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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스토리

몽풍삼매(夢風三梅) (제3회)

by 허슬똑띠 2022. 4.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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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온의 회상 ~ 몽풍삼매의 탄생

 

그러면서 헌트가 목에 걸었던 펜던트를 벗어보이자 제이슨도 따라했다. 이를 바라본 가람도 후다닥 자기 것을 빼어 들었다. 헌트가 모두 받아들고 하나씩 겹쳐나갔다. 헌트의 것에다 가람이 내민 것을 겹치고 살짝 비틀자 철컥하면서 맞물렸다. 그 위에 제임스 것을 똑 같이 겹쳤다. 세 개가 완전히 맞물려 세 겹의 매화 모습이 완성되었다. 이것을 본 가람은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찬 눈 속에서 추위를 이기고 피어나는 매화는 사군자 중의 하나로서 ‘용기와 고결(高潔)’을 상징하는데 일지매와 연결되면 그런 이미지가 더욱 더 돋보이지. 일지매는 단순한 도둑이 아닌 협객이라는 것을 가람이도 잘 알고 있을 거야. 그는 언제나  자신이 그 일을 했다는 표시로 매화 한 가지(一枝梅)를 붉게 찍어 놓았는데 이는 엉뚱한 사람에게 혐의가 가지 않도록 하려는 의도에서였지.” 헌트가 이 말과 함께 이의 유래를 설명했다. 중앙의 작은 원을 중심으로 다섯 장의 난형(卵形) 꽃잎이 붙어있는 매화형태인데 백색, 연분홍 그리고 진분홍 세 가지 색상이며 조금씩 크기가 다르다. 세 사람이 가지고 있는 펜던트를 하나씩 결합하면 정교하게 맞물리는데 매화문양을 세 개로 만들고 이를 합체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은 세 사람이 삼위일체가 되면 더욱 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이다.

세 사람은 일찍이 올바른 방향으로 변화되지 않는 사회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점을 인식하여 이에 대항해보자 했다. 그래서 일지매 스타일의 사고와 방식을 지향하게 되었고 같은 뜻을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 매화가 소담스럽게 피어있는 봄날 매화나무 아래서 결의를 다졌다. 그들은 이를 매원결의(梅園決意)라 했다. 이에 대한 표상으로서 위와 같은 매화문양의 펜던트를 만들어 나누어 가졌다. 그리고 이를 통하여 작은 힘으로나마 그들의 꿈이 바람을 타고 멀리 퍼져 이루어지도록 한다는 몽풍이란 의미를 결합하여 몽풍삼매(夢風三梅)라 하기로 했다. 우선적으로 모두 자신의 일상생활에 충실히 임하면서 동시에 안전하면서도 효과적으로 일을 수행해 나갈 수 있는 갖가지 방법은 물론 기기들을 개발해 나갔다. 와중에 적절한 기회가 오면 함께 일을 벌이기로 하였는데 제임스는 보다 고차원적인 기술 정보를 습득하기 위해 미국으로 공부하러갔다가 우연히 지금의 아내를 만났고 배우던 일과 연계된 사업을 시작하는 바람에 눌러앉게 되었다. 그러나 세 사람이 해야 할 일이 생기면 즉시 한국으로 들어왔다. 그의 아내도 그들의 의식에 동화되어 제이슨이 하는 일에 일절 간섭하지 않고 도리어 내조할 일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나서서 도와주었다. 

