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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스토리

몽풍삼매(夢風三梅) (제16회)

by 허슬똑띠 2022. 5.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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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슨이 밝혀낸 오리무중 현금트럭의 행방

 

그 뒤로도 계속 건물을 감시하다가 밤이 되어 가방을 주문한 청년이 건물을 나서는 것을 보고 제이슨은 그를 미행했다. 걸어서 부근의 술집으로 들어간 그는 기다리고 있던 중년남자와 술을 마셨다. 그는 다른 자리에 앉아 음성증폭기기를 작동하여 그들의 대화를 엿들었다. 그들의 대화에서 보스가 대단한 사람이라는 것과 상황이 진정되면 다른 아지트로 돈을 이동할 것이라는 내용을 알게 되었다. 또한 돈을 옮기고 나면 세탁을 거친 후에 돈을 배분할 것이라는 것도 확인했다. 청년은 보스가 대단히 주도면밀한 사람이라며 감탄을 하기도 했다. 돈이 아직도 그곳에 있고 다른 곳으로 옮길 때까지 시간적 여유가 있음을 확인하였으므로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그곳을 직접 들어가 보기로 작정했다. 다음 날 밤, 제이슨은 그 건물에 침투했다. 대부분 비어있었으나 한 군데 사무실에서 서너 명의 사내들이 술을 마시며 놀음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며칠 후에는 거금이 수중에 들어온다는 생각으로 모두들 들떠있는 것 같았다.

그 안은 그들이 피워대는 담배연기가 가득 차있었다. 그들이 마음 놓고 놀음에 열중하리라 판단하고 비어있는 곳들을 살펴보며 현금수송차량을 둔 곳을 찾아보기로 했다. 만약에 처음 생각했던 것처럼 주차장 지하공간에 비밀 시설을 해두었다면 지하실에 그곳으로 연결되는 문이 있을 것이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지하실로 내려가 보았으나 주차장과 통하는 문은 없었다. 그렇다면 주차장에는 아무런 비밀공간이 없다는 것이 밝혀진 셈이었다. 예측이 빗나간 것에 실망을 느끼고 다시 추리해보았다. 그들은 아마도 역으로 경찰의 불심검문을 아랑곳 하지 않는 대담한 방법을 썼을지도 몰랐다. 즉 주차장으로 현금을 실은 탑차가 도착하자 그곳에 대기하고 있던 일당들이 차에서 가방을 꺼내 비밀장소로 운반하고 난 뒤 차량을 도색한 것은 아닐까? 그리고 다른 형태로 도색된 차는 차량번호도 바꾼 다음 그곳을 빠져나갔고 즉시 폐차 조치했을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이 추정 하에 다시 건물 내부를 살펴보았으나 그 많은 돈을 숨길만한 마땅한 장소가 보이지 않았다. 단 한군데 방은 단단히 잠겨있었는데 보스의 방으로 추정되었다. 그곳이 가장 유력해 보였다. 자물쇠를 열고 들어가 살펴보았으나 생각보다 공간이 그리 넓어 보이지 않았다. 도리어 이점이 비밀공간이 있을 것이라는 느낌을 주었다. 창문이 있는 곳만 빼고는 삼면이 천정이 닿는 벽장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어딘가에 이것을 여는 장치가 있을 것이다. 창문 옆에 놓여 있는 책상을 뒤져보았으나 별다른 것은 없었다. 그렇게 개방적으로 둘리가 없었다. 책상 밑을 이리저리 더듬어보니 손가락에 스위치와 같은 장치의 감촉이 느껴졌다. 얼굴을 책상 밑에 들이밀고 그것을 누르자 한 쪽 벽이 열리며 육중한 철문이 나타났다.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자물쇠를 열었다. 조심스럽게 문을 열자 수북하게 쌓여있는 가방들이 나타났다. 이 중 몇 개를 확인해보니 오만원권 지폐들이 꽉 차있었다. 그는 모두 원위치 시켜놓고 보스의 방구석 쪽에 초소형카메라를 설치한 다음 그곳을 나왔다. 그 때까지 그들은 정신없이 놀음과 술에 빠져있었다.

