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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스토리

유진사장 부부의 교통사고에 얽힌 의문 (파이토레이드(PHYTORAID) (제44회))

by 허슬똑띠 2022. 8.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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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그룹의 과거를 추적해 들어가는 한기자

 

51. 한기자의 추적(3)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온 한기자는 서재에서 자료를 다시 훑어보다가 덮었다. 그리고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가온이 고아원에서 사라진 부분에서 더 이상 진척이 없구만. 그렇다면 유성피시비에서 다시 출발해 보아야할 것 같은데……. 사고 목격자들에 따르면 라온부모가 탄 승용차가 추락하고 나서 덤프트럭 두 대가 급하게 달려갔다는데… 혹시 그놈들이 무슨 사주를 받고 사고를 야기한 것은 아닐까?

그 회사에 근무했었던 사람들 중 한 사람이라도 그 때 당시의 상황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 있을 거야. 그래! 부딪쳐보자구!

 

다음 날 아침 일찍 신문사에 들른 한기자는 어제 확인해보았던 유성피시비라는 회사에 대해 다시 자료를 점검해보았다. 그리고 그 업종에 오랜 동안 몸담아 왔던 선배로부터 소개 받은 그 회사의 이사 한 사람에게 연락하여 간신히 시간 약속을 잡았다.

출장 보고를 하고 취재부를 나온 뒤 1시간여 지나서 경인공업단지 내에 오랜 동안 자리 잡고 있는 회사에 도착했다. 응접실에서 한기자는 이사로부터 최근 새로이 개발한 신제품에 대한 취재를 하면서 회사 현장에서 오랜 동안 자리를 지켜온 사람들을 파악했다.

취재를 마친 그는 회사를 나와 옛날 분위가 물씬 풍기는 다방부근에 차를 세워 놓고 파악한 사람 중 사건의 핵심에 가장 근접할 것으로 판단되는 사람에게 전화했다. 조심스럽게 인터뷰가 가능한지를 확인해보는 데 다행히도 그가 요청에 응하였다.

한기자는 그 다방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안에는 남자 몇 사람이 차를 마시고 있었는데 20분 정도의 시간이 지나자 다방 안으로 작업복 상의를 걸친 나이 든 남자가 들어 왔다. 한기자는 한 눈에 그와 약속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자리에 일어나 그를 마중하러 갔다. 두 사람이 자리를 잡자 다방 아가씨가 쪼르르 따라 왔다.

 

그 남자의 상의 오른 편 주머니 바로 위에는 유성피시비㈜라는 글씨가 회사 로고와 함께 새겨져 있었다. 커피가 나오자 한기자는 그에게 커피를 권하며 말을 시작했다.

"이렇게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름이 아니고 유성이 최근 개발한 신기술을 취재하면서 특집기사를 쓰고 있는데요, 창업초기의 창업자이신 유진사장부부가 교통사고로 사망하셨더라고요."

그러자 남자가 주변 눈치를 살피더니 조심스럽게 운을 떼었다.

"글쎄요? 하두 오래 전 일이라……. 그런데 유진사장님 얘기가 나오니 기분이 별로 그렇네요. 참 좋은 양반이었는데. 친구 분 모친상 조문 다녀오다가 사고를 당하셨더랬죠."

이야기가 시작되자 별 막힘없이 이야기가 이어졌으나 이 부문에서 잠시 주춤했다.

"그런데 그 뒤로 아들 둘도 행방불명되어 끝내 못 찾았다고 하더라구요."

"유사장님 사고와 관련해서 혹시 떠도는 얘기라든가 그 때를 전후해서 변동이 있었던 분 혹시 없었나요?"

"글쎄요? 사고 당시에 그 것을 목격한 사람이 있었다고는 해요. 그래서 경찰이 사고를 내고 달아났다는 덤프트럭을 수배했다는데, 모래밭에서 바늘 찾기지 찾을 수 있었겠어요? "

"회사 분들 중, 그 당시를 전후해서 특별한 변동이 있었던 분이 혹시 계셨는지……."

그러자 다시 주저하다가 톤을 낮추어 말을 이었다.

 

"그게 뭔 상관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한 달쯤 지났을 땐가…운송부에서 그만 둔 녀석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소문에 서울로 올라가서 큰 가게를 차렸다고 하더라고요. 이상하다, 대단하다 그러면서 말들이 많았었죠.

그 친구 자주 술 먹고 사고도 많이 내고 평판이 안 좋았었거든요. 그런데다가 서울에서 가게를 낼만한 그런 큰돈이 있을 리가 없었거든요."

"그 분 이름 혹시 기억하고 계신가요?"

"남 뭐였더라? 아 맞아요! 남민철, 남민철이었어. 민철이는 나와 같은 동향이어서 나름 가깝게 지냈었는데 회사 그만두고는 연락이 끊겼지요."

"혹시 남민철이라는 그 분 아직도 서울에서 가게 계속하고 계시나요? "

"모르겠어요. 그 뒤의 소식은 전혀 몰라요."

