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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스토리

파이토레이드(PHYTORAID) (제2회)

by 허슬똑띠 2022. 6.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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젬트리(GEMTREE) 괴물나무

 

2. 사고

198X년 어느 봄날. 옅은 밤안개가 이리저리 흩어졌다가 다시 모이곤 하면서 산등성이의 윤곽이 흐릿하게 나타났다. 허상처럼 솟아 있는 산등성이 사이로 강줄기가 꿈틀거리듯 흘러가고 있는데 수면 위로도 안개가 듬성듬성 피어오르고 있었다. 강물이 바위에 부딪쳐 솟구치는 포말이 가끔 안개 사이에서 고기비늘처럼 번득였다. 급하게 경사진 산 중턱쯤에 안개로 인하여 윤곽이 드러났다 사라지곤 하는 것을 반복하던 중 도로가 나타났다. 이리저리 구불거리며 이어지는 도로 아래는 벼랑이 버티고 있는데 도로 왼편 멀리서 ‘빠아아앙!’하는 자동차 경적 소리와 함께 여러 개의 전조등 불빛이 나타났다. 서너 개의 불빛이 안개로 인하여 둥글게 어우러져 보였다. 안개 속에서 점차 커져오는 엔진소리와 함께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중형승용차 한대와 육중한 덤프트럭 2대의 모습. 차들의 모습이 가까워지면서 덤프트럭들의 엔진소리가 더욱 거칠게 울렸다. 그런데 마치 승용차 한대를 두 대의 육중한 트럭이 몰아가고 있는 형국이었다. 완만하다가도 심하게 구불거리는 강변길에서 마치 승용차와 트럭이 추격전이 벌이고 있는 것 같아 보이는데 그 사이 지나는 차량은 한 대도 없다. 있는 힘껏 달려가며 트럭의 추격을 따돌리려 애쓰는 모습의 승용차를 유유자적 쫓고 있는 덤프트럭. 그들의 거리는 멀어지지 않고 오히려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다. 갈수록 승용차가 아슬아슬하게만 보였다. 옅은 안개와 어둠 속에서도 이들 차량들이 왼편에서 오른편으로 급하게 휘어지며 약간의 내리막을 이루는 도로에 접근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그 순간 승용차를 위협하듯 바짝 뒤쫓아 오는 덤프트럭 중 한대가 기다렸다는 듯 승용차를 앞지르며 반대편 차선으로 급하게 진입했다. 그러자 그 뒤를 쫓아오던 또 한대의 트럭이 '빠아아앙!' 소리를 내면서 속도를 가속하여 다가와 승용차 뒷범퍼를 들이 박았다. 심하게 흔들리는 승용차. 이 때 반대차선으로 들어가서 승용차를 약간 앞서 가던 트럭 앞 쪽으로 불빛이 번쩍였다. 같은 차선으로 마주 오는 트럭을 발견한 듯 급하게 점멸하는 전조등 불빛. 그러자 트럭이 승용차의 앞쪽으로 급하게 꺾어 들어왔다.

급브레이크 밟는 소리와 함께 승용차가 아스팔트 바닥에 미끄러지면서 만들어 낸 스키드자국이 어둠속에서도 희미하게 나타났다. 아스팔트 부분과 도로 경계선 부분의 흙바닥 사이를 잠시 지그재그로 가던 승용차가 가드레일을 치받으며 그대로 허공에 날랐다. 안개를 흩날리며 떨어지다가 이어지는 '쾅'하는 굉음이 주변 적막을 뒤흔들었다. 그와 함께 급속히 엑셀을 밟는 '부웅' 소리와 함께 마주 오던 차를 스쳐 재빠르게 사라져 가는 두 대의 덤프트럭. 강기슭에는 처참하게 구겨진 승용차가 강기슭에 거꾸로 뒤집혀져있는데 강물이 깨어진 뒤쪽 유리창을 찰싹찰싹 때리고 있었다. 앞부분은 형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거의 부서졌고 엔진 룸에서는 흰 연기가 세게 뿜어져 나오고 있는데 타이어 하나가 허공 속에서 아직도 조금씩 건들거리고 있었다. 앞자리의 의자에 거의 붙어버린 운전석 남자의 팔 하나가 찌그러진 문짝 밖으로 삐져나와 있고 조수석에 있던 여자도 의자와 콘솔박스 사이에 꽉 끼여 있는데 두 사람 모두 미동도 없었다. 그 때 길 위에서 누군가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는 모습과 전조등이 꺼지며 정차하는 차량 한 대가 안개 속에 희미하게 보이면서 무어라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가 조용한 계곡을 뒤흔들었다.

