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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스토리

인류리셋음모에 관한보고서 (제1회)

by 허슬똑띠 2022. 4.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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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신고

서울 강남의 어느 경찰서. 건물에서 나온 이든경위와 오장석 경사 두 사람이 말을 주고받으며 주차장으로 향하고 있다. “팀장 님! 우리가 꽤나 한가롭게 보인 모양이지요? 이런 실종사건을 우리에게 배당하다니 나 원 참...” 오장석 경사는 이든경위와 함께 그의 차에 타면서 투덜댔다. “실종사건이라고 다 똑 같을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맡아서 진행했던 사건이 거의 마무리 단계에 왔는데 그걸 그냥 넘겨줄라니 부아가 치밀죠. 팀장님은 안 그러시나요?” “좀 아쉽기는 하지만... 그런데 말이지 이 사건의 기초수사를 담당했던 친구얘길 들어보니 구미가 당기더란 말이야!” “참~~ 나~~~ 우리 팀장님의 그 예민한 촉이 또 발동하셨나 봅니다. 킥 킥 킥!” “뭐 다 그런 게 아니겠어. 일단은~ 출발 하자고!”

이경위는 시동을 걸고 천천히 경찰서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위치는 그리 멀지않은 곳이었다. “기초보고서내용 정리한 것 있지? 중요한 것 몇 가지에 대해 짚어보면서 가자구.” “옛 썰!” 오경사는 안주머니에서 수첩을 꺼내들었다. “일주일 전 일 일 이 신고센터에 유라온 이라는 남자가 직접 전화해서 하루 전날 아내와 세 남자아이가 실종되었다고 신고함. 수사관이 가서 신고자 유라온과 가족들의 신상을 파악함. 그는 3대 독자이며 부모님은 3년전 교통사고로 사망하고 그만 살아남았다고 함. 외가 쪽은 다 이민을 가서 친인척이 없음. 실종되었다는 부인은 외국인임. 이름은 폴라리스 스텔라” 오경사가 사진 한 장을 꺼내 이 경위에게 불쑥 내민다. “엄청난 미인입니다.” “정말 잘 생겼네!” “우린 언감생심이죠?” “어디서 왔데?” “저기 폴란드 옆쪽인가에 있는 벨라루스 라는 나라에서요.”

“그래? 거기에 미녀가 많다는 걸 어디서 들어본 듯한데? 어째든 좀 특이하군.” “결혼한 지는 아직 1년도 안 되었는데 간난 기를 벗어난 애들이 세 녀석이나 된답니다. 물어보니 2년 전에 처음 만났었는데 결혼을 약속하고 나서 제 나라로 돌아갔다가 애들을 낳아 데리고 다시 왔다는군요. 그런데 재미있는 건 부인이 미인이기도 하지만 엄청난 부자이기도 하다는 겁니다. 그 집도 부인이 결혼 전 산거라고 하더라고요.” “나도 그건 들었어. 부인은 주식 선물 등에 수천억을 투자하고 있었고 매일 수십억 씩 불어나고 있었다던데. 워렌 버핏 이상의 투자 귀재였다고 말이야. 지금은 어떤 상태라고 하던가?” “실종되기 하루 전에 모두 매도하여 현금화했다던데요. 마치 실종될 것을 알기라도 한 듯 말이죠. 그래서 혹시 누구에게 협박을 받았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는 겁니다. 이게 유괴일 가능성과 연계되기도 하고요. 반대로 그 친구가 무슨 짓을 벌였을 가능성도 있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두 가지 다 가능성이 있어보이 기는 한데.... 그래서 그 친구가 처음부터 비공개 수사를 요청했던 건지도 모르지. 어? 벌써 자리곡동 입구네.” 이경위는 교골 입구라는 표시판을 보고 우회전했다. 길을 따라 안으로 더 들어가니 대저택단지가 나타났다. “저 집들은 한눈에 보기에도 꽤나 비싸겠는데요? 천연 숲에 쌓여있으니 그만한 값은 하겠네요.” 그 단지를 지나 좀 더 깊숙이 들어가니 좀 외진 숲 안쪽으로 주변 주택보다 다소 작은 집이 나타났다. 집 앞 공터에 차를 세우자마자 오경위가 내려 대문으로 내달아 인터폰을 호출했다. 유라온은 오경사와 비슷한 30대 초반으로 보였다. 세 사람은 주방 식탁에 마주 앉았다. 유라온의 얼굴은 매우 초췌해보였다.

