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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스토리

불 꽃 살(殺) (제6회)

by 허슬똑띠 2022. 5.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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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해되지 않는 애절한 응어리에 관한 이야기

 

 

14.유라온의 집 (내부) (오전)

 

좁은 공간을 거의 점령하다시피 한 책장.

넘쳐나는 나머지 책은 그 앞에 두서없이 쌓여있다.

창문 앞에 놓인 큰 책상에 앉아서 라온이 글을 쓰고 있는데,

(소리) 휴대폰 벨.

 

라온

여, 공명선생~~

 

제갈형사(F)

진짜 제갈공명이라면 얼마나 좋겠냐?

요새 어때? 소문으론 새로운 소설을 집필중이라던데?

 

라온

하하 거기까지 퍼졌어? 슬슬 유명세를 타가나?

노인 살해사건을 추적해가는 얘기야.

 

제갈형사(F)

모처럼 추리소설을 쓰는 모양이군.

 

라온

글쎄? 주된 모티브는 근친상간에 대한 건데.

 

제갈형사(F)

근친상간? 특이한 주제구만. 그래 살인범은 누군가?

 

라온

우연히 태생에 대한 비밀을 알게 되어서 일어나는 사건이야.

 

제갈형사(F)

무슨 비밀인데?

 

라온

(빙그레 웃으며)

미리 다 말해버리면 재미없잖아

 

제갈형사(F)

하하 내가 주변머리가 없군.

 

라온

유관석씨 변사사건은 잘 진행돼가?

 

제갈형사(F)

그래서 전화를 한 건데,

 

라온

(짐짓)

뭔 문제가 있어?

 

제갈형사(F)

오리무중, 바로 그거야. 주목했던 부인에게도 혐의를 찾을 수가 없어!

 

통화를 하는 모습이 계속 이어지고 가끔 메모를 하는 라온.

 

15.XX모텔 룸 (내부) (아침)

 

침대 옆 탁자의 스탠드만 희미하게 불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창문이 두꺼운 커튼으로 가려져 있어 어두침침하다.

뒤척이던 사내가 옆자리를 더듬는다. 이상한지 벌떡 몸을 일으킨다.

장석태(일명 장돌태), 34세, 다부진 체격. 벌거벗고 있다.

 

돌태

(혼잣말)

젠장, 어떻게 된 거야? 제대로 볼일도 못 본 것 같은데.

그 정도 취하진 않았었는데?

그런데 씨팔, 이년은 언제 빠져나간 거야.

 

침대에서 내려와 짜증 섞인 표정으로 잠시 서성이는 돌태.

 

(플래시 백)

돌태가 두 남자와 룸살롱에서 나온다. 배웅하고 들어가는 호스티스들.

(소리) 장석태의 휴대폰. 혹시나 하는 표정.

말없이 전화를 받으며 붉은 얼굴에 음탕한 미소가 번진다.

 

낮은 소리로 ‘오케이’하며 통화를 끝내고 씩 웃는다.

두 사람에게 손짓하자 눈치 채고 큰 길로 택시를 잡으러 간다.

그들과 반대 방향으로 가는 돌태. 골목길 끝 부분에 보이는 모텔건물.

 

모텔 방에서 또 술을 마시는 돌태. 그에게 가려져 있는 여인.

반투명 유리창으로 보이는 샤워하는 여인의 실루엣.

그것을 바라보며 입맛을 다시는 돌태. (페이드아웃)

 

(페이드인) 침대에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는 여인의 흐릿한 모습.

벌거벗은 돌태가 이불을 제치며 올라선다.

여인위에 올라타다 말고 풀썩 그 위로 엎어지는 돌태. (암전)

 

(페이드인) 다시 현재의 룸. 고개를 휘젓더니 전기 스위치를 올린다.

작은 전등 몇 개가 켜지고 룸 내부가 훤해지며,

침대는 물론 탁자나 바닥 모두 깔끔하게 정리된 모습이 나타난다.

 

돌태

(들러보며 혼잣말)

아니? 말짱하네. 이상한 년이군. 더럽게 깔끔한 척 하긴...

 

(시간 경과)

욕탕에서 수건을 목에 걸고 나와 냉장고를 여는 돌태.

텅 비어있는 냉장고에 음료수 병 하나. 꺼내어 벌컥 벌컥 마신다.

바닥에 내동댕이쳐지는 빈 통. 주섬주섬 옷을 입는 돌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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