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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스토리

갈수록 더욱 얽히고설킨 의문투성이 (파이토레이드(PHYTORAID) (제49회))

by 허슬똑띠 2022. 9.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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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그룹 조정균회장의 비밀

 

57.조용희의 숨겨진 과거(계속)

"조용희는 회사에 들어와 얼마 안 되어서부터 부사장 성은철 눈에 들었어요. 경리를 담당했는데 눈치가 얼마나 빠른지 제가 다 혀를 내두를 정도였으니까요. 게다가 외모도 예쁘고 참하게 보이니 성은철 눈에 쏙 들었겠죠."

"혹시 회사에 들어 올 때 누가 추천했나요?"

"성은철이 아는 의사가 부탁을 했다는 소릴 들은 것 같아요.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면 성은철의 스타일을 잘 알고 부러 소개시켜 주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네, 그래 성은철이 가볍게 손을 댔겠네요."

"아닌 것 같아요. 오히려 조용희가 먼저 꼬리를 치며 접근한 것 같아요."

"성은철은 손 안대고 코푼 격이 된 셈이네요."

 

"꼭 그런 것만도 아니었습니다. 바로 전에 비서와의 관계로 말썽이 나자 비서가 그만 두었거든요.

그래서 나름대로 자숙하고 있었는데 조용희가 그런 사실을 알고 마음을 흔들어 논거죠."

"네 그렇군요. 꼭 음흉한 목적을 갖고 회사에 들어 온 듯 하네요."

"글쎄요? 말씀을 들어 보니 그런 거 같기도 하네요. 일단 유혹에 성공하고 난 뒤에는 집요하게 그에게 달라붙은 걸보니.

아마 그 이후에는 도리어 성은철이 그 여자에게 조정당하는 신세가 되었다고도 볼 수 있을 겁니다.

빼먹는 자금을 얼마나 수완 있게 처리했는지 오랜 동안 아무도 눈치 채지 못했으니까요.

그리고 그것을 가지고 성은철을 협박했는지도 모르죠. 아무튼 이런 관계는 공개된 비밀로 계속 이어졌습니다."

"유진사장이 죽고 나서는 자금횡령 건은 자연스럽게 묻히게 된 셈이네요."

"그렇지요. 그리고 오비이락일까 유진사장이 죽고 난 뒤 얼마 되지 않아 성은철이 전 부인과 이혼하고 조용희와 결혼하더라고요.

그래서 말들이 참 많았지요.

"정말 그럴 만 했겠네요"

 

여기에서 노인은 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그 뒤 회사가 크게 성장하니까 더 이상 쑤군거림이 없어졌지요. 이게 다 조용희의 수완이었다는 거죠.

어떤 야비한 수단과 방법을 썼던 지간에 직원들은 성장에 따른 혜택을 누리게 되었으니까요.

사실 성은철은 별 볼일 없었다고도 볼 수 있어요."

"저도 모 연구원의 조사 내용을 들었는데 성사장이 죽고 나서는 성장세가 더욱 가속화되었던데요.

참 재미있는 현상이죠?

당연히 알고 계시겠지만 90년 중반에는 알짜 공기업을 인수하는데 성공하여 그룹의 초석을 세운 바나 다름없었고요."

"그렇습니다. 그 당시에 우스갯소리로 새우가 고래를 삼켰다고 했으니까요. 그 것 말고 그룹 연구소도 대박이었지요.

우연인지 운이 좋았던 건지 몰라도 인수에 성공했어요.

각종 시험설비가 빵빵했고 무엇보다도 우수한 연구인력 때문에 인수전이 엄청나게 치열했었습니다.

그걸 인수하고 나서는 그 배경에 대해 말이 참 많았지요."

"국내 비즈건 중 제일 의혹이 많았던 걸로 저도 기억합니다. 그런데 성사장은 어떻게 된 건지 혹시 아시는지요?"

 

이 부분에서도 노인은 좀 기가 막힌다는 듯 잠시 말을 중단하다가 계속했다.

"성사장에게는 아주 젊은 애인이 있었죠. 그런데 사실 조용희한테도 벌써부터 애인이 있었어요.

나중에 그걸 알고 나서 성은철이 울그락 붉그락 했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성은철이 자기 애인을 죽인 살인죄로 잡혀 들어가데요.

교도소에서 복역하다 결국 자살하고 말았지요."

"잘 나가는 대기업회장의 살인죄라? 거 참 기가 막힌 타이밍으로 보이네요. 이 사건에 대해서 특별히 감이 잡히시는 건 없으신가요?"

