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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스토리

좁혀지지 않아 보이는 소녀와의 거리 (아찌<제12회>)

by 허슬똑띠 2022. 8.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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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꿎은 운명과의 가슴시린 사랑 이야기

 

S#23. 봄 여행 몽타주

 

많은 차들이 주차되어 있는 아파트.

주차장 한 켠에 제법 큰 오토바이 한대가 세워져 있다.

현관문이 열리며 검은 선글라스를 끼고 검은 가죽자켓을 걸친 이반이 파란색 헬멧을 들고 그의 애마로 다가 온다.

빨장의 할리데이비슨만큼 크지 않지만 그래도 제법 듬직하게 보인다.

그 뒤로 역시 이반과 같은 복장을 한 이화가 따라 나온다.

그녀의 목에는 엷고 알록달록한 실크 스카프가 걸쳐져 있다.

이화가 뒤에 타서 이반의 등을 껴안자 이내 시동을 켜는 이반.

'부르릉'하는 육중한 엔진 소리가 아파트 주변을 진동한다.

오가는 차들이 많지 않은 넓은 시내 도로.

차들을 하나씩 추월해 가면서 경쾌하게 달리는 오토바이.

미사리 강변도로. 조정경기장을 지나 팔당대교로 향하면서 더욱 속도를 내어 달려가는 오토바이. 뒤편 양쪽에 붙은 후미 등 주변을 장식한 파랗고 빨간 작은 불빛들이 연신 깜박거린다.

달려오는 오토바이 앞쪽으로 화면이 바뀌면서 클로즈업 된다. 이반이 자기를 감싸 안은 어머니 이화의 손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이반 엄마가 그러고 있으니 진짜 내 애인 같네~~~

이화 그래 나도 젊은 애인 둬서 정말 기분이 좋다.

이반 그런데 엄마는 나이도 안 먹나 봐. 아직도 이렇게 피부가 보드라우니.

이화 그래? 정말 다행이다. 젊은 애인한테 그런 얘기까지 들을 정도니.

 

이화는 아들의 말에 응수하며 신난다는 듯 깔깔댄다. 이반도 그런 어머니의 응수가 좋아 큰 웃음을 터트린다.

바람을 가르며 오토바이가 달리면서 그녀의 스카프도 뒤편으로 길게 날린다.

팔당호 주변 터널. 연속적으로 나타나는 터널들을 지나친다.

마지막 터널과 다리가 이어지는 곳의 앞 편에서 오토바이가 나오는 모습을 잡는다.

어둑한 터널 속에서 밝은 외등이 번쩍하고 터져 나오면서 오토바이가 빠른 속도로 다가온다.

그리고 스치듯 카메라를 지나쳐 호수에 걸쳐있는 다리로 향해 멀어져 간다.

많은 차들과 사람들이 북적대는 휴게소.

작은 음료수 병을 든 이반과 이화가 휴게실 건물에서 나온다.

얼마 후 양근대교를 건너자 오른 편으로 꺾어 이차선 도로로 접어든다.

길 옆으로 호수를 이룬 강줄기 넓게 펼쳐 친다.

각종 식물들과 꽃과 나무들이 어우러진 퓨전 한정식 음식점.

이화가 이주 만족한 표정으로 음식점을 나온다.

'오늘, 내 아들 이반덕분에 정말 잘 먹었네. 아주 특별한 음식이었어!'라고 감탄하며 오토바이에 탄다.

그들이 음식점에서 나와 얼마 오지 않았을 때 고개 중턱에 있는 음식점에 세워진 빨간 색의 외제 스포츠카가 보인다.

오토바이로 그곳을 스쳐 지나갈 때 이반이 살짝 곁눈질 한다.

그리고 오토바이 백미러에 나타나는 모습을 눈여겨본다.

빨간 부츠, 검은 모자에 검은 가죽자켓, 검은 가죽바지를 입은 빨장과 함께 음식점에서 나오는 소다미. 그들은 천천히 빨간 외제 스포츠카로 걸어간다. 백미러에서 점점 멀어져 가다 사라진다.

 

이반 (독백) 엊그제 분명 이번 토요일 중요한 일이 있어 나를 만나지 못한다고 했는데……. 그런데 스포츠카를 끌고 빨장과 함께 데이트를 즐기고 있다니?

 

(Cut in)

스포츠카로 향하면서, 막 스쳐 지나가는 눈익은 오토바이를 보고 갸우뚱하는 소다미. 이미 저 멀리 언덕을 오르고 있는 모습을 계속 바라보다 이상한 표정을 짓는다. 먼저 차에 탄 빨장이 그런 그녀를 보고 역시 이상한 표정을 짓다가 차에 타라고 재촉한다.

 

경사진 왼쪽 커브를 돌아가는 이반의 오토바이가 다소 주춤거린다.

 

이반 (독백) 아냐! 오늘 따라 기분이 최고조에 달한 어머니를 생각해야지. 그래 정말 그럴 순 없지.

 

그러면서 출력을 올려 언덕을 힘차게 올라간다.

그러나 배신감과 질투심이 그의 몸을 떨리게 한다.

그 때문에 정신이 혼미한 듯 오토바이가 약간 출렁이며 순간 중앙선을 넘는다. 그 때 상대편에서 오는 자동차가 깜빡이는 헤드라이트 빛이 그의 정신을 번쩍 나게 한다. 다시 정확하게 자리를 잡고 올라가면서 이반은 고개를 살그머니 젓는다.

이화는 그의 등에 기대어 그의 체취에 빠져 눈을 감고 있으면서 이를 전혀 감지하지 못한 것 같다.

다행스럽다는 표정으로 살짝 이화의 손을 다시 만지작거리기 시작한다.

다시 편안한 표정으로 돌아오는 이반. 고개를 넘어가면서 사라지는 오토바이.

 

 

S#24. 스카이 라운지 / 밤

 

붉게 떨어지는 햇살을 받으며 다소 복잡해진 시내로 들어서는 이반과 이화가 탄 오토바이.

 

이화 내 아들 이반! 점심은 네 덕분에 멋지게 먹었으니 저녁은 내가 살게.

이반 (흔쾌하게) 좋아요! 어디로 갈까요?

 

시내의 정경이 내려다 보이는 스카이 라운지 내부.

두 사람이 내부로 들어 선다.

그들이 들어가자 안내자가 이화를 보며 반갑게 인사한다.

그리고 거침없이 자리를 안내한다.

잠시 후 그들은 불야성을 이룬 서울의 야경을 내려다 보며 식사를 한다. 스테이크를 먹으면서 이반은 어머니에게 포도주를 따른다.

은은한 클래식 곡이 나오고 있다.

 

이화 지금 나오는 이 곡이 무슨 곡이지?

 

순간 장난기가 발동한 이반이 빙긋이 웃으며 대답한다.

 

이반 음~~ 소고기야.

이화 뭐라고 소곡이라고?

 

그러면서 이화는 무슨 뜻인지 이해가 안가는 듯 잠시 어안이 벙벙해 한다.

 

이화 (미소) 얘는? 그렇긴 하다. 이 스테이크고기는 소고기이니 틀린 말은 아니네. 깜박할 사이 내가 한방 맞았구나!

 

이화는 기분 좋게 깔깔거리고 웃는다.

그 웃는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흠칫 놀라는 표정을 짓는 이반.

웃는 이화의 얼굴에 소다미의 환히 웃는 모습이 오버랩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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