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창작스토리

안 될 이유가 있으면 반드시 될 이유도 있다 (파이토레이드(PHYTORAID) (제42회))

by 허슬똑띠 2022. 8. 23.
반응형

 

유령 이메일이 발송된 과정에 대한 추리

 

49. 유령이메일의 정체(계속)

 

어느 대학교 대 강당에서 많은 학생들이 강의를 받고 있다.

강의실 중간부근의 좌석 끝에 가리은이 앉아있다.

강단 중앙의 스크린에는 자료들이 영상으로 비춰지고 있다.

스크린에 사진들이 차례로 나타나는데 여러 사람들이 건물잔해를 옮기는 발굴현장과 발굴과 더불어 나타난 거대한 받침돌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밑 부분에는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부근 알렉산더대왕의 등대 발굴현장'이라는 자막이 쓰여 있다.

그것을 가리키며 교수가 설명을 시작한다.

"알렉산더 등대의 예를 들어 봅시다.

이어서 컴퓨터 그래픽으로 구성한 거대한 등대의 모습이 떠오른다.

"대왕의 명으로 등대를 건축하던 기술자는 자기의 이름을 등대 위 부분에 모든 사람이 잘 볼 수 있는 자리에 새겨놓고 싶어 했습니다.

그러나 언감생심, 그랬다가는 당연히 목숨을 부지할 수 없다는 것은 바보라도 아는 사실!

그러나 후세에 자신의 이름을 너무나도 알리고 싶어 했지요.

그래서 그는 극형을 당하지 않고도 자신의 이름을 알릴 수 있는 방법에 고심했습니다.

마침내 성공적으로 자신의 이름이 들어나도록 했습니다.

어떻게 했을까요?”

 

교수가 잠시 학생들을 바라보지만 누구도 이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지 못하고 조용하기만 한 강의실.

이때 가리은이 손을 든다.

교수가 그를 지목하면서 묻는다.

"예, 학생은 어떤 방법이 생각났나요?"

"잘 보이는 위치에 벽감처럼 좀 들어가게 하고 거기다 자신의 이름을 새겨 놓은 다음 그곳을 같은 돌로 만든 판으로 막아 놓으면 되지 않을까요?

그리고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그 석판이 자연적으로 떨어져 나가게 하여 그의 이름이 나타나게 하는 겁니다.

아니면 다름 사람에게 일정 시기에 그 석판을 치워달라고 부탁할 수도 있겠구요."

"아! 훌륭한 생각입니다. 그 방법도 괜찮은 방법이기는 한데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네요.

첫째는 그 돌이 잘못되어 일찍 떨어져 나가는 경우는 목숨을 부지 못하겠지요?

둘째는 그 돌을 치워달라는 사람과의 비밀공유의 위험이 있을 수도 있고 또는 그 사람이 그 돌을 치워줄 시기 이전에 먼저 죽을 경우 등의 문제입니다."

 

교수는 잠시 말을 멈추면서 등대의 상단에 그 건축가의 이름이 나타난 장면을 비추면서 말을 잇는다.

"보다 효과적인 방법이 있었습니다. 알고 나면 간단한 방법입니다."

그러면서 그 이름 위에 칠을 하는 동작을 한다.

"그는 아주 잘 보이는 등대의 맨 윗부분에 자신의 이름을 새겨 넣은 다음 여기에다 회칠을 하여 가려놓았지요.

당시에는 당연히 아무 글씨도 보이지 않았으니 누구도 그것을 눈치 채지 못했겠지요.

그러나 세월과 거센 바닷바람, 그리고 빗줄기에 그 회칠이 견뎌내겠습니까?

자연스레 회칠이 벗겨짐으로써 자신이 이름이 서서히 들어난 겁니다.

더구나 음각으로 새겨진 곳은 회칠이 그대로 남아 그 글씨를 더욱 뚜렷하게 해주는 결과도 얻는 일석이조의 방법입니다.

이 때는 이미 알렉산더도 세상에 없는 때라 아무도 그를 어쩌는 사람이 없었지요."

