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해되지 않는 애절한 응어리에 관한 이야기
11.수사 몽타주
OO종합병원 1층 출입문을 열고 들어서는 두 형사.
유관석 주치의인 내과 당뇨병 전문의사로부터 설명을 듣는다.
진료실을 나오며 ‘부인이 몰래 그걸 집어넣은 게 분명 하네요’ 라고
김형사가 말하자,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제갈형사.
강남지역의 한 아파트 내부를 수색하고 있는 두 사람.
나이는 많이 들었어도 고운 자태의 할머니가 지켜보고 있다.
화장대 위에 놓여있는 사진액자.
젊은 미모의 한운서가 부모들 사이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아파트를 나서는 두 사람의 허탈한 표정.
세곡동 개인주택 앞에 차를 세우는 두 사람.
문 앞에는 유현덕이라는 문패가 붙어있다.
집 내부를 수색하던 제갈형사가 이거다 싶은 표정을 짓는다.
책장 틈에서 아주 작은 전자기기를 꺼내드는데,
이리저리 살펴보다 별 볼일 없다는 듯 도로 집어넣는다.
정원을 걸어 나올 때 그들 뒤편으로 가설물이 보이고,
열려있는 문으로 오토바이 앞부분이 흐릿하게 보인다.
12.조사실 (내부)
제갈형사
유회장이 먹던 약과 다른 성분이 나왔습니다.
왜 그런 건지 솔직히 말씀해 주시죠!
한운서
(놀래며)
내가 어떻게 압니까?
제갈형사
음식에다 몰래몰래 넣었을 수도 있겠죠.
한운서
(기가 막힌 듯)
음식물도 검사했을 거 아녜요?
제갈형사
일이 터진 후 음식물을 바꿔치기 했다면야...
한운서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입을 닫아버린다.
제갈형사
부인께서야 그 약물을 먹어도 별 지장이 없었을테구요.
그걸 확인해보기 위해서.. 혈액체취 좀 하겠습니다.
한운서
얼마든지요! 그걸로 그런 일이 없다는 게 입증된다면야.
제갈형사가 한운서와 함께 조사실을 나선다.
13.아담한 단독주택, 유라온의 집 (내부) (저녁)
주방 겸 식당의 조리대에서 열심히 음식을 만들고 있는 남자.
유라온, 32세, 호리호리한 체격. 편안한 복장에다 앞치마를 두르고 있다.
하나씩 음식을 옮기는 데 다 차려지자 제법 푸짐해 보인다.
식탁에 앉아 화장실을 바라보는 그의 표정이 뿌듯해 보인다.
얼굴을 닦으며 나오는 다솜. 26세, 늘씬한 몸매, 예쁜 얼굴.
간편한 차림. ‘야 맛있겠다’ 라며 앉더니 대번 퇴박이다.
다솜
오늘 맛있는 거 사준다더니 뻥이었네요~~
라온
미안, 미안. 곧 내기로 한 원고가 넘 쓰레기 같아서...
다솜
(예쁘게 눈을 흘기며)
내가 뭘 보고 서방님과 결혼했는지 몰라.
라온
(빙그레)
첨엔 나 같은 사람 없다고 하더니 웬 딴 소리?
다솜
(부러 한숨)
에그, 글쎄 그게, 아마도 그땐 내 눈에 콩깍지가 끼었을 거야.
라온
(히히덕)
이젠 후회해도 소용없잖아! 그 때 그 기분을 살려 고~하자고.
다솜
(삐친 척)
흥~
라온
(다정스레)
어여쁜 우리 다솜 아씨! 왜 그러실까?
대신 저녁 맛있게 준비했잖아요? 설거지까지 할게. 그럼 됐지?
다솜
정말?
라온
그러~~엄.
얘기를 나누며 맛있게 식사를 끝내고 일어서는 다솜.
다솜
서방님~~ 그럼, 부탁~해요.
라온
(신문을 건네며)
대신 그동안 이 기사 좀 읽어 봐. 과연 진실은 어디에?
다솜
(받아들며)
어이구 서방님! 언제까지 명탐정 흉내를 낼거유?
참 걱정된다. 걱정돼. (말로만)
신문을 보며 소파로 가더니 ‘며칠 전거네’라며 털썩 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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