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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스토리

파이토레이드(PHYTORAID) (제27회)

by 허슬똑띠 2022. 7.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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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유괴수와의 싸움 (2)

 

33. 솜털 차단 작업

 

불유괴수 나무 주변에는 많은 트럭들과 중장비들의 모습이 보였다. 많은 사람들이 안전모와 특수마크스를 착용하고 자재를 내리고 나르면서 작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괴수중심 반경 20미터 주변에 중장비로 쇠파이프를 박는 작업이 진행되었다. 한켠으로는 두꺼운 비닐을 서로 잇대는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서서히 네 군데에 높다랗게 박혀 있는 굵은 쇠파이프가 나타나고 사이사이에는 그 보다 구경이 작은 파이프를 박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그러는 한편 작업자들이 맨 위에서부터 네 개의 기둥을 수평으로 서로 연결하는 빔들을 용접하고 있었다. 골조가 다 완성이 되자 여러 대의 사다리차가 동원되어 비닐을 걸어 올려 맨 윗부분을 차단했다. 그 다음 차례로 네 면을 비닐로 모두 막아 장막을 완성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비닐장막을 접착제로 붙여 완전 밀봉했다.

 

이 작업이 완료 되자마자 비닐 장막 안쪽에서 불유괴수로부터 꽃가루솜털들이 어지럽게 날려대더니 순식간에 장막 안은 내부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흐릿해져 갔다. 솜털들이 꽉 들어차자 장막이 쉬지 않고 생산되는 솜털로 인하여 비닐이 조금씩 부풀어 올랐다. 이 때 갑자기 황색의 솜털이 중간 중간에 나타나는 것이 보였다. 황색솜털들이 흰색들을 비집고 외곽으로 나오면서 비닐 장막에 들러붙기 시작했다. 얼마 되지 않아 그 것이 붙어 있는 부분의 비닐이 녹으면서 군데군데 구멍이 뻥뻥 뚫리기 시작했다. 그 구멍은 점차 커지더니 비닐 장막 속에 꽉 차있던 하얀 솜털들이 유유히 빠져 나갔다. 여기 저기 뚫린 곳은 점점 커지면서 결국 비닐자체가 힘없이 주저 앉아버리고 말았다. 그 모습을 쳐다보며 어이없어 하는 사람들. 누군가 '안 되겠네. 유리로 아예 온실을 만드는 수밖에.'라고 중얼거렸다.

 

떠오르는 태양빛에 무언가가 번득이며 움직이고 있었다. 희뿌연 언덕 넘어 멀리 코란도와 승합차 여러 대가 달려오고 있고 그 뒤로 철재 조립자재를 실은 트럭, 대형 유리판을 실은 트럭, 작업자들을 실은 포장트럭, 그리고 중장비 차량들이 줄지어 왔다. 대형 유리판이 계속 햇빛에 번득이며 빛나고 있었다. 괴수 주위로 심한 먼지를 일으키며 차들이 차례로 정차했다. 먼지 속에서 특수마스크를 쓴 작업대장이 손짓을 하자 모두 동일한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들이 한 곳으로 모였다. 사람들이 그를 중심으로 에워싸자 서류를 보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한편으로 길게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이미 박아 놓은 쇠파이프 외곽 방향으로 크레인들이 대형 빔들을 곳곳으로 옮겨놓았다. 작업자들이 이 것을 제 위치에 바로 세워놓으면 장비들이 땅에 박는 작업을 했다. 작업 중에도 꽃가루 솜털들은 괴수의 몸체에서 끊임없이 비집고 나와 약한 선들바람으로도 붕 떠서 올라 하늘로 날아가고 있었다. 해가 점차 기울면서 반대편으로 빔들의 그림자가 서서히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상부 쪽의 빔 연결 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그러는 가운데 해가 완전히 서쪽 편에 잠기면서 어둠이 몰려들었다. 괴수 주변의 지진을 의식하여 멀리 떨어진 곳에 비닐로 장막을 쳤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강렬한 서치라이트들이 그 곳을 훤하게 밝혔다. 그 안에서 작업자들이 모여 식사하고 있는 도중 장막 밖에는 여러 군데에 피워 놓은 모닥불이 피어오르는 연기 속에서 약한 불길을 보이고 있었다.

