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라리스 스텔라의 비밀 2
얼마 후 세 사람은 국선 변호사 입회하에 유라온과 대면하였다. 마고도가 고개를 푹 숙인 채 침묵을 지키고 있는 라온을 잠시 관찰하다가 조용한 어조로 자기소개부터 했다.
“나는 마고도라고 하오. 무슨 문제가 있는지 몰라도 나하고 상의하면 해결할 수도 있어요. 혼자서 끙끙 앓아보았자 본인 속도 썩고 당신 속 썩는 것을 보는 부인의 속도 타들어갈 겁니다.”
마고도의 말이 묘한 뉘앙스를 풍겼는지 라온이 고개를 숙인 채 살짝 눈을 치켜뜨고 마고도를 얼핏 보는 눈치였다.
“혹시 갈라테이아라는 존재를 아는지 모르겠네요?”
마고도가 라온의 태도에서 미묘한 움직임을 포착하자 틈을 주지 않고 전혀 관계없을 듯한 질문을 던졌다. 이 말에 움찔한 라온은 소리쳤다.
“폴라는 갈라테이아가 절대로 아니란 말입니다! 폴라를 욕하지 마세요!”
“난 라온씨의 그 말을 믿습니다. 하지만 그 믿음과 현실은 별개의 것입니다. 믿음은 깊이 간직해두도록 하세요. 하지만 그 믿음을 부인과 아이들을 위한 방향으로 헌신하지 않으면 결국 그 믿음조차 깨져버린다는 점을 깨우쳐야 합니다. 지금 라온씨는 일시적으로 엄청난 충격을 받았기 때문에 갈팡질팡하고 있어요. 계속되는 그런 상황을 부인과 아이들이 절대로 바라지 않아요.”
그러자 라온이 눈물을 쏟으며 말을 시작했다.
“저는 폴라의 존재가 사라지고 나서는 더 이상 삶의 의미를 찾을 수가 없었어요. 그러다보니 정말 어찌하여야 할지 몰라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고요.”
“사실 그대로를 밝힌다고 해서 부인을 욕되게 하지는 않습니다. 도리어 라온씨가 처한 난감한 상황을 벗어나는 것을 부인은 원하고 있을 것입니다. 부인이 왜 거짓까지 하면서 고국으로 돌아간다는 영상편지를 남겼겠습니까. 그건 다 부인이 혼자 남게 될 라온씨를 위한 것이 아닐까요? 우리가 라온씨의 비밀을 철저히 지켜드릴 터이니 걱정하시지 말고 예전과 같은 부인의 존재감을 계속 유지하면 됩니다.”
그러자 라온은 눈물을 훔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네 잘 알았습니다. 제 집에 가셔서 폴라가 사라지던 당시의 영상을 보여드리겠습니다.”
라온은 집에 도착하자 곧장 침실로 향했다. 침실등 오른 쪽 버튼을 세 번 누르자 홀로그램영상이 떴다. 그 영상은 라온이 진술한대로 폴라가 쓰러지고 아이들과 함께 안개처럼 사라지는 모습까지 아주 사실적으로 보여주었다. 마치 현실에서 보는 것과도 같이 아주 생생했다. 영상이 전개되는 내내 라온의 눈에서는 눈물이 그치지를 않았다. 한 가지 이상한 점은 이전 영상에서는 나던 소리가 이것에서는 거의 들리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폴라가 사라지기 직전에 라온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알 수 없었다.
“저 순간 부인께서 비밀스런 얘기를 한 것 같은데 그 내용을 말해주겠습니까? 아니 부인께서 별도의 영상으로 밝힌 것으로 판단되는데... 매우 중요한 사실이 담겨 있겠지요? 라온씨 자신조차도 믿기 어려운 그런 사실 말입니다.”
