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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스토리

인류리셋음모에 관한 보고서(제18회)

by 허슬똑띠 2022. 5.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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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연하는 급성노화와 불임증 1

 

다음날 세 사람은 라온의 집에서 그가 말한 것을 점검하기 시작했다. 먼저 서재의 벽에 있는 대형 TV였다. 오경사가 어제 들은 대로 화면에 대고 눈을 껌뻑거렸다. 하지만 통하지 않았다.

“폴라와 저한테만 통합니다.”

라온이 설명하면서 화면위에 폴라라는 두 글자를 그리자 화면이 밝아오기 시작했다. 소리는 나지 않았는데 상세한 세계지도가 그 큰 화면에 꽉 들어차 나타났다. 지도곳곳의 수많은 곳에는 몇 가지 기호가 표시되어있는데 그 의미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일종의 암호인 듯 했다. 희한한 건 바다부분에도 곳곳에 그러한 표시가 있었는데 상당부분은 움직이고 있었다. 마치 실시간 중계라도 되는 듯이 말이다. 오경사가 휴대폰을 꺼내들고 화면을 몇분동안 녹화하면서 설명하듯 말했다.

“저 빨간 점이 표시된 곳을 보면 모두가 현재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들 지역으로 보입니다. 저기 북한 지역에도 표시되어 있는 걸 보니...”

“녹색표시는 세균폭탄 저장소와 연구소 소재를 말하고 노란 표시는 화학폭탄 저장소와 연구소 소재를 뜻합니다.”

라온이 설명을 덧붙였다. TV를 확인한 후 라온이 책장을 열어 지하로 통하는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집을 구입한 후 리모델링 공사를 한 이유가 여기에 있었구만.”

오경사가 전주인의 말을 기억해 냈다.

“공사업체를 찾을 수 없었던 건 아마 부인이 초능력으로 공사한 사람들의 기억을 모두 지웠기 때문인지도 모르지...”

이경위도 한마디 거들었다. 엘리베이터가 멎자 문이 열리면서 비밀 군사기지와 같은 넓은 공간이 나타났다. 두 사람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라온이 진술할 때는 설마 그런 게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정확히 알 수도 없는 각종 전자 기기들이 입구쪽을 제외하고 삼면에 들어차 있었다. 드문드문 모니터도 설치되어 있었다. 중앙부분에도 나사의 관측실에서 봄직한 장비들이 놓여있는데 모두 꺼져있었다.

“이것들은 언제부터 작동중지되었나요?”

오경사가 이리저리 둘러보고 있는 가운데 이경위가 라온에게 물었다.

“폴라가 사라지고 난 후 얼마 뒤 기능이 모두 정지되었습니다. 아마 비상시에 자동으로 올 스톱되게 해놓은 것 같습니다.“

“여기와 서재에 있는 TV가 연결될 것 같은데...”

“그렇습니다. 저도 TV는 왜 작동하는 지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아마 작동 중지되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할 지도 모르겠네요.”

이경위는 라온이 건성으로 답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경찰서로 돌아와서 이경위가 강과장에게 중간보고를 하였다. 그리고 다시 라온의 진술이 재개되었다.

 

다음 순서는 불임을 유도하고 노화를 촉진하는 전파기구를 만드는 일이었다. 그 다음은 이를 지구 궤도에 돌고 있는 위성에서 감지되지 않으면서 지상에 쏘아대는 원격조정 장치를 준비하면 된다. 이것까지 완성되면 모든 준비는 끝나는 셈이다. 폴라 옆에서 조수노릇을 하면서 일을 돕다가 늦은 시간에 잠자리에 들었다. 조금 전까지 작업했던 일이 자꾸만 머릿속에 떠올라 잠을 설치다가 겨우 잠들었다.

꿈속이기는 했어도 생전 겪어보지 않았던 갑작스러운 현기증의 습격을 받고 일순 휘청거림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면서 병원이 나타났는데 흰 가운을 입고 있었다. 의사임을 스스로 느꼈다.