교수는 잠깐 창밖을 바라보다가 결론을 맺었다.

"트리즈(TRIZ) 즉 창의적 문제해결이론에서는 이러한 해결방법을 다차원분석방법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아까 학생이 말해주었던 것도 좋은 생각입니다.

그 학생 좀 일어나 보죠."

교수와 전 학생이 모두 둘러봤으나 그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가리은의 얘기에 흥미진진하게 귀를 기우리던 윤경위가 감탄했다.

"재미있는 사례네요. 그런데 컴퓨터의 세계에 적용하기에는 까다로울 것 같은데……."

"모든 것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어떠한 방법을 적용할 것이냐 입니다. 그러나 일단 방법이 손에 잡혔다면 그걸 응용하기는 쉬워지죠. 먼저 자신이 보내고자 하는 문서가 정상적인 루트를 거쳐 메일이 발송되도록 프로그래밍 해놓는 거죠.

그런 다음 누구라도 무심코 연결고리를 터치하는 순간 자동으로 작동되도록 해놓으면 되는 겁니다.

당연히 그 문서는 누구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에 저장해놓습니다. 그래야만 그 문서가 자동으로 터치될 확률이 높아지죠.

하지만 그 문서는 알렉산더대왕의 등대에서처럼 평범한 문서의 파일로 덧씌워 놓아 알아보지 못하도록 해놓았을 거구요."

"대단한 추리네요. 그런데 그런 것을 프로그래밍 해놓은 사람 역시 보통 사람은 아닌 것 같네요."

"처리하고 있던 순간은 바로 위기가 닥쳐오는 때였던 것 같은데…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된 것 같군요.

그러나 어째든 이러한 방법으로 자신에 대한 진실을 알리고자 했다면……,그는 대단히 현명한 판단력의 소유자가 아닌가 싶어요.

알렉산더대왕 얘기가 나온 김에 그와 관련한 재미있는 실화 하나 더 들어볼까요?"

 

"그래요! 가리은씨의 얘기는 모두 재미있어요."

"걈사! 이번에는 그가 이룩한 업적에 대한 것은 아닙니다. 그의 침공으로부터 자기가 사는 도시를 구원한 한 철학자의 얘기입니다.

알렉산더 대왕이 그리스를 쳐들어갔을 땝니다.

대왕의 군대가 도시를 작잘 내고자 할 때 철학자인 아낙시메네스가 그의 도시를 구하기 위해 알렉산더 대왕 앞에 나섭니다.

알렉산더가 그 이유를 모르겠습니까? 그래서 아낙시메네스가 말도 꺼내기 전에 알렉산더가 말합니다.

'왕의 이름을 걸고 말하건대, 그대가 내게 부탁하려 하는 것을 절대 들어주지 않겠다!'

그러자 아낙시메네스가 어떻게 대답했을 것 같습니까?"

"현명한 사람이라면 어떻게 얘기했을까? 그 도시를 파괴하면 안 되는 사유를 설명했을까?"

 

"그런 말은 절대로 들어줄 알렉산더가 아니죠.

그러나 이 똑똑한 철학자의 교묘한 한 마디가 도시를 구하게 되었죠."

'저는 대왕께 저의 도시를 파괴해달라고 부탁하러 왔습니다.'

그의 이 한 마디에 도시는 파괴를 면할 수 있었습니다."

"아~~~ 이건 완전한 리버스스팅이네! 대왕도 체면이 있으니 자기가 약속한 것을 지키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비유를 잘하셨네요. 정말 그렇습니다. 바로 이런 점에서 우리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는 거죠.

즉 '안 될 이유가 있으면 반드시 될 이유도 있다. 현명함이란 바로 될 이유를 찾아내는 능력일 것이다.' 누군가는 이렇게 설명하더라고요."

"멋진 표현이네요. 그런데 그렇게 현명하게 이 메일을 보낸 분은 이제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 같은 생각이 드는데요."

"그렇습니다."

가온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다솜을 바라보자 그녀가 그의 어깨를 어루만졌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