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창작스토리

다시 가까워지는 듯한 쏘냐와 아찌 (아찌<제14회>)

by 허슬똑띠 2022. 8. 24.
반응형

 

애꿎은 운명과의 가슴시린 사랑 이야기

 

 

S#27. 역 앞 다과점 / 아침

 

이반이 앉아 있는 자리로 소다미가 들어온다. 반갑게 맞이하는 이반을 바라보며 소다미가 혀를 날름거린다.

 

소다미 아이 정말로! 막무가내로 이렇게 일방적으로 통지하시면 어찌하옵니까? 제가 못 간다면 또 투정 부리시려고……

이반 어제 쏘냐의 얼굴을 보니 오늘 쏘냐가 아무 약속도 없다고 씌어 있던데 뭐!

소다미 치! 점쟁이도 아니면서 어찌 알아요?

이반 어라? 내가 전에 얘기 안 했던가? 나는 사람의 얼굴을 보면 대충 그 사람의 마음에 서려있는 것은 알 수 있다고.

(웃으며) 나의 타고난 재능이라고, 이건!

소다미 (그제야 생각난 난 듯) 아찌, 혹시 저번에 오토바이 타고 양평에 가시지 않았어요?

이반 (모르는 척) 응 그래, 갔었지! 근데 왜?

소다미 아니, 아찌 뒤에 멋진 여자가 타고서는 스카프를 날리며 가더라고요. (호기심 어린 눈으로) 누구예요? 너무 멋지시던데~~~

이반 (장난기 발동하여) 왜? 질투나?

소다미 (삐죽) 아직 어린앤데 질투는 무슨 질투? 근데 그 여자는 놔두고 나랑 이렇게 다녀도 되나 싶어서요.

이반 (계속 장난기) 난 두 여자를 사귀면 안 되나? 그 여자는 소다미 사귀는 거 전혀 터치 안 해.

소다미 (눈을 흘기며) 에이 그런 게 어딨어요. 이 세상에 질투 없는 사람은 없죠. 그리고 지금이 뭐 조선시댄가? 두 여자를 상대하게?

이반 (웃음을 터트리며) 이제 보니 쏘냐도 나를 좋아하긴 하는구만. 고마워 우회적으로 알려줘서!

소다미 (뾰로통해서) 아니 뭐라고요? 정말 대단하신 아찌셔. 어쩜 그 얘길 그렇게 같다 붙인다냐?

이반 (흡족한 표정으로 소다미를 바라보며) 우리 어머니야. 이젠 됐지?

소다미 (놀라서) 뭐라고요? 아니 그렇게 젊은 분이~~~그리고 엄청 미인이시던데.

이반 아니 어떻게 보았지?

소다미 나를 향해 고개를 돌리고 계셨으니까요. (이해 간다는 듯) 아하! 그래서 아찌가 이렇게 잘 생겼구나~~

이반 (웃음) 그래? 정말 나 잘생겼어?

소다미 (눈을 흘기며) 에이, 또 그런다. (손가락으로 이반의 입술을 가리키며) 괜히 너스레 떨지 마셔용~~

이반 (껄껄대며) 아무튼 오늘 소다미의 고백을 들어서 아주~~기분 좋습니다~~~

소다미 (말문이 막힌다는 듯) 그건 아찌 맘이고, 어째든 나 때문에 기분 좋으셔서 다행입니다요!

 

S#28. 역 - 열차 안

여러 갈래의 철길이 복잡하게 얽혀 있고 전동차가 지나치고 있는 역 내부. 중앙 부에 지붕이 있는 플랫폼 옆에는 출발 대기 중인 열차가 길게 늘어서 있다. 화면이 확대되면, 객차 옆에 붙어 있는 표지에는 서울 –안동 이라고 적혀 있다.

화면은 열차 내로 바뀌고 창가에 앉은 소다미와 그 옆에 앉아 있는 이반. 연속 사람들이 들어오면서 드문드문 빈 좌석들을 채워간다.

 

열차가 곧 출발할 예정이라는 안내방송이 들린다.