한기자가 한숨을 쉬며 머뭇거리다 물었다.

"그러면 여기에 살던 주소는 알 수 있겠지요?"

남자는 대답대신 휴대폰으로 회사 담장자에게 연락했다. 그리고 몇 분 기다리자 전화가 다시 오고 주소를 불러 받았다. 한기자가 수첩에다가 적었다.

두 사람이 다방 밖으로 나오자 뜨거운 햇살이 그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한기자는 고맙다고 하면서 그 남자에게 몇 차례나 인사하며 배웅하고 난 뒤 공장지대를 바라보며 수첩을 펼쳤다. 남민철이 서울로 떠나기 직전의 주소지는 이 지역 인근이었다.

그곳을 필두로 해서 2~3일간 남민철의 소재지를 계속 추적해가던 한기자는 드디어 그가 살고 있는 곳을 찾아내었다.

 

52. 남민철

 

한기자가 차를 몰고 상당히 경사가 진 좁은 포장도로를 올라갔다.

그러나 얼마 못가 더 이상 차의 진입의 불가능해지자 주변에 주차할 것을 찾아보는데 마땅히 주차할 곳이 없었다. 그는 그 길을 도로 내려와 큰길 부근에 있는 주차장에 차를 주차시킨 다음 차에서 음료수박스를 꺼내들고 걸어 올라갔다.

방금 차로 올라왔었던 곳까지 오자 멀리 가파른 계단이 보였다. 프린트한 종이를 펼쳐보면서 그 계단을 오르는데 숨은 헐떡이고 땀은 빗물 인냥 주루룩 흘러내렸다. 겨우 정상부근에 다 달은 그는 바로 코앞에 있는 허름한 출입문을 발견하고 가까이 가서 번지수를 확인했다.

제대로 찾은 것을 확인하자 '남민철씨 계십니까'라고 큰 소리로 말했으나 아무런 기척이 없었다. 몇 번을 부르자 그제서어야 '누구슈' 하며 자다 일어났는지 머리가 덥수룩한 늙은 사내가 녹이 잔득 슨 철대 문으로 나왔다.

꾀죄죄한 그가 문틈으로 내다보며 다시 누군가 물었다. 한기자가 신분을 밝히고 유성피시비에 대한 회사 취재차 왔다고 하자 손사래를 치면서 별 볼일 없으니 그냥가라고 했다. 그러더니 그냥 들어갈 태세였다. 한기자가 별 수 없이 유진사장 교통사고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어서 왔다고 하자, 남민철이 안으로 발걸음을 옮기다말고 그 자리에 서서 쭈뼛거렸다.

 

한기자가 계속 사정을 하자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아무 말 없이 대문을 열어주고는 자신이 앞장서서 그의 방으로 들어갔다. 방안은 낮인데도 불구하고 다소 어둑했다. 남민철이 앉는 뒤편으로는 이부자리가 구질구질하게 널브러져 있고 베게 주의에는 빈 소주병 몇 개가 아무렇게 놓여 있었다. 한기자가 음료수를 권하며 말을 꺼내었다.

"이렇게 불쑥 찾아 뵈서 죄송합니다."

"에이 소주나 사오시지 그러셨어."

음료수는 쳐다보지도 않고 쿨럭이다가 물었다.

"나한테 볼일이란 것이 결국 그 일인가 싶은데……."

한기자는 부러 능청을 떨었다.

"무슨 말씀… 이신지?"

"아 유사장 교통사고 건으로 온 거 아녀?"

"아 예, 그렇습니다. 솔직히 얘기를 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어차피 이젠 법적으로는 전혀 관계가 없으니까요……."

"지금 얘기한대로 이걸 밝힌다 해도 별 볼일은 없겠지만, 그 년은 조용하게 있지 않을 수도 있을 거야."

갑자기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잠시 뜸을 들였다. 한기자가 참을성 있게 기다리자 작심한 듯 말을 이어갔다.

"허지만 이 얘기를 꺼냈다고 해서 지놈들이 난리를 친다 해도 이젠 겁 안나. 어차피 나두 이젠 다 죽어 가니까…….

이걸 가슴에 묻어두고 죽기는 그런 것 같았는데 이런 기횔 얻었으니 털어 놓는 것이 후련하겠다 싶네."

"누가 남선생을 죽인답니까?"

"그 당시 그 여자는 나를 죽이고 싶었겠지만 일단은 돈으로 막은 셈이지. 그러나 지금은 다르지. 암, 얼마든지 백정 같은 놈을 고용할 수 있는 파워가 생겼으니.

이 이야기가 퍼진다 해서 직접적인 영향은 없겠지만 자신의 회사에 대한 이미지하고 관계가 있으니 내가 누구한테 얘길 한 것을 안다면 가만히 있지 않을 수도 있어."

"엠그룹 고문 조용희씨 말인가요? 그 분이 무슨 관계가 있습니까?"

"아니 다 알고 있으면서 왠 능청이여?"

그러면서 회상에 잠기듯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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