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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스토리

파이토레이드(PHYTORAID) (제26회)

by 허슬똑띠 2022. 7.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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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유괴수와의 싸움

 

31. 불유괴수(계속)

 

"전진기지라고요? 한 번 날아와 나무에 기생하면서 불임인자를 풍겨대면 수명이 다하는 게 아닌가요?"

"일단은 그렇습니다. 그런데 다시 본원괴수로부터 솜털이 날아오면 불임인자를 충전 받고 다른 지역으로 다시 날아가는 중간기지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1차로 기지에서 날아온 솜털들이 2차로 날아온 솜털들로부터 충전을 받으면 다른 지역을 감염시켜 2차 전진기지를 만들어 가며 계속 세력을 확장해 나가는 식으로 판단됩니다."

이에 대해 위원 한 사람이 자신의 의견을 개진했다.

"그렇다면 본원괴수가 솜털을 만들어 내지 못하게 하거나 원초적으로 차단하는 것만이 근본 대책이라는 얘기네요."

모두들 그래야겠다고 맞장구를 치자 위원장이 최종 마무리를 했다.

"그러면 이제부터는 저 괴물을 불임유발 괴물 나무, 즉 불유괴수(不誘怪樹) 라 부르기로 하겠습니다. 그리고 지금부터 위원회에서는 불유괴수의 파괴 작업에 착수토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보다 구체적인 상황이 밝혀지기까지는 당분간 언론 보도는 통제하도록 하겠습니다. 자칫 혼란만 부추기는 결과만 부를까 우려됩니다."

 

말을 마친 위원장의 얼굴에는 근심이 꽉 차있었다. 회의를 마지고 자리에 돌아온 그는 머릿속이 복잡했다.

'식물이 인간과의 전쟁을 선포한 셈인가? 인간의 존재를 말살하기 위해 불임이라는 교묘한 방법을 쓰다니 보통 영악한 놈이 아닐세! 식물도 이런 식으로 자아의식을 갖고 도전한다면 이제는 의식불명 된 사람을 두고 더 이상 '식물인간'이란 말을 쓰기엔 부적절한 것 같은데?'

그러면서 가까운 미래에 나타날지도 모르는 식물괴물들의 모습이 상상속으로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차량들로 가득 차있는 거리의 모습. 가다 서다를 반복하고 있는 차량들이 답답한지 가끔 클랙슨 소리를 내고 있다. 갑자기 어디선가에서 '아악' 하는 비명 소리가 들리자 무슨 일인가 하여 차창으로 머리를 내밀고 이리저리 둘러보는 데 눈에 확 들어오는 나무의 거대한 뿌리 모습. 뽑혀진 가로수의 뿌리가 가로수 바로 옆에 있는 승용차 지붕을 덮치고 있는데 나머지 뿌리가 막 땅에서 빠져 나오고 있다. 거리를 지나던 사람들도 비명을 지르며 이리저리 흩어지고 있다. 마치 괴물들이 나무모양을 하고 휘청거리며 땅 위를 걷는 폼이다.

 

그 때마다 나뭇가지의 일부분은 팔처럼 위 아래로 흔들리고 있다. 그런데 이 나무를 필두로 모든 가로수들이 땅위로 뿌리를 들어내기 시작하더니 완전히 뿌리가 뽑힌 나무들이 일제히 자동차를 공격하면서 도로는 아수라장이 된다. 비명을 지르며 차에서 튀어 나와 자동차 사이로 정신없이 도망치는 사람들과 자동차가 뒤범벅이 된다. 나무들은 닥치는 대로 자동차를 뿌리로 우그러뜨리거나 긴가지를 팔처럼 뻗어 도망가는 사람들을 잡으려 허우적대고 있다. 무수한 경찰 사이렌 소리와 함께 경찰특공대들이 속속 도착하여 괴물나무 주변을 에워싸고 있는 가운데 불유괴수의 모습이 오버랩 되어 나타난다.