잠시 후 열차가 출발하자 이반이 얘기를 시작한다.

 

이반 언젠가 이런 영화가 있었지?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라는. 이것처럼 나도 나름대로 사람의 스타일을 구분해 본 적이 있어.

소다미 어떻게요?

이반 똑똑한 사람, 멍청한 사람, 미련한 사람.

소다미 그럴 듯 하네요! 그런데 뭣 때문에 그렇게 나누는 거죠?

이반 특별한 의미가 있다기보다 사람들의 스타일을 잘 알고 잘 대응하자고 하는 거지 뭐!

소다미 예를 들면요?

이반 내가 상대방의 스타일을 확실하게 알면 업무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그들과 마주칠 때에 쭈뼛거리지 않고 좀 더 편안하게 대화할 수 있을 것 같거든.

소다미 그렇기도 하겠네요. 그러면 각 스타일의 특징은 무어에요?

이반 똑똑한 사람은 자신의 똑똑함을 아주 자랑스럽게 내세우지. 그런데 그 똑똑함으로 인해 멍청한 사람의 그 멍청함에 오히려 당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

소다미 아! 내가 보기에는 김수경대리님이 그런 분일 것 같은데.

이반 그러고 보니 그런 거 같네! 소다미도 대단하네~~ 그리고, 멍청한 사람은 멍청하기는 하나 순수하지. 그래서 언제나 손해만 보는 것 같지. 그러나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멍청하다는 말 그 자체에 비견할 만큼 우직한 방법으로 일을 해나가지.

그러다 보니 똑똑한 놈조차 오히려 자기 꾀에 넘어가 이 멍청한 놈이 제일 좋은 결과를 얻는 경우가 종종 있어.

 

(인서트)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푸른 들과 먼 산들의 정경

 

소다미 (잠깐 창밖의 정경을 바라보다) 여기에 해당하는 사람은 누가 있을까요?

이반 일단 명칭은 멍청하다고는 했지만 순수한 사람들을 지칭한다고 한다면 대부분이 여기에 속하지 않을까?

소다미 (고개를 갸우뚱하며) 그런가?

이반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고 재미로 들어. 마지막으로 미련한 사람은 무슨 일을 하든 열심히 방법을 강구해서 하기는 하지.

그런데 지름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돌고 돌아가는 방법을 쓰는 경우가 많아. 그러다 보니 남들보다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거나 뒤 늦게 이루지

그렇다고 망하지는 않아. 지지부진 하다가 똑똑한 친구의 밥이 될 확률이 많은 게 탈이야.

소다미 (다소 심술궂은 표정으로) 그러면 아찌는?

이반 나? 단정 지을 수 없어. 단순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깔끔하지도 못하면서 모호한 것들이 뒤범벅된 상황이라는 생각이 드니 딱히 이거다 싶지가 않아.

소다미 에이 뭐가 그리 복~ 잡~ 해?

이반 그러나 분명한 것은 나에겐 다른 사람의 눈빛에서 그 사람의 성격을 읽어낼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거지. 그렇다고 독심술을 할 수 있다는 아니고, 뭐랄까 선천적으로 타고난 희한한 재능?

소다미 그럼 아찌가 본 나는 어데 속하남요?

이반 쏘냐? 이런 세 부류에 속하지 않는 독보적인 존재지?

소다미 에게? 그런 게 어딧어요? 순 엉터리!

 

어느 새 차창에는 빗방울이 부딪치고 있다.

 

소다미 (차창 밖으로 손짓하며) 어! 아찌, 비가 오네요.

이반 (같이 바라보며) 일기예보에 비가 온다고 했어.

소다미 (찜찜) 에이 그런데 무슨 등산이에요?

 

투정부리듯 하는 소다미를 말없이 바라보며 그냥 웃고만 있는 이반.

 

열차 외부. 제법 강하게 내리는 비속을 가르며 달려가는 기차.

산과 들의 정경은 안개에 싸인 듯 뿌옇게 보인다.

마침 기적소리와 함께 기차가 터널로 들어가기 시작한다.

(암전)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