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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스토리

인류리셋음모에 관한보고서 (제2회)

by 허슬똑띠 2022. 4.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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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라리스 스텔라의 영상편지

 

그동안 라온님을 힘들게 해드려서 정말 죄송했어요. 하지만 저는 라온님의 도움 없이는 제가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다 해도 제가 말씀드린 것을 이룰 수 없기 때문에 라온님에게 매달렸던 거예요. 이젠 라온님의 마음을 다 알았으니 모든 걸 포기하고 고향으로 돌아갑니다. 라온님이 절대로 저를 보내주시지 않을 것이므로 말없이 떠나갑니다. 부디 행복하세요.’ 폴라의 영상 편지가 끝나자 이경위가 물었다. “부인의 부탁이란 게 뭔가요?” 그러나 라온은 별 거 아니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경위는 그가 쉽게 대답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되어 이 부분은 일단은 넘어가기로 했다. 그보다 궁금한 것은 여태 듣도 보도 못한 이런 최첨단의 기기를 누가 어떻게 만들었는가 하는 점이었다.

 “누가 이런 걸 만들었을 까요? 부인께서 이걸 사용하셨으니 만든 당사자가 아닐까요?” 이경위가 묻자 라온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맞습니다. 폴라는 다양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조금 전에 말씀드린 대로 텔레파시를 사용할 줄 아는 것뿐만 아니고 전자기기나 IT분야에 다양한 지식과 기술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대단한 분이셨네요. 타고난 것 같네요?” “그렇습니다. 애초에 태어날 때부터 천재였다고 합니다. 거기다가 뛰어난 과학자였던 부친한테 많은 걸 배웠다고 하네요.”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던 이경위는 뭐라 콕 집어 말 할 수 없는 묘한 감정을 억누르며 일단 마무리하기로 했다. “물증이 나왔으니 이것만 조사해 보고 마무리 해야겠습니다. 이것은 우리가 가져가도록 하겠습니다.” 라온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두 사람은 유라온의 집을 나왔다.

 “사건이 의외로 싱겁게 끝나게 되었네요.” 오장석이 시원섭섭하다는 듯 말하자 이경위는 고개를 저었다. “그 친구 뭔가 꿍꿍이가 있는 듯해. 왜 그런 중요 증거자료를 자진해서 내놓지 않았을까? 경황이 없어 몰랐다? 그건 좀 어색하지 않아? 마치 우리가 찾아서 봐주길 원했다는 느낌이 들어. 저번 조사팀이 이걸 발견 못했으니 우리에겐 쉽게 찾도록 해준 게 아닌가 싶네. 느낌상으론 어디서 구했는지는 몰라도 그런 묘한 기기에다가 부인의 영상편지를 조작했을 가능성도 있을 법 한데?”

 일주일이 지났다. 이경위와 오경사는 수사과장인 강건우경정과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실종사건치곤 뭔가 이상하다고?” 오경사가 내미는 자료를 받아보며 강과장이 물었다. “이번 건은 유라온 당사자가 실종신고를 하지 않았다면 그 누구도 모르는 채로 넘어갈 수도 있었을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라온이 신고한 것은 후에 불거질지도 모를 사태에 대비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이경위가 의견을 제시하자 강과장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보고서를 보았다. 오경사가 그에 맞추어 조사내용을 설명했다.

 첫째, 유라온이 물려받은 재산은 송파지역의 아파트 한 채뿐인데 그것은 그대로 두고 자리곡동 저택에서 아내와 세 아들과 함께 살고 있었다. 집값은 30억에서 35억 정도로 추산된다. 그는 집에서 온라인쇼핑업을 운영하고 있는데 수입이 그리 대단하지 않다. 그냥 모양새만 갖춘 듯 보인다. 집도 집이고 어떻게 생활을 해왔는지 등 의문투성이다. 그런데 조사해 보니 부인인 폴라가 대단한 재력가인 것으로 밝혀졌다. 그녀가 가지고 있는 자금은 그녀가 라온과 결혼하기 전 외국에서 보내온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 자금으로 현재 살고 있는 집도 매입한 것으로 파악되었다. 그런데 매매계약을 할 당시는 라온과 결혼하기 전인데 소유자를 라온의 명의로 했다. 이것이 의아스러운 점이다.

