깎아지른 듯한 암벽과 녹음이 우거진 숲, 협곡 사이를 흐르는 푸른 바닷물이 찰랑이는 노르웨이에서는 오롯이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
깔끔한 수도의 전형, 오슬로
세계 어느 나라를 여행하든 수도의 풍경이 그 나라의 인상을 좌우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르웨이의 수도 오슬로는 쓰레기 하나 없는 깨끗한 거리, 유리창이 반짝이는 반듯한 건물과 군더더기 없는 레스토랑 실내 디자인에서 ‘깔끔하다’는 감상이 절로 나온다. 도심에는 공원과 미술관이 즐비하고, 조금만 걸으면 바다가 맞닿아 있어 다채로운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
중앙역에서 왕궁까지 가는 카를 요한슨 거리(Karl Johans Gate)는 각종 상점과 레스토랑이 줄지어 있는 메인 거리로 언제나 수많은 인파로 북적인다. 노르웨이 국왕이 사는 왕궁을 지나 2개의 거대한 탑이 보인다면 시청사(Radhuset)가 가까워졌다는 뜻이다. 이곳에서는 매년 12월 10일 노벨 평화상 시상식이 열린다. 1층에는 대형 홀이 있고, 2층에는 에드바르트 뭉크의 작품 ‘Life’가 걸려 있는 ‘뭉크의 방’이 있다.
노르웨이를 대표하는 화가 뭉크는 우리에게도 익숙하다. 가장 유명한 작품인 ‘절규’는 노르웨이 최대 규모의 미술관인 국립 미술관(Nasjonal Museet)에서 볼 수 있다. 이곳에는 렘브란트, 고야, 모네, 마티스, 반 고흐 등 세계적인 작가들의 작품 5만여 점이 전시되어 있다. 뭉크의 유언으로 오슬로 시에 기증된 작품이 가득한 뭉크 미술관(Munch-Museet)에는 1,100여 점의 그림과 4,500여 점의 수채화, 1만8,000여 점의 판화가 있다. 방대한 양의 뭉크 작품을 볼 수 있어 뭉크 팬이라면 꼭 들러야 할 장소. 이 외에도 작곡가이자 조각가인 구스타브 비겔란의 작품이 전시된 비겔란 조각공원, 오페라 및 발레 전용 극장인 오페라하우스, 현대 작가들의 작품이 즐비한 아스트룹 피언리 현대미술관(Astrup Fearnley Museet for Moderne Kunst) 등 오슬로 시내에는 예술적 감수성을 높여줄 만한 감각적인 미술관이 가득하다.
5월부터 7월까지 노르웨이의 낮은 한없이 길어진다. 백야 현상 때문에 밤 10시에도 초저녁처럼 밝고, 자정을 훨씬 지나 새벽 1~2시에 해가 진다. 여행을 떠나면 한정된 시간이 아까워 더욱 마음이 분주해지기 마련인데, 노르웨이에서는 매일 시간을 버는 느낌이 들어 여유롭다.
