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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스토리

몽풍삼매(夢風三梅) (제4회)

by 허슬똑띠 2022. 4.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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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훈의 보물 골동품

 

제이슨의 연락을 기다리다 불연듯 카페에서 자신의 옆자리에 앉았었던 마고도의 모습이 그려졌다. 그가 자신을 쫓고 있는 이유가 떠오르자 그 사건에 대한 기억 속으로 자신도 모르게 흘러들어갔다. 그 사건의 발단은 언젠가 숙소에서 사망한 한 여가수에 관한 이야기를 우연히 엿듣고 이를 추적하다가 만났었던 그녀의 오빠였다. 가온은 여가수를 살해한 청년의 아버지가 뇌물로 받은 그림에 뜻하지 않은 사연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전시회에서 감쪽같이 그 그림을 빼내어 관련 당사자에게 돌려주는 작업을 끝낸 뒤 얼마 지나지 않은 날 그 여가수의 오빠라는 사람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동생의 죽음에 대한 복수극을 유일하게 알고 있으나 이를 이해해준 가온에게 감사하고 또한 그의 뛰어난 능력을 다시 발휘해줄 것을 부탁하기 위해서였다.

 

저녁때 한 음식점의 방 안에서 식사하며 들려준 얘기는 자신의 친구가 애타게 찾고 있는, 조상 대대로 내려오다가 일제 강점기 당시 그의 증조부가 일본군에게 강제로 뺏겼던 골동품에 관한 것이었다. 그것을 찾으면 국가에 기증하겠다고 하더라는 것이다. 가온이 그러면 그것은 일본에 있겠다고 하자 그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그의 부친은 어린 아이 적부터 그것을 보았고 증조부가 무척이나 아끼던 것이었기 때문에 혹시라도 그것을 찾을 수 있을까 백방으로 수소문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본, 미국 및 영국 등지를 돌아다니며 경매로 나온 골동품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또한 박물관이나 개인 소장 골동품 전시회도 빠짐없이 찾아다녔다고 했다. 모두가 헛수고였다.

 

낙심하여 귀국하던 길에 동남아에 잠깐 들렀었는데 한 공예품 가게에서 그와 유사한 모형을 발견했다. 그는 그것을 만든 사람을 간신히 알아내어 찾아갔다. 그 사람의 얘기로는 아주 어릴 적 그의 집에 잠시 머물던 일본인이 그를 머물게 해주는 대가로 큼직한 궤짝에서 금괴 하나를 꺼내주었는데 그 안에 유별난 골동품이 있던 것을 기억해내어 그 모조품을 만들어 팔면 돈이 되겠다 싶어 만든 것이라고 했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그 일본인은 모 일본군 장성의 부관이었으나 무늬만 일본인이었지 실제로는 중국인이나 한국인 같아 보였다고 했다. 그러나 거기까지가 전부였다. 그의 이름이 무언지 어디로 갔는지 그리고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지 못한다고 했다. 집으로 돌아온 부친은 도서관에서 그 당시의 기록들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여기에서 그의 증조부로부터 그 골동품을 강탈해간 일본군 장성의 이름을 발견했다. 그 외에 그 일본군 장성이 타고 가던 이화마루호라는 배가 미국 잠수함의 어뢰를 맞아 격침되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의 부친은 이런 사실들을 종합하여 나름 행방을 추리해냈다.

 

일제의 강점을 당하고 있던 동남아시아에서 무섭기로 소문났었던 한 일본군 장성이 있었다. 그는 현지에서 닥치는 대로 귀중한 물건들을 손아귀에 넣었는데 조선 및 중국 등지에서 주둔하고 있을 적에도 수많은 보물들을 강탈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가 여러 나라를 다니면서도 가지고 다니던 것이 있었으니 바로 자기 보석함이었다고 한다. 전세가 기울자 일본으로 귀환하기 위한 준비를 하던 중 그의 부관에게 다른 보물들과 함께 귀환선인 이화마루호에 싣도록 했다. 그러나 조선인 출신 부관은 그 배에 타고 가는 것이 위험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았다. 상관의 지시에 따라 보물 상자를 배에 싣고 나서 점검해본다는 핑계를 대고 상자 내부를 살피다가 이것을 포함한 몇 가지 보물을 몰래 빼돌려 내려왔다. 자신이 잘 알고 지내던 현지인의 집에 이를 숨기고 기회를 엿보다가 이와호가 미군 잠수함 어뢰를 맞고 침몰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는 자신의 예측이 맞았음을 천만다행으로 생각하고 다른 방법으로 일본에 돌아갈 방도를 궁리하기 시작했다. 결국 현지인에게 많은 금을 주고 그의 도움을 받았다. 중국인으로 가장하여 중국을 거쳐 천신만고 끝에 일본으로 돌아왔다. 그는 돌아오고 나서 원인도 모르는 병에 걸려 시름시름 앓다가 일본에서 사망했다. 따라서 그가 보관하고 있던 모든 보물들은 고스란히 그의 후손에게 돌아갔다.