3. 젬트리(GEMTREE) 괴물나무

200X년 7월.

많은 차량들이 연속적으로 도착하여 사람들을 쏟아 내는 인천국제공항 청사의 출국장 앞에 검은 색 고급 승용차 한 대가 정차했다. 뒷좌석에서 검은 양복을 입고 선글라스를 낀 신사 한 사람이 검은 서류 가방을 들고 내리더니 곧바로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그가 출국수속 장소 쪽으로 향하고 있을 때 누군가가 다가와서 그에게 티켓을 건네 주자 곧바로 보안검사장으로 들어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남자는 신사가 안으로 사라지자 지체 없이 청사 밖으로 사라졌다. 이들이 사리지고 난 뒤 여전히 수많은 사람들로 복작거리는 청사 내의 휴게공간에 설치된 대형 TV에서 뉴스가 진행되고 있었다. 도대체 무슨 방송일까 하면서 호기심으로 TV주위에 모여든 사람들이 이색적인 상황전개에 관심을 더욱 고조시키고 있었다. 반짝이는 금속의 결정체를 주렁주렁 달고 있는 짙은 녹색의 키 큰 나무가 TV모니터에 가득 넘실거리더니 이를 배경으로 스튜디오의 앵커가 나타났다.

'불과 1개월 전에 엠그룹 파이토 엔지니어링 연구소 내의 식물원에서 중금속 공해성분을 흡수하여 결정해 내는 나무, 즉 젬트리(GEM TREE)를 선보였을 때만해도 전 세계에서 온갖 찬사를 받았었습니다.'

모니터 아래에 띠 형태로 'GEM은 Grand Environment Management의 약자로서 대규모 환경관리라는 의미. 약자 그대로는 보석을 뜻한다.'라는 글씨가 흐르면서 연이어 나타났다. 곧이어 모니터의 화면이 바뀌면서 젬트리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울퉁불퉁하고 검푸른 빛을 띠고 있는 볼썽사나운 괴물과도 같은 모습이 떠올랐다. 대형 용설란과도 같이 변한 본래 젬트리의 줄기들이 10층 건물정도의 높이로 뻗어있고 그 옆에서는 또 다른 가지가 땅에서 솟아 올라온다. 올라와서 일정크기로 자라면 가시덤불처럼 서로 엉겨 붙고 있었다. 덤불주위로는 계속해서 검붉거나 짙푸른 줄기들이 마치 전설 속 불가사리의 거대한 발처럼 솟아나고 있었다. 이 장면 사이로 땅속에서 솟아나는 죽순들의 모습이 패스트 모션으로 오버랩 되어 나타났다가 사라지곤 했다. 줄기들의 표면에는 가지 각 색의 작은 반점들이 물속에서 방울들이 수면으로 솟구치듯 연달아 떠오르고 있었다. 이렇게 생성된 새로운 줄기들은 부닥치는 대로 모든 종류의 식물과 동물 그리고 심지어 시멘트 구조의 건축물까지 짓이기면서 줄기차게 영역을 확장시켜 나가고 있는데 괴물의 전진을 막기 위해 지역주민들과 소방대원들이 나서서 맞불을 놓듯 괴물의 주위에 있는 나무들에 불을 놓고 있는 모습이 떠오르고 있다. 그 주변으로는 마을 사람들이 가재도구 등을 차에 싣고 분주히 떠나는 모습이 멀리 TV모니터 화면에 연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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