대자연의 신비, 송네 피오르
피오르(Fjord)는 빙하에 의해 형성된 U자 모양의 빙식곡 안에 해수가 침입해 좁고 긴 내륙 협만에 발달한 지형이다. 노르웨이, 북미와 북서, 칠레 남북 해안에 주로 분포하는데 특히 노르웨이는 전 해안이 피오르 지형이다. 노르웨이를 여행한다면 놓치지 말아야 할 피오르 투어에서는 깎아지른 듯한 암벽과 그 아래로 흐르는 바닷물, 전 국토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드넓은 숲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그중에서도 송네 피오르(Sogne Fjord)는 길이 205km로 노르웨이에서 가장 긴 피오르이자 세계에서는 세 번째로 길다. 절벽과 폭포, 구불구불한 산길, 완만한 해안선이 반복되어 잠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아름다운 풍경이 이어지는 눈호강 투어는 기차나 버스, 페리 등을 타야 하는데 일종의 교통권인 ‘노르웨이 인 어 넛셀(Norway in a nutshell)’을 구매하면 여행이 더욱 편해진다. 오슬로나 베르겐에서 출발해 다양한 교통수단을 효율적으로 이용 가능한 프로그램이다. 오슬로에서 기차를 타고 5시간 남짓이면 뮈르달(Myrdal)역에 도착한다. 해발 1,000m에 가까운 고산 위에 아담한 붉은색 건물로 지어진 역이 짙푸른 숲, 짙은 안개와 어우러져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곳에서는 산악열차로 환승해 플롬(Flåm)이라는 작은 마을로 향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악 열차’라는 수식어가 붙은 플롬행 열차는 처음에는 험준한 지형에 사는 주민들을 위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쉴 새 없이 덜컹거리는 기차는 목적지인 플롬에 가기 전 효스 폭포(Kjosfossen)에서 잠시 정차한다. 플롬 계곡의 만년설이 녹아 형성된 폭포 주변으로 하얀 물보라가 일어난다. 바위를 뒤덮은 이끼 틈새에서 작은 요정이라도 나타날 것만 같은 풍경이다. 플롬역에서 송네 피오르를 둘러보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구드방엔(Gudvangen)으로 가는 페리를 타는 것. 약 2시간 동안 거대한 협곡 사이에 형성된 호수처럼 잔잔한 바다를 가로지른다. 조각도로 파낸 듯 날카로운 바위산이 끝없이 펼쳐지고 높은 봉우리에는 하얀 눈이 쌓여 있다. 깊은 협곡으로 파고드는 페리의 갑판 위에 서면 거대한 자연의 품에 안기는 듯하다.
아찔하지만 매력적인 트레킹, 뤼세 피오르
노르웨이 3대 피오르로 송네, 예이랑에르, 뤼세가 꼽힌다. 이 중 뤼세 피오르(Lyse Fjord)는 노르웨이 남서부의 항구도시 스타방에르(Stvanger) 동쪽에 자리한 42km 길이의 피오르다. 다른 곳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매년 30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아찔하고 이름난 스폿이 많다.
뤼세 피오르를 조망할 수 있는 프레이케스톨렌(Preikestolen) 트레킹 코스는 왕복 4시간 정도 소요된다. 대부분 돌산 길로 걷기가 쉽지만은 않다. 해발 604m ‘설교자의 제단’과 닮았다고 해 이름 붙여진 펄핏락(Pulpit Rock)에 서면 뤼세 피오르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울퉁불퉁한 절벽 사이에서 뾰족하고 우아한 모습의 펄핏락은 누군가 섬세하게 조각한 것처럼 단연 돋보인다.
프레이케스톨렌 트레킹 코스보다 더 힘들지만 아찔한 광경을 원한다면 셰라그볼텐(Kjeragbolten) 코스에 도전해볼 만하다. 해발 984m의 시에라 산에는 ‘셰라그볼텐’이라는 달걀 모양의 바위가 있다. ‘시에라 산의 둥근 바위’라는 뜻으로 약 1,000m 높이의 거대한 절벽 틈에 작은 바위가 끼어 허공에 둥둥 떠 있다. 하늘에서 신이 내던진 바위가 땅에 떨어지지 못하고 좁은 바위 사이에 끼었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발을 헛디디면 까마득한 절벽 아래로 떨어질 듯 아찔한 길을 앞두고 결국 바위까지 가기를 포기하는 이도 많다. 모험심이 있는 이들은 폴짝 뛰어야 하는 마지막 걸음을 내딛어 셰라그볼텐 위에서 다양한 포즈로 사진을 찍는다.
기차를 타고 산맥을 넘고, 페리에 올라 협곡 사이를 가로지른다. 숲과 폭포를 지나 대자연이 만들어낸 풍경 안으로 뛰어드는 노르웨이의 여행은 자연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세상 그 무엇보다 가장 아름다운 것은 자연이라는 사실을 새삼스레 깨닫게 만든다.
(자료출처 : KB국민카드 사외보 『The WISE CARD』/MAY-JUN 2022)
'생활속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지의 효능과 조리법 (0) | 2022.06.04 |
---|---|
잘 알고 있으면서도 막상 실행이 잘 안 되는 이율배반적인 것 (0) | 2022.05.31 |
영화촬영지, 아름다운 곳 (0) | 2022.05.21 |
달리는 재미, 트레일 러닝 (0) | 2022.05.19 |
숲캉스를 즐겨보자 (0) | 2022.05.1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