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스토리

그녀는 느꼈다. 그가 어떤 트랩설치도 없이 그냥 갈 리가 만무한 것을. (운명은 숙명이 드리우는 오묘한 그림자(제20회))

허슬똑띠 2023. 2. 15. 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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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줄위에 춤추는 무서운 악연의 끝은?

 

비보이의 공격(계속)

 

경찰특공대가 안가부터 시작하여 저격위치로 추정되는 곳까지 수색하였으나 아무런 단서로 발견하지 못했다. 윤경위는 단순히 안가의 경비상황을 떠보기 위한 저격이 아님을 알았다. 그녀를 노리다가 엉뚱하게도 다른 요원이 당했던 같았다. 그 뒤 곧바로 이어진 수차례의 공격은 화풀이였을 뿐일 터였다.

 

은밀한 침투

 

그 이후 불안 속에서도 평온한 날이 계속되었는데 이제 유라온의 연구가 마무리되어 최종적으로 점검을 하기로 한 날이 되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기관의 연구소에 가서 보완할 사항이 있었다. 윤경위는 그가 이곳에서 벗어나게 되면 알게 모르게 미지의 적들에게 노출될 가능이 있을 것으로 보고 그가 외출한다는 사실이 안가의 요원들에게조차 알려지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그녀가 가장 신임하는 요원으로 하여금 아무도 유라온이 외출하는 것을 눈치 채지 못하게 살짝 데리고 나가 함께 차에 타고 있도록 지시했다.

 

그 날 아침 그녀가 전 대원들을 모아놓고 안가의 경호에 대한 지시를 내리고 있을 때 그 요원이 슬그머니 유라온을 미리 차에 태웠다. 그가 완료되었다는 신호를 보내자 오늘 유라온이 아주 중요한 일을 수행해야 하므로 그의 연구실을 철저히 경호하면서 그를 방해하지 않도록 재차 지시하고 그 요원과 함께 출발했다.

 

윤경위는 만약을 대비해서 안가 주변에서 완전히 빠져나갈 동안 유라온을 좌석에 최대한 깊숙이 앉도록 했다. 그리고 그의 손을 잡고 그에게 기를 발산하자 그는 한동안 숨을 쉴 수 없었다. 나중에 윤경위가 조치한 내용을 듣고 나서 그녀를 새삼스럽게 바라보며 감탄했다.

이제 그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 부드러운 손에서 느껴져 오는 엷은 온기가 온몸으로 퍼져오자 마음이 그렇게 편안할 수가 없었다. 그런 그를 바라보며 윤경위도 살짝 미소를 지어 보였다. 마치 오랜 이별 뒤 해후하는 연인을 대하듯.

 

유라온이 온 종일 연구소에서 마지막 점검을 하고 난 뒤 성공적으로 일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윤경위는 평상시와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데 대원 한 사람으로부터 이상한 얘기를 들었다. 유라온의 연구실을 감시하고 있었는데 전혀 알아차리지 못한 사이 그가 연구실을 나왔었다는 것이다. 그는 영문을 몰라 하는 그에게 약을 가지러 잠시 나왔다고 하면서 미소를 띠며 연구실로 들어가더라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그녀는 상당히 충격을 받았다. 비보이라는 인물이 침입했음이 분명했다. 그런데 말로만 듣던 염력파를 이용하여 그를 본 요원에게 자신을 유라온으로 보도록 만들었다는 것을 직감했다. 문득 얼마 전 본부로 가다가 길에서 약간 떨어진 모텔 부근으로부터 엄청나게 강한 기운이 흘러나오는 것을 느끼고 혹시나 하는 생각에 그쪽으로 갔었던 적이 기억났다.

그러나 그녀가 그곳으로 다가가자 홀연 그 기운이 사라졌다. 의문이 남았지만 자신이 너무 긴장하며 지내다 보니 착각한 건 아닌가 하며 그냥 넘겨버렸었다.

 

지금 다시 되짚어 보니 그곳에 비보이가 있었을 것이고 그도 그녀의 강한 기를 느꼈기 때문에 자신의 염력파가 그녀에게는 잘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녀가 자리를 비웠다는 사실을 알고 그 사이 침입했던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번 일은 우리 요원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음을 잘 압니다.”