"글쎄요? 워낙 빠져나갈 구멍이 없는 상황이었다는 거 외에는.

그렇지만 한 마디로 말도 안 되는 어처구니없는 사건이라는 생각은 듭니다."

한기자도 그러한 생각을 해왔기 때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노인이 커피를 마시자 한기자도 따라 커피를 마시고 난 뒤 질문을 계속했다.

"그런데 성은철과 조용희 두 사람 사이에는 아이가 없었나요?"

"예! 이상하게도 두 사람 사이에 아이가 들어서지 않아 성사장이 많이 고민했지요.

그런데 성사장이 죽고 난 후 얼마 안 되어, 조용희에게 예전 남자와의 사이에 사생아가 있었다는 것이 알려지게 되었죠.

"조용희가 그 아들이 있어서 부러 그랬을 수도 있겠네요."

"그런 점도 있었을 겁니다. 나중에 그 아이를 그룹의 기둥으로 내세운 걸 보면 그 아이를 얼마나 애지중지 했는지를 알 수 있으니까요."

"어떤 면에서는 꼭 성사장이 죽기를 기다렸다가 등장시켰다는 생각도 드네요."

 

"처음에는 아이가 있다는 사실을 아무도 몰랐으니 조용희 속내는 그럴 수도 있었을 겁니다. 남동생 호적에 올려두었던 아이를 성은철이 죽자마자 데려와 입양시켰으니까요.

조용희가 자기 동생의 애라고 해서 처음에는 모두 그런 줄 알았지요."

"조용희 본인의 애라는 사실은 어떻게 알려졌나요?"

"한번은 병원에서 간호보조원으로 일할 당시 함께 근무했던 사람이 조용희한테 일자리 부탁하러 찾아 왔었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문전박대 당하고 가고 나서는 떠들어 대는 바람에 알려지게 되었죠.

그 당시 사귀고 있던 레지던트, 바로 그 사람의 아이라고요.

그런데 그 사람은 행방불명되었고 조용희도 병원을 그만 두고…"

"행방불명되었다는 그 의사는 결국 나타나지 않았나요?"

"자세한 건 모르겠지만 영구 미제 사건으로 남았다는 것 같아요."

 

"그런데 병원은 왜 그만 두었을까요?"

"그 주변에서 벗어나기도 싶었을 테고 또… 아무도 모르게 아이도 낳으려 했던 거 아닐까요?"

"아이 아빠 되는 사람이 행방불명되었는데도 아이를 낳았다? 이해가 잘 가지 않는 부분이네요."

"그 남자에 대한 복수심에서 그럴 수 있지 않겠어요?"

"복수라……문득 의사의 행방불명이 그리 단순하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그럴 만도 합니다. 그 의사란 사람이 그렇게 흔적 없이 사라질 이유가 없었다는 가족의 주장을 감안 한다 면요.

제가 생각하건 데는 그 남자가 분명 낙태를 강요했었을 거라고 봐요.

그러니 그 아이를 보란 듯 지금의 회장으로 앉힌걸 보면 낙태를 강요했던 것에 대한 또 하나의 복수인 셈이라고 볼 수 있죠."

"낙태를 강요했다?"

"당연한 거 아니겠어요? 의사가 순순히 결혼하려고 했다면 아마 모든 것은 무사하게 지나갔을 거란 거지요."

"그렇군요."

 

"조금 전에 얘기했던 것처럼 조용희는 아들이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경영에 참여시켰고 혹독하게 경영수업을 시킨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리고 회장으로 앉히고 자신은 고문으로 들어앉았죠. 완전히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것은 아니지만……."

"얽히고설킨 복잡한 삶이었군요.

이렇게 장시간 비사를 말씀해주셔서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두 사람은 함께 일어서서 커피숍을 나왔다. 커피숍을 떠나는 노인에게 인사를 한 뒤 멀어져 가는 노인의 쓸쓸한 뒷모습을 한참동안 바라보던 한기자가 무언가 할일이 생각난 듯 지하 주차장으로 급히 달려갔다.

신문사에 도착한 그는 뛰다시피 디지털 데이터 실을 향했다. 자리에 앉아마자 검색을 시작하는데 10여분 만에 모니터에 관련 기사가 떠올랐다.

'실종된 지 한 달이 되도록 감감 무소식인 한강병원 레지던트 김병성씨. 경찰은 그 동안 주변 인물들을 중심으로 수사를 해왔으나 아직 아무런 단서도 잡지 못하고 있다.'

모니터 화면을 스크롤 해가며 들여다보던 한기자는 그 기사 내용을 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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