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마경감이 병원에 입원해 있는 서경위를 문병 와서 가온의 가방에서 발견한 선물과 편지를 건네주었다. 그렇지 않아도 그녀는 가온이 코난 즉 가람이었다는 사실과 그에게 주었던 로켓을 고이간직하고 있었다는 사실 그리고 그가 그녀를 보호하다가 죽었다는 사실로 인해 고통과 슬픔에 잠겨있었다. 편지를 받자 슬픔이 복받쳐와 한 동안 서럽게 울었다. 그가 사망한 다음날이 그녀의 25번째 생일이며 만나기로 약속했던 날이라는 것을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녀를 만날 수 없는 자신의 마음을 글로 대신한 것이리라. 그 모습을 바라보던 마경감은 그녀의 어깨를 두들기며 위로하다가 편지를 보라고 하며 나갔다. 마경감이 나가고 난 뒤 잠시 멍하게 편지를 바라보다가 눈물을 훔치며 읽어 내려갔다. ‘너무도 그리웠고 보고 싶었던 린에게’라고 시작된 편지에는 가람의 채취가 물씬 풍겼다.
그 날의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그리고 그렇게도 보고 싶었던 린을 직접 대하지도 못하고 이렇게 글로 대신하는 나는 무릎을 꿇고 한없는 용서를 빌 수밖에 없어. 다만 린이 옛날 그 모습 그대로 아름답게 성장했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에 그저 혼자 마음 뿌듯할 수 있어서 그것으로나마 위안을 삼고 말았지. 그럼 내가 지금의 내가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간단하게나마 설명할 테니 린의 마음을 아프게 하지 않기 위한 생각에서 그랬을 거라고 이해해줘.
내 아빠가 사회적으로 지탄받아야 할 사악한 마약사범이었다는 것을 알 게 된 순간, 음흉한 술수에 휘말려 그런 범법자로 둔갑되었다는 사실을 모르던 나는 린이를 더 이상 볼 엄두가 나지 않았어. 그래서 린과 약속했던 꿈도 모두 버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내가 가야할 길은 따로 정해져 있었던 것이라고, 그게 바로 운명이라는 것이라고 자조하고 말았지. 후에 아빠에 대한 진실을 알게 되었지만 돌아가신 아빠를 쫓아 아빠가 추구하는 일지매의 이상을 펴나가는 것이 나의 길이라고 완전히 마음먹게 되었기 때문에 린에게 약속했던 나의 꿈바람은 말 그대로 바람에 날아가 사라져 버린 꿈이란 뜻으로 변질되어 버린 거야.
그러나 이상만으로 넘어서기에는 현실이라는 벽은 너무도 높았고 가끔 혼란으로 인한 마음의 고통은 그렇게도 단단히 억제했었던 회의감을 계속 되살리고는 했어. 이제 새로운 약속을 할게. 아빠와 뜻을 함께 했던 분 중에서 유일하게 남아 계신 분과 지금과는 전혀 다른 방법으로 그 이상을 추구하기로 했어. 그렇다고 해서 지우개로 지우듯 과거의 행위가 말끔히 지워지지 않겠지만 이 약속은 죽어도 지킬 거야. 우선은 내가 다른 사람의 이미지로 변하기 위한 준비를 위해 당분간 이 나라를 떠나 있자고 했어. 린이 이글을 읽을 때쯤이면 두 부부와 함께 미국을 향해 가고 있을 거야. - 가온의 이 약속은 이젠 지킬 수 없는 것이 되어버렸다 - 그러면서 언제나 린이 행복하게 살기를 기원할 거야. 가슴속에 린을 영원히 묻어놓고.
마경감은 제이슨과 가온이 폭주 전동차의 일을 무사히 해결했고 그들에 대한 특별한 범죄 증거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제이슨이 그가 애지중지하는 여동생의 남편이라는 점을 고려하여 모든 일을 묻어두기로 했다. 한신과 유이든 역시 그들이 저질은 범행에 대한 점은 그대로 넘어갈 수 없지만 이미 사망했기 때문에 검찰의 협조로 공소 면제시켰다. 제이슨은 한신과 유이든 무덤 옆에 기온을 안장시켰다. 자기 보석함은 마경감도 모르는 사이 박물관에 기증되었다. 김중훈이 나중에 알고 펄쩍 뛰었으나 그가 그 보석함을 소지하고 있었다는 증거는 물론 그것을 탈취 당했다고 소명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고 하여 그의 반환청구는 기각되었다.
