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꽃 살(殺) (제12회)

 

용해되지 않는 애절한 응어리에 관한 이야기

 

31.공원 (외부) (오전)

라온이 공원 내의 기구로 운동을 하다가 멈추고 휴대폰을 꺼낸다.

제갈형사(F)

재미있는 게 나왔네.

라온

벌써 확인해봤어?

제갈형사(F)

당연히 서둘러야지! 부인은 별 거 없는데, 아들이 수상쩍어.

집중적으로 전활 한 데가 있는데, 사건 당일 날은 엄청 많아.

상대방 전화가 신원 불명이지만.

라온

알았어! 그게 바로 두 번째 연결고리에 대한 힌트야!

제갈형사(F)

(궁금)

힌트?

라온

지금 만날 수 있을까? 뭐 좀 확인하러 가야겠는데...

제갈형사(F)

이렇게 즉각적으로 나오는 거 보니 예사롭지 않은데?

알았어! 반장님께 얘기하고 데리러 갈게!

32.수사관 차 (내부)

제갈형사가 운전하면서 궁금해서 죽겠다는 표정을 짓는다.

힐끗힐끗 라온을 곁눈질 하며 말을 꺼내기를 기다리는데,

라온이 뜬금없이,

라온

유관석씨가 쓰던 수저, 그거 그 분 전용이지?

제갈형사

부인이 그렇다고 했어.

라온

그거 지금 확인해 볼 수 있지?

제갈형사

물론! 근데 왜?

라온

글쎄? 아직은 추론에 지나지 않을 뿐이라서...

하지만 그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을 것 같아서.

여전히 궁금한 표정으로 휴대폰을 꺼내들면서,

제갈형사

뭔지 모르겠지만 알았어!

33.증거물 보관실 (내부)

제갈형사가 수저가 든 박스를 받아들고 와서 라온의 귀에 속삭인다.

제갈형사

저 친구한테 특별히 부탁한 거니 알아서 잘 다루라고.

라온

(웃으며)

장갑이나 줘.

 

고무장갑을 낀 뒤 젓가락을 세밀하게 살펴보기 시작하는 라온.

라온의 시선으로 보이는 젓가락. 나무 재질, 사각 형태.

일반 금속류의 젓가락보다 두께가 두툼하다.

위쪽의 갈색부분에 희미하게 새겨진 무늬가 보인다.

라온이 비슷한 형태의 젓가락을 꺼내면서

언제 그런 건 준비했냐는 표정의 제갈형사에게 미소로 답한 후,

두 가지의 무게를 각각 재보고 유관석 젓가락을 살살 튕겨본다.

일순 회심의 미소가 스쳐간다.

 

제갈형사

제대로 찾은 모양인데?

유라온

(묵묵무답)...

제갈형사

(궁금해 못 견디겠다는 듯 다가서며)

그거 이 젓가락과 별다른 것 같지는 않은데?

유라온

젓가락 양 짝 모두 속이 빈 것 같아. 내가 가져온 건 안 그런데.

공명선생이 번갈아가며 튕겨봐. 느낌도 다르고 소리도 다를 거야.

제갈형사가 두 가지의 젓가락을 받아서 튕겨보더니,

제갈형사

글쎄, 난 뭐가 뭔지 모르겠는데.

미소를 띠며 넘겨받은 젓가락표면을 손가락으로 조심스럽게 쓰다듬는다.

두꺼운 쪽 무늬부분이 클로즈업 되면, 드러나는 희미한 가로선.

카메라 줌아웃 되면 주머니를 뒤적이는 라온의 모습.

부드러운 헝겊조각과 작은 펜치를 꺼낸다.

제갈형사

(갸웃)

아니 또 그런 건 언제 챙겨왔어?

유라온

(씩 웃으며)

이런 걸 예상했지요.

젓가락 상부를 헝겊으로 덮고 펜치로 젓가락 맨 윗부분을 잡는다.

조심스럽게 왼편으로 돌리자 맨 위부분이 조금씩 돌기 시작한다.

라온이 헝겊조각을 치우고 계속 돌리자 뚜껑이 벗겨진다.

손으로 그것을 잡아 빼자 마이크로 전자장치가 나타난다.

라온

(만면 미소)

내 짐작이 재수 좋게 맞아떨어졌어!

 

라온이 계속 잡아당기자 주사기 펌프모양의 장치가 딸려 나온다.

젓가락 형태에 맞추어 끝으로 갈수록 두께가 얇아지는 데,

주사기 바늘처럼 생긴 끝부분에 보일 듯 말 듯 미량의 액체가 남아 있다.

희한해 하는 표정의 제갈형사에게 젓가락 끝을 들이대며,

‘여길 좀 보세요’ 하자 젓가락이 클로즈업 되면서,

쉽게 눈에 띠지 않을 만큼 미세한 작은 구멍이 보인다.

라온

이젠 대강 아시겠지?

제갈형사

(끄덕끄덕)

라온

이걸 어떻게 작동시켰을 것 같아?

제갈형사

전혀 감이 안 오는데?

라온

휴대폰을 이용했어!

제갈형사

아하! 그래서 그리 통화가 많았던 건가?

(참고) F는 Filter의 약자로서 다른 매개체를 통해 나오는 음향을 말한다. 예를 들어 전화기에서 흘러나오는 통화소리나 안내방송 등을 표시할 때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