 

32. 불유괴수 처치작업

 

우주선이 착륙한 달의 표면과도 같은 흑회색의 황무지에 불유괴수가 도도하게 서있었다. 구름 사이로 숨었다가 나타났다 하기를 반복하는 태양 아래서 여전히 이 가지 저 가지 사이에서 솜털을 피어 날리고 있었다. 여러 대의 승합차량, SUV와 경찰 포장트럭들이 먼지를 피우며 불유괴수를 향하여 달려 왔다. 그 뒤로는 박스트럭 10대가 나란히 따라왔다. 승합차량과 SUV차량들이 괴물나무와 50여 미터 정도의 거리를 두고 정차하자, 경찰트럭이 이들을 지나 20여 미터 전방에 정차했다.

 

그러자 망원경 달린 소총으로 무장하고 특수마스크를 착용한 특공대원들이 트럭에서 내리면서 괴수를 중심으로 직경 30미터 정도의 원을 그리며 신속하게 포진했다. 포진이 끝나자 승합차량들 주변에 정차해있던 박스차가 후진하면서 대원들 사이사이에 들어섰다. 그 주변에 역시 특수마스크와 헬멧을 쓴 비대위원들과 조사원들이 포진했다. 모든 준비가 완료되자 특공대장의 신호와 함께 박스차의 상부가 열렸다.

 

상층부가 완전히 열리자 서서히 올라오는 광선포의 모습. 짙푸른 색이 햇빛을 받아 번들거렸다. 10대의 광선포가 모두 괴수를 향하여 조준하기 시작했다. 특공대장이 확성기로 '곧 발사합니다. 모두 보안경을 착용하십시오!'라고 큰 소리로 외치자마자 모든 사람들이 검은 안경이나 고글을 착용했다. 확성기로 발사명령이 떨어졌다. 순간 레이저 빔이 뿜어져 나오면서 연속적으로 괴수를 타격하자 순식간에 검은 화염에 휩싸였다. 잠시 괴수의 모습이 사라진 것처럼 보이더니 화염이 걷히면서 전혀 흔들림 없는 괴수의 모습이 드러났다. 재차 광선포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공격의 화염 속에 잠시 사라졌던 불유괴수가 다시 나타나는 이러한 상황이 몇 번이나 반복되었다.

 

공격 시 마다 다시 제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매번 솜털 꽃가루를 뿌려대었다. 그것을 바라보는 모든 사람들의 얼굴에 당황하는 빛이 역력했다. 그런데 갑자기 진동이 일면서 차량들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예스럽지 않은 사태임을 직감한 위원장이 차량에 대피하여 신속하게 그 자리를 벗어날 것을 주문했다. 탑승인원이 모두 올라탄 차량들부터 그 지역에서 재빠르게 벗어났다. 다행히도 진동이 커지기 전에 모든 차량이 다 철수하여 피해는 없었으나 철수하는 차 속에서 위원장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계속 중얼거렸다.

'아니 이놈이 자신이 공격한다는 사실까지 알고 있다는 게 아닌가? 정말 무서운 놈이네!'

 

괴수의 처치작업이 어처구니없게 아무 성과도 없이 끝나고 난 뒤 위원들이 다시 회의실에 모여 중지를 모으고 있었다. 위원장이 어두운 표정으로 말을 꺼냈다.

"처음부터 간단하게 끝나리라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저 괴수가 저 정도일 줄이야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그것도 그런데 조금 전 과학연구소 백신개발팀에서 연락으로는 백신의 개발도 만만치 않다고 합니다. 이번에는 양상이 전혀 다른 것 같습니다. 과장된 표현일지 모르지만 만의 하나라도 이 꽃가루가 전 세계로 퍼지면 정말 그 때는 인류의 생존에 중대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어요."

누군가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면 정부에서 비공식 루트를 동해 우선 우리 주변국가에만 이러한 문제를 통지하고 협조를 구하도록 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어쩌면 우리 인류의 생존 문제가 걸려 있다고도 볼 수 있는 것이니까 모두의 힘을 합칠 필요가 있겠지요. 알겠습니다. 여러 국가의 과학자들이 동참하도록 조치하겠습니다."

모두들 '그게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라며 동의했다.

"그런데 그건 그거고 우리가 먼저 할 수 있는 것은 조치해보도록 합시다. 기왕에 뿌려진 솜털들은 계속 제거하여 거의 없앴는데 연속적으로 날아오니 소용없네요. 이제는 그것이 흩날려 오지 않도록 불유괴수 자체를 봉쇄하는 조치를 취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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