마고도는 아마도 이 상황을 꿰뚫어 보는 듯했다. 그러자 라온은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눈물을 머금은 눈을 감고 한참을 생각하더니 결단을 내린 듯 서재로 향했다. 그는 작은 TV 화면에 대고 눈을 세 번 깜빡거렸다. 이것은 그냥 버튼만 누르면 일반 방송이 나오는 것인데 아마도 비밀내용을 보기위한 별도의 시스템인 것으로 판단되었다.
“폴라가 아무런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나니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망연자실 하고 있으면서 폴라 생각을 하다가 폴라가 있는 힘을 다해 자신이 남긴 이야기를 보라는 말이 생각나서 켰어요. 너무나 가슴이 미어지고 절대 남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내용이라 별도로 떼어서 여기에 보관해둔 것입니다.”
라온의 말과 함께 화면이 밝아지면서 폴라의 모습이 나타났다. 세 사람은 그녀가 어두운 표정으로 이야기하는 것에 주의를 기울였다. 폴라가 죽음에 이르게 된 원인에 대한 설명부터 시작되었다.
“라온님께 지금껏 말씀드리지 못했으나 저는 실은 지구에서의 용어로 치면 안드로이드입니다. 지금은 폭파되어 사라진 외계행성에 왔어요. 지구로부터 약 50광년 떨어져 있으므로 50년 후에나 사라질 거예요. 저는 영구적으로 작동하는 배터리로 생명을 유지하고 있어요. 아이언맨이 만들어낸 소형원자로 같은 것이지만 그것과는 비교도 안 되어요. 난파 우주선에서 필요한 것을 챙겨 나오는 도중 먼지 폭풍을 만났습니다. 아마 그 때 그 먼지가 코로 흡입된 것 같아요. 아차 했어요. 평상시와 같이 행동했던 거예요. 아마 그 먼지 속에는 극히 미세한 금속물질이 함유되어 있었던 것 같아요. 일반 사람에게는 거의 영향을 주지 않지만 저에게는 극약이나 다름없었어요. 아마도 그것이 밧데리에 달라붙어 서서히 치명상을 가했던 으로 보입니다.“
이때 폴라는 머지않아 밧데리의 작동을 멈추게 될 것임을 직감했다고 했다. 그래서 이 홀로그램도 사전에 미리 준비를 했던 것이다. 밧데리가 작동을 멈추면 본래 설계된 대로 자신은 연기처럼 사라질 것이니 놀라지 말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그녀가 계속 말을 이었다.
“제가 안드로이드인 주제에 어떻게 라온님의 애들을 임신할 수 있었는지 무척이나 궁금하셨죠? 인조인간이라는 거만 빼고 솔직히 고백하려고 몇 번이나 마음을 먹었었지만 도저히 말씀드릴 수 없었어요. 우리의 계획이 성사되면 그 때 얘기를 드리자 하고 미루어 두었지요. 제가 아빠라고 말씀드렸던 분 있었죠? 그분께서 저를 탄생시켜주었어요. 그래서 저는 항상 그분을 아빠라고 불렀죠. 아빠는 저를 정말 인간이상으로 대우해주시며 애지중지하셨더랬죠. 우리의 행성이 폭발되기 직전 미리 제 체내에 우리의 행성인의 난자를 삽입해 두었답니다. 혹시 가능성이 있을지 모르는 미래를 위해서죠. 그리고 폭발하기 직전 순간이동의 문을 열어 저를 지구로 보냈던 거랍니다. 지구에 도착하자마자 저는 라온님을 만나게 되었지요. 아마 당시 라온님은 밝고 하얀 섬광 비슷한 것을 보셨을 거예요. 순간이동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시면 될 겁니다. 라온님과 조우하자마자 당초 프로그래밍되었던 대로 라온님은 저의 영원한 주인님이 되신 거예요. 이건 불가역적이죠. 그건 제가 돌려서 말씀드린 대로입니다. 저는 우리별 사람들처럼 정신적 교감으로 라온님의 정자를 흡습해서 수정하여 세 아들을 잉태한 것이랍니다. 라온님이 항상 궁금하게 여겼던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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