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3 (마고도수사관의 단상)
마지막, 팬옵티콘 가설
폴라리스 스텔라가 우리 지구상에 새로운 호모사피엔스사피엔스를 만들고자 내세우는 이유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근본적인 이유 첫 번 째는 그녀의 별이 사라졌기 때문에 자신이 정착할 장소가 필요했던 점입니다. 두 번째는 그녀를 만든 별의 인간이 그들의 종족을 어떻게든 연명하고자 하는 계획을 충실하게 수행하고자 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외견 상 주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지구를 지배하고 있는 호모사피엔스사피엔스들이 여러 오류들을 저지르고 있고 교정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런 오류들로 인하여 잘못하면 지구를 그녀별처럼 파멸에 이르게 할 가능성이 너무도 크다는 것입니다. 그런 오류 중 가장 중요하게 내세운 것이 바로 팬옵티콘 즉 죄수를 효과적으로 감시할 수 있는 원형감옥입니다. 그녀가 주장하는 바를 보도록 하겠습니다. 인간들은 스스로를 팬옵티콘에 서로를 가두어두고 인간맹수들에 잔인하게 살해당하도록 하며 이를 즐기기까지 하는 너무나도 멍청한 만행을 일삼고 있다는 것이지요.
이와 비슷한 주장을 보도록 하죠. 지구라는 것은 성질이 나쁜 인간을 교도하기 위한 감옥행성에 불과할 뿐이라는 것입니다. 이를 만든 것은 다름 아닌 우리보다 몇 백배나 정신적으로 진화한 외계인이라고도 합니다. 폴라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우리 호모사피엔스사피엔스가 저지르고 있는 실수 사례들을 보죠. 한도 끝도 없는 탐욕, 진흙탕 싸움, 나아가 골육상쟁. 게다가 동물과 다름없는 잔인성 등 등.... 이를 감안한다면 다음과 같은 생각조차 들기도 합니다. 혹시라도 동물에다 신적 영혼의 겉모습만 살짝 덧씌운 건 아닌지? 인간의 DNA가 동물의 것과 그다지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원숭이의 일종인 보노보의 DNA는 인간의 그것과 98.5% 동일하다고 합니다. 이런 점을 고려한다면 더욱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결국 감옥행성이라는 가설에 기울게 됩니다. 이 지구는 행성 충돌, 자전축 변화, 화산폭발 등 그야말로 온갖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음을 모르는 호모사피엔스는 없을 것입니다. 이토록 불안정한 지구에 호모사피엔스들을 살게 된 것은, 마치 팬옵티콘과도 같은 지구에, 인간을 교화하기 위한 우주의 신의 설계에 의한 것은 아닐까요?
마지막으로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외계인 백과사전 중에서 일부 내용을 인용하면서 마무리하겠습니다. 외계인의 행동은, 목격자들에 따르면, 우리들의 기준으로는 대개 비정상적이고 비논리적이며 행동의 동기도 완전히 미지의 상태이고 설혹 우리가 그것을 알 수 있다 하더라도 이해하지는 못할 부분이 대부분입니다. 인간의 기준으로 설명할 수 없다는 핑계로 그 현상을 부정하는 것이 불합리한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몰론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지요. 우리들은 그동안 섭렵한 지식을 통해 단일성의 원칙을 감안할 때 생명체는 우주 어디에서든 같은 구조를 가지고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사실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인간과 유사한 외계인은 필연적으로 우리 인간과 생물학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유사할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유일한 창조주이신 신의 자식들로서 모두는 형제간이며 따라서 행동의 동기와 방식도 동일하지 하지 않겠는가 하는 점이지요. 이점이 더 타당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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