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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스토리

불 꽃 살(殺) (제37회)

by 허슬똑띠 2022. 7.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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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해되지 않는 애절한 응어리에 관한 이야기

 

 

94. 다시 낡은 공장 건물

 

이연

강철중씨는 우리 아버지가 매우 아끼던 후배였어.

아저씨는 떠났지만 나를 위해 가장 중요한 걸 마련해주신 거지.

그 뒤로 완벽한 복수를 위해 성전환 수술까지 했고

증거를 인멸한다고 했는데...

오히려 단서를 포착할 수 있도록 해버린 꼴이 되었어.

여하튼 기가 막히더군. 그것까지 추적해 내는 걸 보니.

 

라온

성형수술은 왜 했지?

 

이연

성전환 전에 내가 변하고자 하는 대상자를 찾았어. 노숙자 쉼터에서.

그런 다음 철저히 그 여자로 변하기 위해 한 거지.

 

라온

그럼 그 여자도 죽인 건가?

 

이연

아니! 그 여자 자기 신분 그대로 새롭게 출발하도록 해주었어...

똑 같은 두 여자가 공존하고 있었던 셈이지.

그건 그렇고 유현덕의 독살방법까지 찾아내는 걸 보고

안 되겠다 싶어 서두르게 되었는데...

결과적으로는 당신한테 지고 만 셈이지.

 

라온

사실 그렇게 추리해낼 수 있었던 건 다 다솜 아씨 덕분이었네.

 

이연

다솜 아씨?

 

라온

자네가 사랑하던 사람을 내 소녀라고 하듯,

나는 내 아내를 그렇게 부른다네.

 

이연

재미있군.

 

라온

그런데 유현덕이 죽는 걸 보고,

수사상황을 다 알고 있다는 느낌이 들던데...

 

이연

(떫은 웃음)

재미있는 사연이 있었지.

 

(컷인)

신2로 장면 이동되고 부인이 나가고 나면,

김형사가 양복이 거북한 듯 한차례 몸을 좌우로 추스르고 나서,

 

김형사

(살짝 고개 숙이며)

김인진이라 합니다.

 

이연(여자)

(역시 고개를 숙이며 다소곳하게)

지연숙이에요. (와이프아웃)

 

(와이프인) 다시 나타나는 공장 건물.

 

이연

내가 다니던 미장원 원장이 나를 무척이나 맘에 들어 했어.

하루는 지 동생에게 소개시켜주겠다고 하더군. 좋은 기회다 싶었지.

김인진 형사, 그 사람은 아무 잘못이 없어. 날 만난 게 문제였지.

 

라온

(어처구니없는 표정)

그런 일이 있었을 줄이야...

 

눈물이 글썽한 얼굴에 묘한 미소를 지으며,

 

이연

천하의 유라온도 그것까지는 자세하게 내막을 모르고 있었군.

 

다시 침울해지면서,

 

이연(계속)

당신이 죽어줘야 남은 한 쌍을 처리할 수 있을 것 같아.

나는 그들마저 불태워버린 다음 내 소녀 곁으로 가련다.

 

라온

나도 그 맘 잘 이해할 수 있어. 하지만 너무 심한 거 아냐?

 

이연

(화난 큰 소리로)

당신이 뭘 알아? 나처럼 참혹한 상황을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이해할 수 없어! 정말 이해 못해!

거기다가 힘 센 자에게 대항하는 사람의 목소리는 누구도

들어주지 않는... 이 비열한 사회를 그대로 묵과하는

너희들과 같은 ‘천사의 가면을 쓴 악마’들은.......

(잠시 침묵)

안됐지만 앞으로의 계획을 방해하지 못하도록 먼저 보내야겠다.

 

(소리) 멀리서 들려오는 경찰 사이렌.

이연이 먹이는 다른 약물을 순순히 먹고 난 라온,

그 자리를 벗어나려는 이연을 바라보며

 

라온

(간곡하게)

나는 죽더라도 우리 다솜아씨는 절대 손대지 않겠다고 약속해줘!

그리고 말이야, 나머지 두 사람 용서해주면 안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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