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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스토리

아들과 보낸 즐거운 시간을 시샘하는 듯 몰려드는 가슴 아픈 기억 (아찌<제13회>)

by 허슬똑띠 2022. 8.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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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꿎은 운명과의 가슴시린 사랑 이야기

 

 

S#25. 이반의 집 / 밤

 

불이 켜지는 거실. 이화가 들어오며 스카프를 풀러 내린다.

 

이화 내 아들 이반 덕택에 오늘 하루 멋지게 지냈네. 고맙다.

이반 뭘요! 엄마가 즐거웠다니 오늘은 대성공이네!

 

이화는 웃으며 이반의 이마에 입맞춤을 하고는 안방으로 들어간다.

이반도 자기 방으로 들어간다.

 

(시간경과)

이반의 방. 가운을 입은 이반이 타월로 머리를 닦으며 방으로 들어오자마자 책상 위에 쳐 박혀 있는 휴대폰을 주어 든다.

발신키를 눌렀다가 이내 스톱한다.

그리고 다시 책상 위에 내 팽개친다.

침대에 털썩 눕더니 생각에 잠긴다.

 

안방의 욕탕으로 바뀌는 화면.

이화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욕조에 길게 누워 있다.

잠시 눈을 감고 있던 그녀는 눈을 살며시 뜨고 멍하니 허공을 바라본다.

그러다가 두 손을 가슴에 대면서 꿈을 꾸는 듯한 표정이 된다.

 

S#26. 몽타주(유화의 회상)

아버지가 입고 있는 흰색 잠옷에 번지는 빨간 피를 바라보는 순간 비명을 지르는 이화.

두 손으로 입을 막고서 놀라움과 두려움, 그리고 죄책감이 범벅이 되어 어찌할 줄 모르고 있다.

바닥에 멍하니 주저앉아 있는 어머니와 번갈아 바라보다 집밖으로 뛰쳐나가는 이화.

가끔 집 쪽을 뒤돌아보며 그곳에서 멀어져야 되는 듯 무작정 뛰어간다.

눈물이 콧물과 뒤엉켜도 개의하지 않고 눈앞이 김이 서린 것처럼 뿌옇게 되도 닦을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안개도 차츰 걷히고 동이 터올 무렵, 정신을 차린 그녀가 속옷차림의 자신을 발견하고 지나가던 택시를 잡는다.

어느 집 앞에 택시를 세워놓고 친구를 부른다.

눈을 비비적거리며 대문을 나온 친구는 소스라치게 놀란다.

방안에 들어온 이화는 그대로 친구의 이브자리 속으로 들어가 이불을 푹 뒤집어쓴다.

친구가 이불을 잡아당기며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더니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냐?’라고 계속 묻지만 이화는 '이따가 얘기할게.' 라면서 끈질기게 이불을 당겨 뒤집어쓴다.

찬구가 학교에 간다면서 나간 후에도 그대로 꼼짝하지 않는다.

 

(Cut in)

아빠가 그녀를 꼭 껴안고 있는데 커다란 능구렁이 한 마리가 슬슬 다가온다. 깜짝 놀란 이화가 아빠에게서 떨어지자, 구렁이가 아빠를 칭칭 감아대고 조르기 시작한다.

숨이 막혀 헐떡이는 이화의 아빠.

한 쪽 구석으로 물러나 아연실색해서 어찌할 줄 모르고 있는 이화.

순간 구렁이가 그녀를 바라본다.

그런데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구렁이의 얼굴이 그녀 엄마 유화의 얼굴로 변하기 시작한다.

순간 화들짝 기겁을 하는 이화.

 

다시 친구의 자취방.

놀라서 이불을 제치고 벌떡 일어서는 이화.

그녀의 얼굴은 온통 땀투성이다.

현 위치가 어딘지 생각이 나지 않는 듯 두리번거리다가 친구 자취방임을 확인하고 나서는 가슴을 쓸어내린다.

 

(소리) 갑자기 문 밖에서 들려오는 사람 소리.

방문이 열리며 학교에 갔다가 돌아온 친구가 그녀에게 이화를 잘 안다는 사람이 찾아와서 그녀를 보자고 한다고 전한다.

그러자 이화는 잔뜩 겁먹은 표정으로 몸을 있는 대로 웅크리고 몸을 덜덜 떤다.

그리고는 이불을 잔뜩 끌어당겨 뒤집어 쓴 채로 한 쪽 구석에 박힌다.

두려움으로 잇몸을 딱딱 부딪치는 소리가 이불 밖으로까지 들린다.

순간 그녀의 친구가 이불을 휙 낚아챈다.

그녀는 끌려가는 이불자락을 붙들다가 자지러질 듯 뒤로 물러선다.

그리고 두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방밖을 내다본다.

어떤 남자가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표정은 부드럽다.

 

친구 이년아, 너를 보살펴주시기 위해서 오셨단다. 빨리 일어나!

 

그 사람은 바로 한가람기자였다.

 

한기자 네 어머니의 부탁을 듣고 왔다. 당분간 내가 보살펴줄 테니 같이 가자!

 

그의 표정은 기자가 무언가를 얻어내기 위해 베푸는 친절을 가장한 것 같진 않다.

(Dis.)

 

이화의 집.

한기자가 누군가를 데리고 와서 집을 보여준다.

(Dis.)

 

다른 단층 한옥. 붉은 벽돌로 이루어진 벽. 작은 마당이 있는 집.

집 앞에 도착하는 이삿짐을 실은 트럭. 한기자와 이화가 트럭에서 내린다. 만족스런 표정의 이화.

(Dis.)

 

이화의 집 침실 내부.

이화가 침대에서 잠을 자면서 계속 뒤척이며 가끔 손을 허우적대곤 한다. 땀이 범벅이 된 이화의 얼굴이 클로즈업 된다.

(Dis.)

 

병원 진찰실 내부.

긴장한 얼굴의 이화를 의사가 진찰하고 있다.

진찰실 밖. 한기자가 서성이고 있다.

잠시 후 진찰실에서 나오는 이화의 얼굴표정이 다소 굳어 있다.

(Dis.)

 

아기에게 손짓하며 웃고 있는 이화.

애를 업고 있는 나이든 아주머니가 대문 앞에서 이화와 한기자를 배웅하고 있다.

(Dis.)

 

학교 교정. 많은 학생들이 웃고 떠들며 지나가고 있다.

주눅이 들어 보이는 이화의 표정. 한기자가 토닥거려 준다.

학적과에서의 한기자와 이화.

이화가 직원으로부터 서류를 건네받는다. 그것을 한기자와 함께 보며 살포시 웃는 이화.

(Dis.)

 

방안에서 아기에게 젖을 먹이고 있는 이화의 웃는 얼굴.

아기가 클로즈업 되면, 잠이든 아기 이반의 모습.

이화가 바닥의 유아용 침구에 이반을 누이고 잠든 얼굴을 잠시 바라보다가 책상에 앉는다.

학교 교정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이 책상 위에 놓여 있다.

화면이 사진에 다가가면, 약간 상기된 얼굴에 미소를 띠고 있는 이화와 그녀를 비스듬히 뒤에서 감싸 안고 있는 한기자.

사진 속의 그를 바라보던 이화의 얼굴이 발갛게 상기되며 눈을 감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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