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온 박사의 동생은 과연 어디로 갔을까?
50. 한기자의 추적(2)
한적한 마을들이 상전벽해가 되어 큰 도시로 변해 있는, 천안시 인근 지역에는 새로운 도시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많은 고층 아파트가 솟아 있는 지역의 도로가에 승용차 한대가 정차했다. 도로에는 많은 차들이 통행하고 있었다. 차문이 열리며 한기자가 이마를 만지며 내렸다. 높다랗게 세워져 있는 아파트군상을 한심스럽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제기~~ 이 주소는 아무 쓸모가 없군. 이 지역 전체가 아파트 단지로 변해 버렸으니. 그러면 혹시 애린원을 알고 있는 사람이 있나 찾아보는 수밖에 없군.'
한기자는 다시 차를 몰고 그 주변을 돌다가 아파트에서 다소 떨어진 마을 입구 주변의 허름한 동네 슈퍼 앞에 세웠다. 나이가 꽤 들어 보이는 남자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한기자는 주인에게 까딱 인사하고는 카운터를 지나 냉장박스로 가서 커피가 든 병을 꺼내 들었다.
카운터에서 지갑의 돈을 꺼내며 가게 내부를 둘레둘레 살펴보다가 주인에게 물었다.
"혹시 이 주변에 있던 애린원이라는 고아원에 대해 알고계시는 분 안계실까요?"
"애린원? 없어진 지 꽤 되었는데! 도시계획이 나고 이 주변 땅값이 오르니까 그냥 있겠어요? 들리는 얘기로는 원장이 벌써부터 애린원 재산을 거의 빼돌려서 빈껍데기만 남은 상태였더라는 데요."
"그 원장이 어디로 갔는지는 알 수 있을까요?"
"돈 챙겨가지고 외국으로 날랐다는 소문만 들었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갑갑함이 몰려드는지 괜스레 가슴을 쓰다듬으며 그래도 무슨 끄나풀을 잡기 위해 안간 힘을 쓰는 한기자.
"그러면 혹시 그 곳에서 일하셨던 분, 누구 아는 분 없으신지요."
주인은 타 지역에서 온 것이 분명한 그가 이미 오래된 일들을 꼬치꼬치 캐묻자 이상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왜 그러는 가요?"
"얘, 그 고아원에 있었던 한 아이의 형이 미국으로 입양되어 갔는데 동생을 애타게 찾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명함을 꺼내어 공손하게 건네면서 사유를 설명했다.
"저는 신문사 기자입니다. 동생을 추적하면서 겸사겸사 이 걸 주제로 기사를 쓰고 있는 중이라서요."
그러자 태도가 부드러워졌다.
"아 그래요. 마침 집사람이 그곳에서 오랜 동안 일했기 때문에 알지도 모르겠네요. "
주인이 안쪽에 대고 소리치자 여자가 나타났다. 그사이 한기자는 커피를 죽 들이켰다. 왜 부르냐는 듯한 짜증 섞인 표정으로 나오는 아내에게 주인이 상황을 설명했다.
"이 분이 신문사 기자신데 애린원에 대해 기사를 쓴다는 구만."
한기자가 인사를 하면서 보완 설명했다.
"안녕하세요? 오래 전이기는 한데 고아원에 있었던 애들에 대해서 알아볼 게 있어서요. 혹시 한 27년 전 이때쯤 고아원에 들어온 꼬마 형제들을 기억하고 계신지요?"
여자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생각난 듯 얘기를 시작했다.
"아! 있었어유. 큰 애는 6살쯤 됐나 그런데 어렸어도 매우 똑똑했지유. 그리고 생활력이 무척 강했어유. 그래서 기억하고 있다니께유. 동생은 그 때 2~3살쯤 됐을 거예유. 애들이 동생한테 손찌검이라도 하면 형한테 여지없이 당했지유. 갸보다 키가 큰 애들도 당해내지 못했어유."
"혹 누가 그 아이들을 애린원에 데려왔는지는 아시나요?"
"원장의 동생이 데려 왔다는 얘길 들었시유."
"그러면 그 애들이 어디로 간 건지는 알 수 없을까요?"
"알 수 없지유. 얼마 안 있어 큰 애는 미국으로 입양 갔고 작은 애는 7살 때쯤인가 고아원에서 도망갔으니까유."
그 말을 들으면서 한기자는 라온박사의 얘기와 그대로 일치함에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럼 원장동생은 만나볼 수 있을까요?"