그녀는, 머쓱한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요원들을 다독거렸다. 사실 그들이 대처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비보이가 어떤 능력의 소유자인지 짐작을 한 그녀는 이 임무를 부여 받기 바로 전 단우공과 나누었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아마 염력을 행하거나 염력파를 발산할 수 있는 초능력을 가진 사람들의 기행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을 텐데요, 그 중 유리겔라와 울프메싱이라는 사람이 세상에 많이 알려진 인물들이지요. 유리겔라는 눈으로 노려보는 것만으로 수저를 부러뜨리고 울프메싱은 염력파를 이용하여 자신을 특정인물처럼 인식하게 하거나 아무 것도 아닌 종이 나부랭이를 돈으로 보이도록 하기도 했었어요.

 

그러나 이들의 능력은 태생적일 뿐만 아니라 아주 수준이 낮은 초능력에 불과합니다. 그러니 전통적인 수련을 통해 초정신세계에 입문함으로써 나타나게 되는 초능력에는 비할 바가 되지 못합니다. 우리의 선배들 중에는 하늘 높이 날아가는 기러기들을 지상으로 내려오게 만들 정도로 아주 높은 수준의 초능력을 행할 수 있는 분들 꽤 많으셨더랬습니다. 인간 자체가 소우주라는 점을 이해한다면 우리의 무한한 정신능력을 어떻게 갈고 닦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고차원의 초능력을 배양할 수 있다는 거지요.

아마 다솜양도 타고난 초능력자들을 활용하는 '초능력 부대'라는 것을 들어본 적이 있었을 겝니다."

 

윤다솜은 초능력과 관련한 교육시간에 이와 같은 내용이 있었던 것이 기억났다.

"네, 학교에서 교육 받을 때 초능력자들을 모아 '초능력 부대'를 만들어 각종 위험한 작전에 투입했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염소를 노려보는 사람들'이라는 책에서도 미국이 실제 초능력부대를 운영했었다는 폭로성 내용도 보았고요."

"미국에서뿐만이 아니라 소련에서도 운영했었는데 소련에서는 울프메싱이라는 사람을 이 방면에 철저히 이용했었어요. 다만 그들은 대부분 타고난 초능력자들이었기 때문에 한계가 있었어요. 그런데 그들은 한 발 더 나아가 보통사람을 초능력자로 양산하기 위한 온갖 시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것은 초정신세계의 '정수'를 인류평화를 위해 사용하는 것이 아니고 거꾸로 혼란과 정신적인 피폐만을 가져오는 방향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안타까운 일입니다. 아무튼 여전히 이들이 세계 각처에서 활동하고 있고 언제 어느 순간 이들과 맞닥칠지 모른다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해요."

 

교묘한 위장 설비

 

그녀는 생각을 갈무리하면서 연구실 내부를 둘러보았다. 아무도 유라온의 연구실을 들어가거나 기기에 손대지 말 것을 지시하고 있는데 제임스로부터 연락이 왔다. 그들이 비보이를 추적하다가 안가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모텔에 그가 투숙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그는 안가가 이미 안전하지 않을 것 같다 라며 일단 그곳으로 곧 가겠다고 했다. 그녀는 아마도 비보이가 어느새 다녀간 것 같다는 말을 하고 전화를 끊었다.

일단 사건전말을 상부에 보고하면서 이 안가가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므로 아주 비밀스럽게 다른 곳으로 이동해야 할 것 같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얼마 후 제임스가 요원들과 함께 도착했다.

 

제임스는 상당히 흥분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그를 보자 그의 과장되어 보이는 제스처와 달리 여전히 정체를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다시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언제부터인가 그를 볼 적마다 느끼곤 했던 바로 그것이다. 그러자 그로부터 조롱받는 듯한 불쾌한 기분이 몰려왔다.

일단 모든 감정을 억누르고 제임스 일행과 함께 안가 내부를 샅샅이 조사하기 시작했다. 아무도 특별한 장치를 발견해 내지 못했다. 그녀는 믿을 수가 없었다. 그가 아무런 일도 없이 그냥 갈 리가 만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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