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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

신화가 주는 의미는 무얼까?

by 허슬똑띠 2022. 4.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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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한 사실이 햇빛에 물들면 역사가 되고 달빛에 물들면 신화가 된다

오늘 우연히 ‘개떡 같은 글이라도 계속 쓰자.’ 라는 글을 접했다. 좀 우스웠다. 그동안 자신이 그렇게 주장해 온 바를 남의 글에서 확인하고 보니 새삼스럽다고 느끼지 않을 수가 없어서였다. 그렇다면 당장 글을 써보자는 엉뚱한 생각이 들었는데 마침 예전에 ‘역사란 무엇인가?’ 라는 책에서 읽었던 한 구절이 떠올라 그것부터 적어 나갔다. ‘어떠한 사실이 햇빛에 물들면 역사가 되고 달빛에 물들면 신화가 된다.’ 참 멋진 말이다.

'어떠한 사실이 햇빛에 물들면 역사가 되고 달빛에 물들면 신화가 된다.'
달빛은 비록 햇빛에 연유하여 그 빛을 갖게 되었지만 강렬한 음기를 내포하고 있어 현상자체를 비틀려 보이도록 한다. 따라서 애초부터 달빛이 주는 원초적 두려움으로 인하여 음모와 비밀스런 거래들이 신화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경우가 많다. 그나마 '항아와 옥토끼 그리고 떡방아’같은 것을 형상화 시켜낸 것은 달빛의 두려움에서 벗어나보기 위한 몸부림 덕분이겠지만 작은 예외에 지나지 않는다. 문제는 달빛에 물드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음습하게 젖어버리는 경우다. 그것도 매우 자주. 그러면 신화보다는 기담이나 괴기라는 이미지가 보다 강렬했다. 핏빛으로 물든----. 늑대로 변하는 인간 이야기, 구미호가 변장한 하얀 소복의 여인이 달빛아래 공동묘지를 어슬렁거리는 모습, 좀비와 같은 자들의 초점 없는 허여멀건 한 눈동자, 그리고 성숙한 여인들의 월경 등등. 달이 모든 세상을 엷디엷은 푸르스름한 빛이 섞인 흰 물결로 어둠을 싸늘하게 감싸는 때면, 달을 바라보며 울부짖기도 하고 간담이 써늘한 눈빛을 방향감각도 없이 흘려보내곤 한다. 마치 자신의 욕망을 주체하지 못하는 듯-----

이는 무엇을 향한 광란인가? 인간이 태생적으로 숙명과도 같이 지녀온 음흉한 기질과 악마적 물욕에 기인한 것은 아닐까? 그 광기가 주는 힘으로 인간이란 나약한 존재가, 먼지처럼 우주의 한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이 좁디좁은 지구를 그들 중심의 세상으로 만들어 나갈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것은 또한 전혀 손을 쓸 수 없을 정도의 타락도 곁들인 것 같다. 물론 햇빛에 물드는 순간 본능을 거부하면서까지 반성과 회개가 종종 있었다. 비록 애매하고 어정쩡하기는 했지만. 수 없이 많은 위기 속에서도 여태껏 현존하고 있는 것들이 근근이 이어져 온 것은 다분히 이 덕분인지 모른다.


여기에 잭과 콩나무라는 영국의 구전 민화를 연계시켜보자. 정체불명의 노인과의 불공정한 거래를 통하여 얻은 콩 한 톨은 잭에게 무엇을 의미하는가? 두 가지 상반된 설정이 있을 수 있다. 먼저 별다른 노력 없이 부를 축적하는 행운을 부여 받았다는 것. 또 하나는 그게 아니고 당초 잭의 집안에 대대로 내려오던 보물들을 되찾아 온 것뿐이며 단지 이를 천지신명이 도왔다는 것. 접근 방식에 다소의 차이는 있지만 잭에게 행운이 주어졌다는 점에서는 일치한다. 또한 이 점을 인정하며 부러워한다. 잭이 신통방통한 그 노인에게 그 크나 큰 행운을 받을 대상자로 선택된 동기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바보 같고 멍청한 잭이지만 마술의 힘을 믿는 순수함 때문이지 않았을까? 그렇다. 타락하지 않은 무 욕망이 그로 하여금 달빛에 물들지 않게 했다. 그래서 행운은 자연스럽게 그에게 다가온 것이며 끝까지 주어진 모든 것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빛에 축축히 젖어, 신화로 각색하고 잭의 지위에 도전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무수히 많다. 그래서 가끔 세상은 무섭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그들이 누구인지는 약간만 머리를 굴린다면 어렵지 않게 그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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