(후기)
제이슨 부부가 미국으로 떠나고 난 뒤 얼마 후 마경감은 제이슨이 보낸 메일을 확인하였다. 거기에는 마경감이 수사를 중단한 김중훈 공동품사건에 대한 주요한 내막이 적혀있었다.
제이슨이 고객접대용으로 빌렸던 집으로 기술자들을 부른 것은 금고에 대해 자세한 내역을 파악하기 위해서 이기도 하였으나 수사의 초점을 흐리기 위한 눈가림이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그만큼 제이슨은 용의주도했다. 그들이 작업을 한 것은 그 집에서가 아니었다. 골동품을 빼내는 데 외견적으로는 이 지하실을 이용한 것으로 보일수도 있었으나 사실은 친구의 명의로 빌린 그 위편의 작은 집에서였다. 그 집의 마당에다 천막을 쳐놓고 파 들어갔던 것이다. 제이슨은 이미 김중훈 집 인근에 방공호가 있었다는 사실을 파악해두고 있었다. 그것은 김중훈의 집을 지으면서 메워졌다고 했다. 두 사람은 그 자리를 찾아 간 뒤 거기에서부터 금고지하실로 파들어 가는 방법을 썼었다.
김의 지하실 벽에 도달하자 가온이 지하실에 경보장치가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먼저 그 위치를 확인하고자 했다. 벽 맨 아래 쪽에다 드릴로 작은 구멍을 내고 그 안으로 내시경을 집어넣자 모니터에 내부가 잡혔다. 어두컴컴한 가운데서도 천정 한 귀퉁이에 작은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 보이고 그 옆으로 금고로 보이는 거대한 물체가 나타났다. 가온은 내시경을 빼고 전파발신기를 집어넣은 다음 버튼을 눌렀다. 다시 내시경으로 내부를 들여다보고 나서 경보장치가 작동을 멈춘 것을 확인했다. 두 사람은 벽에다 한 사람이 들어갈 만한 크기의 면적에 선을 긋고 이를 따라 조심스럽게 파내기 시작했다. 30여분 정도 지나 완료되자 흡입기룰 부착하고 그 부문의 벽을 잡아떼어냈다.
드디어 공간이 만들어졌다. 가온이 기구를 담은 가방을 먼저 집어넣고 안으로 들어가자 제이슨이 따라 들어왔다. 미리 확인해 두었기 때문에 금고 여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다. 얼마 걸리지 않아 금고가 열리자 즐비하게 들어있는 다양한 골동품들과 현금들이 머리의 플래시 불빛에 나타났다. 그 가운데서 제이슨이 한 눈에 보석함이 담긴 케이스를 알아보았다. 상자를 열어보니 보석함이 얌전히 들어있었다. 제이슨이 뚜껑을 열자 그가 설명한 대로의 보석함 내부가 그대로 드러났다. 확인이 끝나자 제이슨이 나가자는 손짓을 했다. 금고를 원위치 시킨 다음 케이스를 들고 다시 터널 안으로 들어온 두 사람은 떼어낸 벽부분의 안쪽 가장자리 사방에 김중훈 집 지하실 벽과 동일한 색의 특수 테이프를 붙인 다음 공간으로 집어넣고 안으로 잡아당기자 단단히 고정되었다. 두 사람은 파낸 곳에 강력접착제가 섞인 시멘트 반죽을 밀어 넣어 고정시키고 난 뒤 터널을 빠져나왔다. 그런 다음 파낸 흙을 날라다가 시멘트 반죽과 함께 섞어 김중훈 집 지하실 벽에 붙였다. 계속해서 파낸 흙으로 터널을 완전히 메우고 나서 방공호 벽도 단단히 보수했다. 마지막으로 마당도 흔적 없이 마무리했던 것이다.
(공지)
몽풍삼매에 이어 "불꽃살"이 게시될 예정입니다. 이것은 스토리를 시나리오형식을 취하여 작성한 소위 '레제 시나리오' 형태임을 알려드립니다.
'창작스토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류리셋음모에 관한 보고서(제19회) (0) | 2022.05.06 |
---|---|
인류리셋음모에 관한 보고서(제18회) (0) | 2022.05.05 |
인류리셋음모에 관한 보고서(제17회) (0) | 2022.05.04 |
몽풍삼매(夢風三梅) (제16회) (0) | 2022.05.03 |
인류리셋음모에 관한 보고서(제16회) (0) | 2022.05.0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