 

먼 산 너머로 태양이 모습을 드러내기 전 여명부터 작업이 시작되었다. 세워진 빔들의 용접작업으로 2~3미터크기의 네모난 틀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만들어지면, 그 틀에다가 장비가 빨판으로 유리를 가져다 대고 작업자들이 끼우는 작업을 진행했다. 계속되는 작업으로 마침내 괴수 주위를 완전히 들러 싼 초대형 유리 온실이 햇빛에 반짝이며 드러났다. 그 속에서, 날리던 솜털들이 갇혀 방황하듯 빙빙 돌고 있었다.

 

모두들 환호를 지르고 있는데 괴수의 몸체로부터 무언가가 솟아나는 게 아닌가. 새로운 가지들이 가지들 사이에서 뻗기 시작하더니 줄기차게 자라났다. 쭉쭉 뻗은 줄기들이 유리에 닿아도 아랑곳 하지 않고 구부러져도 가지 뻗기를 멈추지 않았다. 결국 그 힘으로 서서히 유리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모두들 어이없어 하는데 커다란 파열음과 함께 유리가 터지면서 산산조각 나고 바닥으로 우르르 떨어졌다. 모두들 급하게 차량뒤 쪽으로 몸을 숨겼다. 이미 떨어져 산산 조각난 유리파편 위로 계속 쏟아지는 유리조각들이 튕겨 오르곤 했다.

 

비대위의 솜털차단작업은 눈물겨울 정도도 끈질기게 이어졌다. 이번에는 유리 온실용 빔들이 세워졌던 곳으로부터 2~3미터 뒤편으로 건물의 기초공사와 같은 작업들이 진행되었다. 거대한 골조들이 세워지고 두꺼운 강판들이 빈틈없이 공간을 메꾸어 나갔다. 한편에서는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과 위원들이 작업모와 마스크로 무장한 채 무거운 표정으로 작업진행을 지켜보고 있었다. 3일 간 쉬지 않고 계속된 작업으로 철판으로 둘러싸인 요새 같은 괴이한 건축물이 그 모습을 드러냈고 표면은 햇빛에 번득였다.

 

'아주 완벽한 강철 방벽이구만' '이제는 제 놈도 별 수 있겠어? 라는 사람들의 소리가 들렸다. 모든 작업이 완료되자 모두들 차량을 점검하는 등 철수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 때 누군가가 경악하며 손으로 한 곳의 용접부문을 가리켰다. 그러나 그 부분뿐만이 아니었다. 용접부위 전체에서 괴수의 가지가 삐져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갈수록 삐져나오는 가지가 급속히 늘어나면서 그 가지들의 둘레가 굵어지기 시작했다. 한 순간 '쩡'소리가 나면서 용접부분이 터지더니 한 조각의 철판이 무너져 내리자 이 후 걷잡을 수 없이 철판조각들끼리 밀리거나 또는 빔에 미끄러져 날카로운 마찰음과 함께 무너져 내렸다.

 

모든 노력이 허사가 된 후 한 달여가 지난 날 아침 비대위사무실에서 위원장이 위원들과 함게 나오면서 다른 방안을 제시했다.

"이제는 우리가 취할 수 있는 마지막 방법입니다. 불임인자 중화제를 괴수의 몸통에 집어넣어 솜털의 성질을 아예 처음부터 죽이자는 겁니다. 여러 과학자들이 괴수의 불임인자를 연구하여 만들어낸 중화제인데 불임인자에게 들러붙어 백혈구가 병균을 잡아먹듯 이들의 성분을 죽여 없애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들이 차량에 올라 정문을 나서자 길가에 대기하고 있던 장비를 실은 트럭과 중화제를 실은 유조차들이 이들을 뒤쫓아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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