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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스토리

인류리셋음모에 관한 보고서(제17회)

by 허슬똑띠 2022. 5.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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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라의 이데누보(idée nouveau)의 실체 3



“핵무기들은 각종 군함이나 잠수함 등에도 탑재되어 있는데 이는 어떤 식으로 할 건가요?‘
“우선은 군함이나 잠수함의 핵심 기능이 작동되지 않도록 한 후에 기지로 돌아오도록 합니다. 이 때 수리 기술자로 하여금 이것을 장착한 뒤 곧바로 해체되도록 하거나 운항을 재개할 때 처리하도록 할 거예요.”
폴라는 간단히 대답했다. 라온은 폴라의 시원시원한 답변에 빠져들었는데 또 다른 의문이 생겼다. 아주 중요한...
“그렇게 다른 사람들의 정신을 장악할 수 있다면 어째서 저한테는 그렇게 하지 않으시는 건가요?
저에게도 그렇게 한다면 어렵게 저를 설득시키지 않고도 간단히 계획한 대로 따라오게 만들 수 있는 게 아닐까요?”
“그럴 순 없지요.”
폴라는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는 것보다 불가능하다는 표현이 맞아요.”
“왜 그렇죠?”
라온은 폴라가 변명한다고 생각했다.
“저는 세상에 나올 때부터 어떤 느낌.... 아니 그보다 촉이 맞겠어요. 그 촉이 와 닿은 남자를 만나게 되면 평생 그 분을 따라가야 해요.”
“에이~  그런 법이 어딨어요?”
라온은 내심 뛸 듯 기쁘면서도 반어적으로 물었다.
“바로 라온님이 그런 법에 적용되었어요.”
폴라는 재미있어하면서 말을 이었다.

“중요한 건 그렇기 때문에 제가 라온님 마음정도는 슬쩍 엿볼 수 있어도 라온님을 제 맘대로 하게끔은 할 수 없어요. 원초적 불능이랍니다.”
“그도 이상한 법이지만 그렇다고 제가 폴라님의 말을 안 듣고 제멋대로 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러자 폴라가 그를 만난 후 처음으로 그를 껴안았다. 진심어린 감정이 잔뜩 배어있는 목소리로 감사하다면서. 라온은 두가지 의문이 동시에 풀렸다. 하나는 폴라가 지금껏 무턱대고 자기를 대하지 않은 이유였다. 라온은 그녀를 만나고 나서부터 코끝을 간질이는 묘한 향기를 느꼈었는데 출처를 몰랐다. 그녀의 피부로부터 오는 것이라는 것을. 그러나 이런 포옹과도 같은 밀접한 신체접촉이 아니면 알 수 없을 그런 신묘한 것이었다. 이것이 두 번째 의문이었다. 그 뒤에 안 것이지만 집을 짓는 것도, 공사하는 사람들이 서재 지하에 비밀장소를 만들게 한 것도, 이후 그런 사실을 완전히 잊게 만든 것도 이러한 정신조종이었다. 그리고 집 내부에 장착된 설비 등도 그렇게 제작되었다. 물론 이 모든 것에 대한 비용은 다 지급되었다고 했다. 자금 출처는 묻지 않아 알 수 없었으나 그녀의 능력으로 봐서 그런 자금을 만들어 내는 것은 여반장 아닐까? 이는 얘기가 계속되면서 그 의문이 풀렸다.

지구궤도를 돌고 있는 각종 인공위성들 모습이 공간에서 사실처럼 나타나면서 폴라가 핵심단계의 계획을 이어서 설명했다. 전자파화된 불임과 노화촉진 시스템을 지구 전지역에 빠짐없이 뿌려대는 단계이다. 단 인간이외의 동물과 식물들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한다고 했다. 다음 단계는 불임과 노화촉진전자파를 언제라도 지구궤도에 있는 많은 인공위성으로 보내 전혀 감지되지 않도록 발사되도록 하는 단계였다. 이 말이 끝남과 동시에 노르웨이의 한 섬에 있다는 ‘지구 종말대비 종자은행’처럼 보이는 지하 기지가 나타났다. 물 흐르듯 장면이 전환되며 갖가지 시설들을 보여주다가 한 곳에 머물렀다. 그곳에는 지금의 우리 아이들과 비슷하게 생긴 젊은 청년들과 그들의 아내로 보이는 역시 젊은 처자들이 생활하고 있다. 한 처자는 운서의 딸과 닮아보였다. 이들 외에 한두 살 가량 되는 애들도 여럿 있었다.
“불임과 노화전자파가 발사되고부터 일정기간 우리들이 전자파를 피해 지낼 쉘터도 사전에 준비해야 해요. 각종 생필품과 생활에 필요한 기기들도 이것이 완성되면 조달해야 되고요. 디데이 며칠 전 애들의 배우자가 될 여아들도 모두 이곳으로 데려올 거예요. 여아들믜 부모들은 이미 다 설득이 된 상태인 실행하는 데 아무 문제없어요.”
라온은 이 모든 것이 폴라의 능력으로 가능하리라는 믿음이 절로 솟았다.

“그리고 철저히 교육도 시키고요. 저건 모든 상황이 종료될 때까지 그곳에서 머물며 지내는 모습이랍니다.”
“임튼 대단한 폴라님이십니다. 한데 이런 일들을 진행하는데는 엄청난 자금이 필요할 터인데...”
라온은 폴라에 대한 믿음으로 별 걱정은 하지 않으면서도 궁금했다. 의외의 답변이 나왔다.
“저는 부유한 집안에서 자라나면서 어릴 적부터 다양한 분야의 과학기술에 대한 공부를 하면서 각종 투자공부도 했어요. 제가 직접 개발한 인공지능을 이용한 투자로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지요. 이 씨드머니가 알아서 확대 재생산이 되어 계속 누적적으로 쌓여왔었기 때문에 자금에는 아무 문제없어요. 사실 우리의 계획에 소요되는 자금은 엘론 머스크가 화성으로 가는 계획에 쏟아 붓는 돈의 10%도 채 안 되는 규모일 거랍니다.”
라온은 그저 신통하기만 했다. 너무도 철저한 폴라였다. 그 뒤로 폴라의 작업이 계속되었다. 지상 및 지하에 배치된 각종 무기들의 위치를 파악하여 TV에 업로드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핵무기를 실은 각종 형태의 잠수함의 실시간 위치를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나아가 각종 군함들의 위치까지 언제든지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많은 시간이 걸렸다. 이 일을 수행하면서 라온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슬슬 이런 일에 재미를 붙이게 되었다. 이경위는 믿기지 않은 듯 기가 차서 진술을 중단했다.
“이 모든 것을 꾸미기 위해 그렇게 막대한 자금이 필요했던 거였군요. 그런데 라온씨는 자금 얘기를 듣고도 처음에는 왜 몰랐다고 거짓 긴술을 했습니까?“
“제가 알았다고 하면 그 자금을 뭐에 쓰려고 했는지 또 꼬치꼬치 물었을 것 아닙니까? 그래서 몰랐다고 한 겁니다. 이제야 그 동안 있었던 얘기를 하니 더 이상 속일 필요는 없지요.”
라온이 덤덤하게 말하자 이경위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은 여기까지 합시다. 내일은 라온씨 집으로 가서 지금까지 말한 것을 확인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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