“대단히 상심되시겠지만 빨리 단서를 찾기 위해선 유선생님의 긴밀한 협조가 필요합니다. 이건 참고로 물어보는 거니 기분 나쁘게 듣지 마십시오. 혹시 결혼하기 전에 부인께서 엄청난 부자인 걸 알고 계셨더랬습니까?” 이경위가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졌다. 그건 사실 보고서에 이미 기록되어 있는 것이었으나 그를 은근히 떠보기 위함이었다. “저는 결혼 전이나 결혼 하고 난 뒤에도 몰랐습니다. 폴라가 전혀 그런 얘기를 하지 않았으니까요. 다만 이 집은 아빠의 도움으로 샀다고 했으니 그런 줄만 알았죠. 심지어 그녀가 사라지고 나서도 몰랐어요. 수사관이 말해주어 엄청난 자금을 운용하고 있었음을 알았습니다.” “부인께서 왜 그러셨을까요? 짐작되는 점 뭐 없나요?” “특별한 이유는 없을 겁니다. 폴라는 모든 것을 자신이 다 알아서 하기를 좋아했구요, 저도 그럼 점에 대해서는 관여하고 싶지가 않았거든요.”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부인께서 그런 재산가였다면 혹시 부인에게 흑심을 품거나 원한을 가질 만한 사람이 있었을 지도 모르는 일 아닐까요?” 이경위의 질문에 라온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대답했다.

“우선은 전 집주인이겠지요? 어느 날 뜬금없이 젊은 여자가 찾아와 꽤나 비싼 집을 사겠다고 했을 때 놀라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는 폴라가 거래하고 있던 증권사 직원이나 은행원들을 생각해볼 수 있겠는데... 아니 그 사람들보다는 그들의 지인 중에서 폴라에 대한 정보를 들었던 사람이 있었을 겁니다.” 라온은 나름대로의 논리를 폈다. 이경위는 고개를 끄덕이며 라온의 휴대폰에서 폴라와의 문자기록을 보자고 했다. 그는 폴라가 휴대폰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고 했다. 그건 보고서에도 그렇게 진술되어 있었다. “그러면 필요할 때 어떻게 연락을 취했습니까?” 오경사가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나섰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저는 폴라와 멀리 떨어져 있어도 폴라가 저에게 무언가 원하는 게 있거나 할 말이 있으면 제 머릿속에서 폴라가 말하듯 저절로 떠올랐어요. 물론 마주보고 대화할 땐 안 그렇지만요. 그래서 휴대폰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정말이지 이해가 안 가네요. 일종의 텔레파시 통신인가요?” “저도 처음엔 이상하게 느꼈지요. 폴라는 그것이 자신의 초능력이라 걱정할 것 없다고 설명을 해줬어요. 그 뒤로 항상 그래왔으니 지금껏 그게 자연스러워져 전혀 이상할 게 없었습니다.” 라온이 오경사를 바라보며 설명했다. “아무튼 부인이 사라질 때 그런 뭐랄까 텔레파시 같은 건 없었나요?” “없었으니 더 미치겠는 거죠.” 믿기지 않는 일이었으나 그렇다고 무조건 그것을 부정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오경사가 내용을 수첩에 정리하고 나서 이경위가 일어섰다. “우리가 잠시 집안을 살펴봐도 되겠습니까?” “물론이죠.”

라온의 대답과 함께 이경위와 오경사는 집안내부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특별히 이상한 것은 없는 듯 했다. 이경위가 라온의 서재를 쓰윽 둘러보는데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책상위 컴퓨터 옆 필기구 통에 얹혀있는 유에스비형태의 아담한 기기가 눈에 띄었다. 그것은 마치 그가 보라고 있는 듯했다. 애드가 알란 포의 도둑맞은 편지에서는 찾고 있는 편지를 중요하지 않은 듯 누구나 볼 수 있도록 아무렇게나 편지함에 방치해두어 거꾸로 사람들의 눈길을 끌지 않도록 해놓았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어서 그 기기가 더 눈에 밟혔는지도 모른다. 그걸 들고 라온에게 물어보니 그게 거기에 있었는지 몰랐다고 했다. 그러나 언젠가 비슷한 것을 보아서 작동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라온이 간단히 조작하자 놀랍게도 폴라의 모습이 실제처럼 허공에 나타났다. 홀로그램이었다. 두 사람은 깜짝 놀라서 한 발자국 물러섰다. 라온도 다소 놀라며 반가워하는 눈치는 보였으나 그다지 진심어린 표정은 아니었다. 이경위는 의외로 느꼈지만 눈물이 가득한 얼굴의 폴라가 말하기 시작하자 이내 그것에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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