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온박사의 운명을 바꾸어 놓은 의문의 교통사고
48. 한기자의 추적(1)
다음 날 아침.
한누리 신문사의 취재부에는 몇 몇 기자들이 오가거나 책상에 앉아서 작업하고 있었다. 그들 가운데 한기자가 자신의 책상에 앉아 여러 색깔의 포스트잇이 누더기처럼 붙어 있는 책상 앞 벽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머릿속은 어제 받았던 메일로 인해 계속 혼란스럽기만 했다.
'이걸 공식적으로 수사대에다 얘기해 버려? 말어?
아니야! 어느 누가 이 도깨비 같은 메일을 믿겠어?
먼저 윤다솜 경사에게만 이러한 일이 가능한 지에 대해 알아봐 달라고 부탁해보자.
그리고 유박사가 밝힌 부분에 대해 철저하게 현장 조사를 해보자.
출발점은 일단 애린원이야!'
일단 생각을 정리하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취재부를 나갔다.
그는 '디지털 자료 보관실'이라는 표식이 붙은 문을 열고 들어갔다. 이곳을 이용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한쪽 편의 자리에 잡고 컴퓨터로 자료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먼저 애린원을 검색해 들어갔다. 잠시 후 모니터 스크린에 애린원 원장이라는 사람이 고아들 복지향상의 공로로 상을 받는다는 기사와 함께 상을 받는 사진이 떴다.
한기자가 애린원의 주소를 핸드폰에 메모한 뒤 마우스를 움직이자 모니터의 스크린이 계속 넘어갔다.
순간 여러 가지 기사들을 스치듯 지나치던 스크린이 정지하고 교통사고기사 내용이 나타났다.
'지난 밤 로얄살롱 승용차 한대가 강변 벼랑으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하여 유진씨 부부가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경찰은 운전부주의로 인한 사고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유사장은 ‘유성 피시비’라는 회사를 운영해 왔다.'
이 기사를 보며 유라온 박사의 메일 내용을 떠올리는 한기자.
'라온박사의 부모가 교통사고로 돌아가는 바람에 고아원으로 가게 되었다고 했지? 이 교통사고 기사가 그 시기와 비슷한 것 같은 데 그러면 분명 그들 부친의 이름이 유진이 맞을 거야.
그런데 메일을 보면 고아원으로 가게 된 경위가 확연치가 않아.
고아원으로 데려간 그 놈이 형제를 유괴해간 건가?
아니 그렇다면 돈을 요구하는 동안은 일단 형제들을 붙잡아 놓고 있어야 하는 거 아냐?
그런데 그날로 고아원으로 갔단 말이야.
그럼 그 당시 사고를 담당했던 경찰서를 찾아가서 구체적인 내용을 알아보기로 하자.'
방향을 정한 한기자는 몇 가지를 더 메모하고 난 뒤 컴퓨터를 끈 후 급하게 그곳을 나왔다. 두 시간 후에 그가 나타난 곳은 그 교통사고를 담당했던 경찰서였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자마자 한기자가 교통민원실로 뛰다시피 들어섰다. 그의 행동은 궁금증으로 인하여 얼마나 마음이 조급한 가를 그대로 나타내고 있었다.
한기자가 한 경찰관에게 다가가서 무언가를 요청하자 그 경찰관은 갸우뚱하며 컴퓨터로 검색해보다가 내부로 들어갔다. 시간이 꽤 흐른 뒤에 그가 자료철을 들고 나와 '겨우 찾았습니다.' 하면서 한기자에게 그것을 건네주었다.
한기자는 싱끗 웃으며 감사의 표시를 하고 자료철을 들춰보며 수첩에다 열심히 메모했다. 얼마 후 그곳을 나와 당시 그 교통사고를 담당했던 경관이 전보되어 간 경찰서로 향했다.