"그 사람은 일전에 죽었다는 얘기를 들었시유. 원장이 가면서 내팽개치다시피 해서 살림이 엄청 어려웠었대유."
"혹시 그 동생이라는 아이에 대해서 좀 더 자세한 얘기를 들을 수 있을까요?"
하도 꼬치꼬치 캐묻자 연속적으로 질문을 해대는 그가 기자라는 사실을 깜박했는지 아주머니가 왈칵 짜증을 냈다.
"아 그런디 아저씨는 뭐 할라고 그 애들 얘기에 그리 관심이 많은감유? 갸들과 뭔 관계가 있는 거시유?"
그러자 주인남자가 거들어 주었다.
"아 좀 전에 얘기 했잖아! 이 양반 기자라고. 미국으로 입양갔다던 형이 자기 동생을 찾고 있데. 그리고 그걸 기사로 쓴다는 거여!"
그러자 한기자도 죄송스럽다는 듯 사정하며 머리를 조아렸다.
"네. 아주머니! 그 형이 무척 애타게 찾고 있거든요. 그러니 바쁘시더라도 좀 더 얘기 부탁드립니다."
"그러쿠만. 아! 이제 생각나네! 갸네들 부모들이 갑자기 교통사고로 죽었다 했시유. 그런데 아무 연고가 없어 누구 부탁으로 데려온 거라고 원장 동생이 그랬던 거 같아유."
"동생은 어찌 된 건가요?"
"그 애 이름이 가리은이라 했던가?"
순간 한기자가 잠시 헷갈린다. 그러다가 나름대로 추론 해봤다.
'라온박사는 가온이라 했는데, 그럼 다른 애 얘긴가? 아니 가온은 그 당시 3살도 안된 나이였어.
더군다나 자신의 이름을 정확하게 기억해줄 수 있는 그의 형조차 떠나버리고 없는 상황이다 보니 가온이라는 이름에서 자연스레 가리은으로 바뀐 거 같아.
이름 앞 자가 아예 성씨가 된 것일 거야.'
"그 애는 형이 떠난 뒤에 다른 애들한테 많이 당했지유. 그래도 네 다섯 살이 되니 제법 지 형 같아 그 때부터는 다른 애들도 함부로 하지 못했시유. 그 형에 그 동생 아니랄까봐."
"그런데 왜 그 애가 고아원을 도망갔어요?"
"갸가 한 7살쯤 됐었나? 그 애가 좋아하던 소다미라는 지지배는 같은 또래였을 텐데 병원에 보냈더라도 죽었을 그런 병에 걸려 있었시유. 그러나 애가 그런 사실을 알 리가 없지유.
그런데 얼마나 지극정성으로 지지배를 간호하는지, 지독스런 원장도 그 정성에 손을 들고 간호하는 것을 허락했을 정도였다니께유.
그러다 지지배가 죽고 나서 얼마 안 되어 고아원에서 안 보이더라구유. 내뺀 거지유.
나중에 누가 그러던데 시외버스정류장에서 갸처럼 생긴 아이가 서울 행 버스를 타더래유."
여기에서 실타래는 끊어지고 말았다.
음료수를 몇 개 더 사고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가게를 나온 한기자는 속 시원함보다 짓누르는 압박감이 더 느껴져서 얼굴이 저절로 찡그려 졌다.
급하게 차를 몰고 신문사에 돌아온 시간은 취재마감 시간을 훨씬 넘은 때였다. 땀을 뻘뻘 흘리며 늦게 취재부를 들어오는 한기자를 보며 부장이 타박조로 한마디 던졌다.
"요즘 한기자 엉뚱한 짓하고 하고 다니는 것 같아? 장반장한테 뭐 좀 알아 보려 전화했더니만 한기자가 와서 아주 옛날이야기를 물어 보더라던데?"
한기자는 뜨금 했다 그러나 능청스럽게 받아 넘어갔다.
"에이 부장님! 제가 언제 허튼 일 하고 다니는 거 보셨습니까? 요번에도 불유괴수 건 제가 제일 먼저 터뜨리지 않았습니까?
이번에도 큰 건 하나 물고 늘어지느라 그러니 눈감아 주십쇼!"
부장의 어투가 이내 바뀌었다.
"허 그러니 내가 할 말이 없군! 알았어, 한기자 자네만 믿고 기다리겠네!
"어이쿠 부장님 걈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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