 둘째, 전 소유자를 만나 매매과정에 대해 조사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당시 그는 집을 팔 이유도 없었고 그런 생각조차 없었다고 했다. 한데 어느 날 불쑥 한 젊은 처자가, 그것도 외국여자가 찾아와 자기 집을 사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우리말이 아주 유창했다. 어의가 없어 그녀를 바라보는데 희한하게도 그냥 팔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즉석에서 중개인 없이 계약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녀는 공인계약서까지 지참하고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꼭 귀신에 홀린 듯했다는 것이다. 그녀는 집값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없이 승낙을 했다. 좀 높게 불렀음에도 불구하고.... 집을 열흘 내로 인도하기로 했고 그녀는 즉석에서 계약보증조로 1억원의 현금을 주었다. 그리고 그날내로 계약금인 매매금액의 20%를 지급하겠다고 했다. 저녁에 확인한 결과 정확히 자신의 통장에 이체되었다. 그 뒤 인도하기로 한 날짜에 자신의 통장으로 매도대금 잔액이 지급되었다 한다. 설마 했는데 실제 일이 성사되고 나니 묘한 기분이 들었지만 계약을 취소할 마음은 전혀 들지 않았다. 그러나 궁금증이 일어 이사를 한 후 며칠이 지나서 들러보니 리모델링 공사를 하고 있었다. 그것 또한 이상했다. 자기가 공사한지 3개월도 채 안 되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외국인이라서 그런 걸 몰랐을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말았다고 한다. 자세한 공사내역을 알아보기 위해 공사한 업체를 수소문해보았으나 찾을 수 없었다. 유라온은 부인이 집을 사는 것조차 몰랐을 때였으므로 그런 사실 역시 알 수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셋째, 라온의 집에서 발견된 실종된 부인의 영상이 담겨있는 기기에 대한 것이다. 이를 전문가에게 분석의뢰 한 결과 그런 류의 장치는 가능하나 기본 설계도가 있어야 완전하게 파악할 수 있다고 했다. 이런 점을 감안한다면 유라온이 부인의 영상편지를 조작했을 소지가 다분하다고 판단된다.

 넷째, 기기에서 언급한 내용이 사실인지 여부를 조사한 결과이다. 일단 출국 기록은 사실로 판명되었다. 하지만 놀라운 사실이 확인되었다. 벨라루스 주재 대사관의 도움을 받아 조사한 바에 따르면 그녀가 벨라루스에 살았던 기록이 아예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녀가 과연 벨라루스로 돌아갔는지 여부도 의심스럽다. 자기 부인의 영상을 조작할 능력이 있다면 그녀가 출국한 기록 역시 조작 가능하지 않을까?

 다섯 째, 친구들을 탐문 조사한 결과이다. 여기에서도 이상한 점이 나타났다. 친구들은 유라온이 결혼하기 전에도 외국여자와 사귀고 있다는 사실은커녕 얘기조차 듣지 못했다고 한다. 게다가 그 외국여자와 결혼했다는 얘기도, 애를 낳았다는 말조차 없었다고 한다. 더구나 언제부터인가 완전소식이 두절되어 그가 그런 집에 산다는 사실조차 몰랐다는 것이다. 아마도 그 여자와 살면서부터 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이게 의도적인지 우연히 그렇게 된 것인지는 본인이 말하지 않는 한 알 수 없다.

 여섯 째, 유라온은 부인이 그 많은 재산을 가지고 있는 것을 몰랐다고 하는데 그게 가능한 일일까? 그는 거짓말을 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애초에는 부인이 그에게 말을 하지 않았을 수도 있고 그럴 만한 사유가 있었을 것이나 유라온이 후에 어찌 어찌하여 그런 사실을 알았다면 이에 대해 매우 섭섭하게 여겼을 것이다. 누구라도 인지상정 상 그랬을 것이다.

 이상의 조사결과는 유라온이 실종사건의 범인일 가능성이 농후 한 것으로 사료된다. 보고를 받고난 강과장은 수고했다며 유라온을 즉시 체포할 것을 지시하였다. 취조실로 불려온 라온은 어안이 벙벙해 하면서 좌불안석이었다. 그는 이경위와 오경사가 들어서자 구세주를 만났듯 자리에 일어섰다. 하지만 그들의 표정도 처음 대면했을 때 같지 않게 우호적으로 보이지 않자 도로 털썩 주저앉았다. “아니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 라온은 억울해 하며 따지듯 물었다. “지금부터 유라온씨는 이번 사건의 피의자 신분입니다. 우리가 묻는 말에 성실하게 응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러나 오경사의 무뚝뚝한 말씨에 주눅이 들어 목소리에 힘이 빠졌다. “폴라가 자기 고향으로 돌아갔다는데 그것이 뭐가 잘못되었나요?” 오경사가 그 내용은 조작된 것이며 벨라루스에는 폴라리스 스텔라라는 사람이 아예 살지 않았음을 밝혀냈다고 하면서 먼저 그녀를 만나게 된 경위부터 진술하도록 했다. 그러자 라온은 황당해 하며 한동안 말문을 열지 못했다. 두 사람은 침묵을 지키는 유라온을 묵묵히 바라만 보았다. 그가 무슨 말을 꾸며댈지 예상해보면서... 이후 차분해진 유라온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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