경찰서에 도착하여 주차장을 몇 번 빙빙 돌았으나 자리를 찾지 못한 그는 알 수 없이 외부의 유료 주차장에 차를 주차시켜 놓고 땀을 흘리며 경찰서 건물로 들어섰다.
각 사무실의 위치를 확인한 다음 2층에 자리한 수사과 사무실로 올라갔다. 들어서자마자 꼭 당사자를 아는 듯 서슴없이 뒷자리에 앉아 있는 반장에게로 다가갔다.
한기자가 미소를 지으며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한누리 한가람입니다."
그도 이미 한기자와 통화를 한지라 거리낌이 없었다.
"어서 오슈? 그런데 나한테 뭔 볼일이 있으신가?"
"좀 오래된 교통사곤데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어서요."
그리고 반장이 권유하기도 전에 스스럼없이 철제 의자를 끌어다 그의 옆에 앉았다.
49. 유령 메일의 정체
드문드문 자리가 비어있는 수사대 조사실의 한 구석에 앉아서 머리를 박고 무언가에 열중하고 있는 가리은의 자리로 윤경위가 다가왔다.
누가 온지도 모르는 채 열중하고 있는 그에게 잠시 주춤하다가 그의 어깨를 툭 쳤다. 그러자 가리은이 돌아보면서 윤경위임을 확인하고 반가움이 묻어나도록 환하게 미소 지었다.
윤경위가 조용히 물었다.
"가리은씨! 이미 폐쇄된 이 메일 계정에서 현재의 시각으로 메일이 올 수도 있나요?"
"왜요? 누가 유령 같은 메일을 받은 모양이지요?"
"벌써 감잡으셨남? 거의 일 년 전에 사라진 사람한테서, 더구나 존재하지 않는다는 계정에서 메일이 전송되어 왔다면~~~
정말 유령 메일 아닌가요?"
"어느 분인지 몰라도 기분이 서늘했겠는데요?"
"그래서 나한테 그런 일이 가능한 지 알아봐 달라는 거예요.
혼자 궁리해 봤지만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아요."
가리은이 옆 자리의 의자를 끌어와서 윤경위가 앉도록 하면서 대답했다.
"가능하다고 생각됩니다."
"예전에 개설되었다가 폐쇄된 계정을, 그것을 관리했던 업체의 직원이 도용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거든요."
"그럴 가능성도 있기는 하죠."
"혹은 그 계정을 관리하던 업체의 직원에게 미리 부탁해서 이 시점에 종전계정으로 메일을 발송해 달라고 했을 수도 있을 테고요."
"그것 또한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두 가지 측면을 고려해본다면 지금 제시한 두 가지 방법은 실현성은 떨어진다고 봐요."
"어떤 측면에서요?"
"첫째, 상황적인 면으로 판단해 볼 때 이 사람은 아주 절박한 위기에 처해있었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인터넷이 차단되어 있었거나 철저하게 감시를 당하고 있어 당시에 메일을 보내기가 어려웠을 가능성이지요.
두 번째는 본인 자신의 능력이죠. 자신이 직접 이와 같은 유령스타일의 메일을 보내는 방법을 알고 있다면 굳이 그렇게까지 할 이유가 없겠지요?"
"그럴 수도 있겠네요, 정말!"
"난 직감적으로 이 방법을 쓴 사람은 자신이 꼭 그렇게 해야 할 이유가 있었기 때문에 그랬을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래서 나름 방법을 강구해 냈겠지요.
소위 다차원 분석 방법을 활용하지 않았나 싶네요."
"다차원 분석?"
"이를 설명하는 데 항상 뒤따르는 재미있는 얘기가 있어요.
알렉산더 등대에 얽힌 얘기입니다. 한번은 대학교에 다니는 애들이 부러워 몰래 유명한 교수의 강의를 도강한 적이 있었는데요, 마침 그 얘기가 나와서 알게 된 거죠."
그러면서 가리은은 그 당시를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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