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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스토리

한 소녀를 사이에 둔 대결 (아찌<제16회>)

by 허슬똑띠 2022. 8.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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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꿎은 운명과의 가슴시린 사랑 이야기

 

S#32. 소다미의 방

 

소다미는 거울로 변한 유리창을 바라본다. 강한 빗줄기가 창유리를 세차가 두들기는 소리.(E)

창유리에 비친, 고민으로 가득한 소다미의 얼굴 위로 그 두드림의 소리가 마구 부딪쳐온다.

그렇게 바라보고 있으려니 유리창에 어른거리는 이반의 얼굴.

그녀는 마치 그가 거기에 있는 듯 유리창을 바라보며 중얼거린다.

 

소다미(혼잣말로) 그냥 오빠 같기도 하고 아저씨 같기도 해서 푸근한 마음으로 대해왔던 것인데 그렇게 뜬금없이 좋아한다는 얘기를 하면 어떻게 해요? 나는 가슴이 두근거리고 얼굴이 화끈해져 얼마나 당황했는지 모른다구요.

 

소다미는 커튼을 치고 책상에 앉아 턱을 고이고 컴퓨터의 모니터를 바라본다.

 

(인서트)

모니터 위에 이반의 얼굴과 빨장의 얼굴이 교대로 나타났다 사라진다.

 

소다미는 난감한 얼굴로 마른 침을 삼키다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다.

 

소다미(혼잣말)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플래시 백)

웅장한 삼층 석조 저택.

잔디밭이 잘 정리되어 있고 여러 종류의 나무들이 심어져 있다.

한편에 만들어진 작은 연못 가운데 설치된 분수에서 몇 갈래의 물이 낮게 솟아오르고 있다. 그러한 정경의 정원을 가로 질러 소다미와 그의 친구가 걸어오고 있다.

 

집 앞의 거리.

대문이 열리면서 단정하게 차려 입은 여고생 소다미가 화려한 차림의 그녀 친구와 함께 나온다.

둘이 나오자마자 들려오는 묵직한 오토바이의 소리.(E)

소다미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고급주택가의 한가로운 길 저편에 빠른 속도로 나타나는 커다란 오토바이.

거기에는 빨간 헬멧과 검은 선글라스를 쓰고 검은 색 가죽 재킷과 바지에다 빨간 부츠를 신은 사람이 타고 있다.

친구가 아는 듯 손짓을 하자 그 오토바이가 그들 앞에 선다.

오토바이에서 내리며 헬멧을 벗고 선글라스를 손에 빼어 드는 사람은 훤칠하게 생긴 빨장이다.

그의 머리칼이 치렁치렁하게 그의 어깨에 까지 닿아있다.

 

친구 (핀잔 주듯) 오빠! 또 어디를 그렇게 누비고 다니는 거야. 아빠가 뭐라 하시던데.

빨장 (무시하고 소다미를 바라보며) 이 학생은 네 친구냐?

친구 응, 소다미라고 해. 어때 예쁘지?

빨장 정말 무지 예쁘다. (소다미에게 다가오며) 안녕! 나 재희 오빠야. 이렇게 만나서 반갑다. (그러면서 손을 내민다)

소다미 (얼떨결에 그와 악수하며) 네…… 안녕하세요? 소다미예요. 참 멋지네요.

 

(Cut to)

빨장의 오토바이를 타고 가는 소다미.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다.

어느 주상복합 빌딩 앞. 일층엔 커다란 커피전문점이 자리 잡고 있는데 대형 유리창이 햇빛에 보석처럼 빛나고 있다.

아르바이트 장소에 도착하여 소다미가 그에게 손을 흔들며 들어가자 역시 손을 흔들어 화답하면서 오토바이를 몰고 사라지는 빨장.

 

(시간경과)

빨장이 도착하여 건물 옆 작은 공간에 오토바이를 세워놓고 가게로 들어간다.

 

(시간 경과)

카페테리아 내부. 소다미가 밖으로 나가는 이반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다시 소다미의 방.

소다미가 서랍에서 한 장의 사진을 꺼낸다.

클로즈업되어 보이는 사진의 모습.

