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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사건2

악마의 가면유희(제1화) 토요일 오후였다. 데이트 약속이 깨져 아쉬웠지만 마음을 다잡고 업무에 도움이 될 정보를 검색하면서 부족한 분야에 대한 공부를 하고 있었다. 와중에 틈틈이 전화를 해보았지만 연속 응답이 없자 어제 전화를 걸었을 때 다소 급박한 듯 했던 그녀의 목소리가 더욱 더 생생하게 떠올랐고 그 때마다 꺼림한 마음이 정신을 흩뜨려 놓았다. 연한 안개가 퍼지듯 어느새 사르르 덮어온 땅거미가 물들여놓는 퇴색조의 검은 공간에 불빛들이 점점이 수놓아지고 있을 때 평소와 별다르지 않은 음률의 벨소리가 적막을 깼다. 30분 전 집으로 걸려온 전화가 아무런 반응 없이 끊어졌었다는 생각이 불현듯 스쳐갔다. “계십니까?” 톤이 굵은 목소리는 일순간 불길한 느낌을 파도치게 했다. 아니나 다를까, 현관문을 열자 떡하니 버티고 있는 다부진 .. 2022. 3. 23.
악마의 가면유희(제2화) “조금 전에 잠시 서있었던 길가의 안쪽에 차를 세우더니 막무가내로 달려드는 거예요.” 사내는 그녀의 완강한 태도를 일거에 제압하려는 듯 순식간에 겉옷을 찢어발기고 들입다 덮쳐왔다. 흥분으로 광란의 도가니에 빠진 그가 한 순간 빈틈을 보인 사이 그녀는 남자의 팔뚝을 물고 나서 비명을 지르는 그를 두발로 힘껏 내쳤다. 차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친 그가 잠시 정신을 놓은 사이 차에서 뛰쳐나와 죽기 살기로 도로를 따라 무작정 달렸다. 다행히 곧바로 쫓아오지는 않았다. 언덕을 넘어와 만약을 대비해 산비탈에 잠시 몸을 숨겼다가 때마침 차의 불빛이 나타나자 있는 힘껏 내달아 와서 구원을 요청한 것이다. “참, 사내들이란 조금도 방심해서는 안 될 존재죠. 그런데 그 인간과 사귀는 사이가 아닌가요?” ‘예까지 함께 올 정.. 2022. 3.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