 

이야기 도중 가온이 그 골동품이 궁금하여 내용을 묻자 그는 간단하게 답했다. 그것은 청조 말기에 청나라를 방문했던 조선의 관리가 특별히 선물 받은 것이라고 했다. 그것은 청나라의 한 하급관리가 출세하기 위한 줄을 잡기 위해 고관대작에게 바친 것이었는데 그는 그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것 같았다. 그러니 그의 조상에게 그것을 선물하지 않았겠냐는 것이다. 그러나 보면 볼수록 대단한 작품이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뚜껑 손잡이에는 고개를 쳐들고 서로 마주보고 있는 용 두 마리가 장식되어 있다. 상자의 겉면에는 수많은 작은 용들이 보석함을 감싸고 있는 듯이 새겨져 있다. 보석함 내부 중간에는 오리 알 크기의 비취가 박혀있고 그 주변으로는 포도 알 크기의 호박으로 치장되어 있다. 중간의 비취에 빛을 비추면 주변의 호박에 묘하게 반사하게 되어 아주 고혹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 이후의 스토리를 이어갔다. 그러다가 그의 부친 친구로부터 이에 딱 맞는 놀랄 만한 정보를 듣게 되었다. 오래 전 국내 모 재산가 집에 문상을 갔다가 아주 특이한 골동품을 보았다는 것이다. 그의 집안에는 그 외에도 많은 골동품들이 온 집안에 여기저기 진열되어 있더라는 것이다. 그러나 다음에 기회가 있어 방문하였을 때는 몇 가지만 남아있고 모두 사라졌다고 했다. 그가 어디로 빼돌린 것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보다도 이를 알고 있는 사람들을 통하여 소문이 나면 이를 강탈당할 수도 있어 어딘가 깊숙이 숨겨놓았을 것이라는 게 더 타당성이 있었다.

“혹시 김중훈이라는 사람을 아세요?”

뜬금없는 질문에 가온이 고개를 젓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기야 이젠 그도 상늙은이고.. 은둔하다시피 살고 있으니 모르는 게 당연하지요.”

이 말과 함께 그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김중훈을 조사하던 아버지가 갑자기 쓰러져 고인이 되는 바람에 친구가 이를 이어받았다. 그는 부족하나마 중요한 정보를 입수하여 역시 나름 추리해보았다. 김중훈의 아버지는 일제시기 초기에 그의 부친을 따라 일본으로 건너가서 일본식 교육을 받은 사람이었다. 그리고 일본 육사를 졸업하고 일본군으로 활략했었다. 동남아에서 살아 돌아온 그는 해방 후에 일본에 그대로 남아 있다가 사망하였는데 김중훈은 고국으로 들어와 살고 싶었다. 마침 일제청산이 유야무야되자 호기라 생각하여 일본 내의 모든 재산을 정리했다. 그리고 정권실세 한 사람에게 많은 자금을 대고 그 사람의 비호 하에 슬쩍 들어와 살게 되었다. 이때 그는 자신의 부친으로부터 물려받은 이 골동품을 반입해 왔는데 이외에 부친이 주변국에서 강탈한 각종 보물들도 많이 있었다. 이후 그를 비호해주는 사람에게 다른 골동품 몇 가지를 주고 그의 권력을 바탕으로 해서 계속 재산을 축적해 나갔다. 그가 이 보물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아마도 집안 내의 비밀 금고에다가 다른 귀중품들과 함께 보관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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