에버랜드에서 찍은 사진. 빨갛고 흰 튤립 꽃들을 배경으로 빨장이 소다미를 뒤에서 안고 있는 모습이다.

소다미는 그 사진을 컴퓨터 모니터 옆에 붙여 놓는다.

(F.O)

 

S#33. 사무실 / 낮

(F.I)

 

사무실 전경. 보고를 마치고 자리로 돌아오는 이반과 마주치자 평소처럼 미소를 지으며 인사하는 소다미. 그러나 어색함이 역력한 그녀의 얼굴. 곧바로 서류를 들고 이반과 반대방향으로 간다. 이반이 자리에 허탈한 몸짓으로 자리에 앉아 생각이 잠기는 듯하다가 휴대폰을 꺼내 만지작거린다.

클로즈업 되는 휴대폰 널찍한 창. 그 위에 비치는 이반의 모습. 잠시 그렇게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결국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고 밖으로 나간다.

어느새 자리에 돌아온 소다미가 곁눈질로 그를 훔쳐본다.

어색함 속에서도 측은지심이 어린다.

 

(시간 경과)

창밖으로 소다미가 퇴근 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이반.

부감으로 보이는 빨간 부츠의 사나이.

소다미가 빨장이 몰고 온 오토바이를 타고 가는 정경을 숨을 죽인 채 내려다 보는 이반.

두 사람이 탄 오토바이가 점점 멀어지면서 결국 차량들 틈으로 사라져 버린다.

 

남자(소리) 이반! 퇴근 안하고 뭐를 그리 열심히 내려다 보노?

이반 (깜짝 놀라서 뒤돌아보며) 예 과장님. 생각 좀 하느라고요. 먼저 퇴근하십시오. 저도 곧 나갈 겁니다.

 

과장이 알았다는 손짓을 하며 나가자 이반도 아쉬움과 착잡함이 뒤엉킨 표정으로 유리창에서 멀어진다.

그러면서도 마치 누가 그곳에 서있는 듯 몇 번이나 뒤를 돌아다보며 자신의 자리로 향하는 이반.

 

S#34. 주점 / 저녁

 

분위기가 있는 퓨전 주점 내부.

애인들끼리 앉아 있는 좌석도 있고 중년의 남녀가 마주앉아 은근한 표정으로 예기하고 있는 좌석도 있는데 대부분 좌석이 찬 듯하다.

약간 구석진 테이블에 앉아 홀에 조용히 울려 퍼지는 아주 오래된 팝송을 듣고 있는 이반.

그러면서 그의 눈은 출입구 쪽을 계속 주시하고 있다.

 

잠시 후 문이 열리며 들어서는 한가람.

한 눈에 이반을 알아보고 손을 흔든다.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는 이반.

 

한가람 (가까이 다가와 손을 내밀며) 여! 이반. 전화는 가끔 하지만 오랜만에 만나는 것 같구나.

이반 네 그렇네요. 죄송합니다. 자주 찾아뵙지도 못하고.

한가람 사람 산다는 게 만만치 않은 거야.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오늘을 제일 소중하게 살아가야 하는 것이니까 지나치게 신경 쓸 것은 없지. 그렇다고 사람 사는 도리를 무시하고 대강대강 살아도 된다는 뜻은 아니니 오해는 하지 말아라.

이반 (웃으며) 그럼요~~

한가람 모처럼 저녁 식사하는 데 네 어머니도 오라고 할 걸 그랬네. 내가 약간 생각이 짧았다. 그래 어머니도 여전하시지.

이반 예, 지금 하시는 일이 재미있으신 가 봐요. 아저씨가 힘써주셔서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고 맨 날 그러세요.

한가람 (허허) 그건 사실하고 다르지만 어째든 일이 즐거우시다니 제일 좋은 일이다. 그리고 너 역시 좋은 직장에서 잘해나가고 있으니 그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겠어.

이반 선배들이나 입사 동기들이 많이 도와주어서 수월하게 지내는 편입니다.

한가람 내가 듣기에는 너에 대한 평이 다들 좋더라. 능력 있다고 말이야. 부행장 귀에 들어갈 정도면 이건 보통이 넘는 수준이야. (기분 좋게 껄껄)

이반 진짜 일을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그렇다면 저도 기분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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