에 도착한 그는 거기에 몸을 바짝 붙이고 내부의 동태를 확인했다. 기민한 동작으로 담장을 넘어 안으로 들어서서 건물로 침입하려던 그는 깜짝 놀라 바닥에 바싹 엎드렸다.

내부 어디인가에서부터 느껴지는 강한 기가 그에게 경고음을 울렸기 때문이다. 급히 자신으로부터 발산될지 모르는 기를 억제하면서 되돌아 나섰다. 이런 상황은 전혀 예측하지 못했기 때문에 자신에게 전달된 정보에 착오가 있었음이 분명했다. 솟구치는 화를 억제하면서 모텔로 돌아온 그는 방안을 어슬렁거리며 예전 자료를 다시 더듬어 보기 시작했다. 그의 목표인물이 그러한 능력을 갖지 않고 있다는 것은 분명했다. 그렇다면 그를 보호하는 요원들 중 그런 인물이 있음이 확실했다.

그는 휴대폰으로 요원들의 신상을 요청했다. 얼마 후 도착한 내용을 살펴보던 그는 그 자료에서도 특이한 인물이 없는 듯했다. 그러다 그중에 유일한 여자요원이 그의 신경을 건드렸다.

언젠가 모텔에 있을 때 그 주변에서 기가 발산되는 것을 느끼고 급하게 이를 숨겼던 일이 있었다. 그가 출발하기 전 K+에서 보내는 전투요원들이 있을 것이라는 귀띔을 받았었다. 그래서 그들이 주변에 벌써 나타난 것은 아닐까 생각했었는데 그 기가 복수의 흐름이 아니라는 것을 감안할 때 그들이 아니라는 것이 분명했었다.

그렇다면 이제는 그들보다도 직접적인 위협이 되는 인물이 있다는 사실이 들어난 것이다. 그 여자요원을 먼저 처리하는 게 우선적이었다. 그는 아무에게도 눈에 띠지 않을 장소를 찾기 시작했다. 아주 적절한 장소가 발견되었다. 안가에서 꽤 떨어져 있는 작은 산의 비탈이었는데 원거리이기는 하나 망원경으로는 안가의 건물내부까지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었다. 이것을 사용할 기회는 없을 것이라 여겨 분해된 채로 보관하고 있던 저격용 총을 조립한 다음 그곳으로 갔다.

 

위장도구를 이용하여 임시 거처를 설치한 그는 총을 거치하고 위장한 다음 망원경으로 그곳을 계속 감시하기 시작했다. 끈질기게 기다리는 사이 어둠이 주위를 덮어갔다. 불이 켜져 있는 실내에 몇 사람이 들락거렸으나 목표로 보이는 인물은 보이지 않았다.

밤이 깊어지면서 쌀쌀한 기운이 점점 강도를 높여 갈 즈음 목표가 나타났다. 그녀가 거실 소파에 앉아 누군가와 얘기하는 것 같았으나 거실 안쪽에 위치하였기 때문에 이따금 머리와 어깨 일부분만 보여 정확한 조준을 할 수 없었다.

조금 더 기다리고 있는데 마침내 그녀가 중앙으로 나왔다. 완벽한 기회였다. 이미 조준은 철저히 맞춰놓은 상태라 바람의 세기와 방향만 확인하자마자 그대로 방아쇠를 당겼다. 그가 방아쇠를 당김과 동시에 급작스럽게 다른 사람이 그녀에게 다가와 우연하게 그녀를 가로막았다. 거실의 유리 깨지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리는 듯 했다.

엉뚱한 사람이 맞아 쓰러지는 것을 보면서 계속 그녀를 추적하여 방아쇠를 당겼으나 이미 거실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곧바로 실내의 모든 불빛이 사라졌고 주위는 정막 속으로 빠져들어 갔다. 그러나 경호요원들의 부산한 움직임이 눈에 보이는 듯 했다. 그에게는 그보다 더한 불운은 없었다.

이제 그녀를 해치울 수 있는 시기는 그녀가 이동할 때뿐이었다. 그러나 자신을 드러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위험성은 배가 될 것이었다. 그래서 그녀가 자리를 비운 틈을 이용하는 게 제일 무난할 것이라 판단했다. 시간이 촉박하였지만 별 수 없었다. 있던 자리를 감쪽같이 정리하고 모텔로 퇴각했다. 계속 주시하면서 다시 기회를 엿보기로 했다.

그 사이 안가에서는 모든 커튼을 치고 어둠 속에서 또 다른 공격에 대비하였다. 저격당한 요원은 다행히 총알이 급소를 비켜가서 생명은 부지할 수 있었으나 중상이었다. 그래서 경찰특공대와 함께 도착한 구급차로 급히 후송시키고 경비를 더욱 강화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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