이튿날 밤에도 제이슨은 건물 부근에서 감시하고 있는데 그 건물에 승용차 한 대가 나타나서 정지했다. 곧바로 셔터가 올라가자 그 안으로 미끄러지듯 들어갔다. 셔터가 내려지자 제이슨은 재빨리 그리로 와서 셔터가 내려진 바닥의 좁은 틈 사이로 내시경카메라를 집어넣고 안을 들여 보았다. 승용차 주변에 서있던 사나이들이 차에서 내린 보스로 보이는 자에게 모두들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그들이 모두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확인하고 그 틈사이로 추적기를 쏘아 범퍼에 부착시켰다. 일을 마치자 제이슨은 멀리 떨어진 곳에 세워진 자기차로 가서 모니터를 켰다. 방에는 조금 전 보았던 사람들이 모여 있는데 그가 추적했던 청년도 끼어있었다. 그동안 파악하고 있던 데프콘파의 보스 모습과 다른 인물이 여러모로 타진해본 결과 상황 끝이라고 판단되므로 다른 아지트로 돈을 옮길 준비를 하라고 지시를 내렸다. 모두들 희색이 만연했다. 그러면서 만약 타인에게 비밀을 누설하면 쥐도 새도 모르게 골로 갈 것이라고 엄포를 놓고 한 중년 남자에게 내일 오후 5시까지 탑차를 이곳으로 가지고 오라고 지시했다. 모두들 방에서 나가자 그는 금고를 열고 내부를 들여다보았다. 이상이 없는 것을 확인한 그는 얼마 후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것 같았다. 제이슨이 슬슬 그 쪽으로 차를 이동시켰다. 잠시 후 셔터가 올라가고 보스가 탄 승용차가 그곳을 빠져나오자마자 셔터가 닫혔다. 제이슨은 추적기를 확인하며 멀찌감치 떨어져서 보스의 차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그의 근거지를 확인한 제이슨은 즉시 마경감에게 전화를 걸어 그 동안의 상황을 상세히 설명했다. 마경감은 차량의 이동 경로를 조사하다가 주요 포인트 지점에 설치되어 있는 시시티브이가 며칠 전부터 고장이 나있는 사실을 알았다. 이것이 이번 범행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으리라 확신하고 그 주변을 샅샅이 조사해보았으나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해 허탈해 하고 있었다. 반갑기도 하고 놀랍기도 했지만 즉각 출동준비를 시켰다. 제이슨이 감시하고 있을 것이나 만의하나 시기를 놓칠 수도 있고 또 안달이 나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전혀 예상치 않은 경찰의 기습을 받은 그들은 망연자실하여 순순히 포기하고 수갑을 받았다. 특공대와 수사관들이 보스의 집에 달려갔을 때 그는 애인과의 정사에 몰두해 있었다. 나중에 이들을 일망타진하고 난 뒤 뜻하지 않은 사실까지 확인했다. 보스가 바뀐 것으로 생각했었으나 알고 보니 그는 다름 아닌 그동안 추적해온 데푸콘파 두목이었던 것이다. 그는 얼굴을 여러 번 성형하여 거의 다른 인물로 변했고 위조 신분증으로 행세해왔던 것이다. 그 뒤 제이슨은 마경감으로부터 밝혀지지 않았던 범행부분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폭탄이 터지면서 탑차 주변으로 경찰들이 몰려들 때 자욱한 연기 속에서 그 중 한명이 탑차 쪽으로 무언가를 내던졌다. 순식간에 연막탄의 연기가 탑차 주변을 감싸기 시작하자 그가 재빨리 차 안으로 들어가 내빼기 시작했다. 운전자가 경찰로 위장하고 그들 틈에 섞여 있었던 것이다. 이 후 수사관의 추격을 받던 탑차가 삼거리를 돌아서자마자 주자창 앞에 대기하고 있던 같은 번호판을 달은 똑같은 형태의 탑차가 부리나케 달려 나갔다. 돈을 실은 탑차가 그 자리에 들어서자 순식간에 셔터가 내려졌다. 추격하는 경찰들을 유인하고 간 탑차는 일당 중 노련한 사내가 운전하고 있었는데 조수석에는 시신이 놓여있었다. 이번 범행을 위해 미리 수소문해서 구해둔 행려병자의 시신이었다. 운전자는 공원 옆에 정차하자마자 조수석으로 옮겨 타고 시신을 운전석으로 옮겼다. 그리고 조수석 의자를 들어내자 바닥이 보이고 바로 밑에 하수도 맨홀 뚜껑이 나타났다. 기다란 쇠고리로 뚜껑을 연 다음 밑으로 내려간 그는 맨홀 뚜껑을 덮기 직전 가지고 있던 리모컨의 버튼을 누르자 화염이 치솟고 이어서 폭발하기 시작했다. 마경감은 다음 말로 끝을 맺었다.

“돈과는 무관하게.. 한가람으로 밝혀진 유가온과 서경위가 아니었다면 전철 안에 있던 한동석의 존재는 영원히 오리무중이었을 것이네. 왜냐하면 범인 한은 가온과 서경위가 없었다면 신분이 드러나는 일은 없었을 거라고. 그러면 돈이 다 건사되었다는 연락이 오는 대로 전동차를 세워도 좋다는 통보를 했을 거고.. 정류장에 도착했을 때 다른 승객들들 틈에 섞여 나와 유유자적 사라졌을 것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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