"너무 피곤하셨나 봐요. 갑자기 몸이 굳어지시는 것 같더니 쓰려질 것 같았어요."

한 여인의 걱정스런 말이 들려왔다. 돌아다보니 역시 의사가운을 입은 폴라였다. 그녀가 곁에 있다는 것이 새삼 안심되었다.

“세수 좀 하고 오세요. 저는 계속 환자들을 돌보고 있을게요.”

환자라는 용어가 묘한 여운을 남겼지만 이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환자에게 돌아서는 폴라를 보았다. 신급 미모를 갖추었고 선녀의 마음씨를 지닌 그녀가 항상 곁에 있어주는 것에 감사하며 환자들 사이를 비집고 나갔다. 합동진료실을 나오니 비교적 넒은 복도임에도 사람들로 꽉 차있었고 늘어진 줄은 계단을 통해 아래층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화장실에서 후딱 세수를 끝내고 급히 진찰실로 들어왔다. 늙고 지쳐있는 환자들을 보니 안쓰럽고 마음이 조급해졌다. 들어오자마자 대기 중인 여성 환자가 밀리다시피 앞으로 다가왔다. 진찰하기위해 차트를 보자 다시 한숨이 나오려는 걸 애써 참았다. 거기에 쓰인 나이는 분명 35세에 불과함에도 외관상으로는 70살이 넘게 보였다. 해보나 마나였지만 진찰을 해본 결과 신체적 나이 상으로는 임신할 수 있어야 마땅한데 난자생성 기능이 완전히 퇴화되어 있었다. 진찰 결과는 항상 이랬다. 그는 매양하듯 기계적으로 컴퓨터를 통해 처방전을 약국으로 전송하고 여인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의례적인 말조차 쉽사리 나올 수 없었다. 그녀도 꾸벅 인사를 하고 약국으로 향했다. 하지만 그 약은 불임치료와는 전혀 관계없는 단지 정신적인 안정을 시켜주는 효능만 있을 뿐이었다. 이에 합당한 치료약이 전무하니 방법이 없었다.

 

1년 전부터 국지적으로 발생하기 시작했던 원인불명의 급성 노화증과 불임증은 전염병처럼 전 세계를 강타해왔다. 이제는 완전히 글로벌화 되어 지구상에 있는 어느 나라건 간에 이 병의 공격을 피할 수 없었다. 발병초기에는 정부는 물론 국제기구에서 조차도 지금껏 의례 그래왔었던 것처럼 그다지 심각하게 받아드리지 않았다. 노화와 불임에 대한 연구는 오래전부터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왔으며 많은 성과도 거양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변종된 바이러스에 의한 일시적 현상이려니 했던 것이다. 하지만 치유사례는 전무했을 뿐더러 병에 걸렸다 하면 노화증세가 엄청나게 빠르게 진행되었고 하루가 다르게 악화되어 가기만 했다. 더욱 절박한 상황임이 밝혀졌다. 무차별적인 병의 공격을 아무도 피할 수 없는 것 같다는 분석결과였다. 각국 정부에서는 언론을 통제하여 이 사실이 알려지는 것을 막았다. 그래서 웬만한 사람들은 이런 정보를 알 수 없었다.

이런 숨 막히는 상황이 되자 세계기구는 난다 긴다 하는 전문 의료진과 특수질병 분석가들을 총동원하여 원인규명에 매달렸으나 지금까지 쥐꼬리만 한 단서도 찾지 못했다. 지당하게도 치료약 개발은 언감생심 이었다. 아니 절망적이라는 게 맞는 표현이겠다. 그래서 일단 모든 나라의 의료기관은 비상체제로 전환하고 합동진료실을 만든 다음 대부분의 진료를 이 분야에 할애했다. 그리고 계속 진료를 하면서 환자가 안심하도록 안정제라도 처방해 주는 것으로 위안을 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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