헌트는 얘기 말미에 그들의 신조에 대해 언급했다. 미약한 힘으로나마 부조리한 사회구조를 변화시키고 악을 타파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해 나간다. 또한 이 과정에서 의구심으로 가득 찬 세상이 지독한 회의감으로 공격해 온다 해도 서로를 믿고 의지해 나간다. 헌트는 마지막으로 그들이 지향하는 세계로의 구조변환을 위해 그동안 자신들의 능력이 닿는 범위 내에서 행동에 옮겨왔던 일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예기치 않게 발생한 한신의 사고에 대해 설명했다. 그제야 가람은 아빠가 사회의 지탄을 받을 그런 범죄자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고 눈물을 흘렸다. 당시에는 정확한 실상을 알지 못했기 때문에 오해할 수밖에 없었으며 그로 인해 자포자기하고 한 동안 험악한 세계에서 할머니의 죽음에 대한 복수심을 불태워가며 살아왔던 경험을 얘기했다. 그리고 조금 전 몽풍에 대한 것은 어려서부터 아빠로부터 들었기 때문에 대강의 의미는 알고 있다고 했다. 두 사람은 모든 것이 자신들로부터 일어나게 된 일이었음을 사과하고 가람을 한신의 자리에 대신하기로 결정했다. 가람은 결코 자기는 그런 자격이 없다고 한사코 사양했다. 그러니 앞으로 헌트에게 교육받으면 된다고 하는 제이슨의 말과 함께 두 사람은 박수로 가온을 멤버로 맞이했다. 그러자 가온은 깊숙한 절로 감사를 표했다. 그 이후 제이슨은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고 헌트는 가람을 유가온이라는 이름으로 변신시켰다. 가온이 세상의 중심이 되라는 뜻에서 이름을 그렇게 지었다고 했다.

그 이후 5년의 세월이 지난 어느 날 헌트가 다급하게 가온으로 하여금 다른 곳으로 거처를 옮기도록 한 후 한 동안 나타나지 않았다. 또 불행한 사태가 벌어졌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얼마 후 제이슨이 나타나서 헌트의 죽음을 알렸다. 그의 이야기에 따르면 헌트에 대하여 마경감이 입수한 정보를 첩자로부터 전해들은 데프콘파 두목이 선수를 쳤던 것이다. 헌트가 안전하게 도피하기도 전에 덮쳐온 그들은 막다른 길목에서 잠복해 있다가 그를 포위하게 되었다. 그러나 각종 무술로 단련된 헌트는 만만치 않았다. 대여섯 명이 달려들었으나 쉽사리 그를 제압할 수 없자 보스가 장검을 꺼내들고 그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입혔다. 그럼에도 난관을 뚫고 겨우 그 자리를 빠져나와 아무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비밀거처에 도착해서 응급치료를 했으나 목숨을 부지할 수 없다는 것을 인지했다. 이 때 급하게 한국으로 들어온 제이슨이 그의 펜던트내의 추적기로 그를 찾아왔다. 그의 앞에서 그는 임종을 맞았다. 이후 가온에게 다시 주의를 준 다음 제이슨은 미국으로 돌아갔다. 중대한 사안이 발생하면 즉각 연락하라고 하면서.  

폭주 전동차 I

옛일을 생각하다가 다른 추억을 떠올렸다. 그동안 잊으려 애를 써오기는 했지만 중요한 약속 날짜가 코앞에 닥치자 아무런 일도 없는 듯 그냥 흘려보낼 수는 도저히 없었다. 그래서 선물을 미리 준비하고 편지도 써두었다. 그는 이 두 가지를 꺼냈다. 다시 편지를 읽어내려 가며 눈물을 글썽이던 가온은 애써 그 추억을 덮기로 했다. 행복한 생각만 하자고 하다가 자신도 모르게 잠이 들었는데 새벽 일찍 제이슨의 전화가 그를 깨웠다. 그에게 다가오는 위급상황을 알리고자 하는 것은 아닌 것 같았다. 그의 예감대로 제이슨의 목소리는 침착했다. 정보원의 제보를 받고 데프콘파의 움직임을 포착하기 위해 쳐놓은 그물에 그들의 보스가 엄청난 일을 꾸미고 있다는 것이 걸려들었지만 구체적인 내용이 아직 잡히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경찰에 통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문제는 이들이 폭탄과 전자기기분야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을 수배한  것으로 보아 테러에 가까운 일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는데 그 시기가 아주 촉박한 것으로 느껴진다는 것이다. 때문에 답답하기는 하지만 먼저 두 사람만이라도 이에 대비하여야 할 것 같다면서 출동준비를 해두도록 했다. 가온이 자신도 제이슨과 합류하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물었으나 이 일은 오히려 실낱같은 단서라도 보인다면 즉각 그곳에 최대한 빨리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므로 일단 거처에서 재 통보할 때까지 기다리라면서 전화를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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