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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스토리

나란히 달리다 그 사이가 점점 벌어지며 멀어지는 두 개의 철길 (아찌<제34회>)

by 허슬똑띠 2022. 10.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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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꿎은 운명과의 가슴시린 사랑 이야기

S#79. 이반의 집

 

창의 불들이 거의 꺼져 있는 아파트들이 우중충하게 늘어선 단지 입구.

바로 앞에 정차하는 택시에서 내리는 이반.

힘없이 아파트 단지 입구를 거쳐 아파트 현관으로 향해 간다.

 

이반 (독백) 아저씨의 말처럼 날기 위해 많이도 몸부림쳐 댔지요. 그런데 날개가 생기기는커녕 조금 생겨날 듯한 날개의 모양조차 부셔지고 마네요.

 

창문에서 비치는 옅은 빛으로 어슴푸레한 이반의 방안.

문이 열리면서 거실의 불빛이 흘러 들어온다. 스위치를 누르면서 슬그머니 방안으로 들어와 문을 닫는 이반.

훤하게 밝아지는 방안. 잠시 밖의 인기척을 살핀다..

 

이화 (소리) 내 아들 이반! 이제 들어왔니?

이반 예. 좀 늦었네요!

이화 (소리) 아까 전화할 때 12시까지 들어온다더니 칼이네 칼이야.

이반 제가 언제 시간 안 지키는 일 있었나요? 이제 신경 그만 쓰시고 주무세요.

이화 (소리) 그래!

 

옷을 벗어 옷장에 걸고 나서 서랍에서 손거울을 꺼내 보는 이반.

그 손거울이 화면에 확대되면, 이반이 움직거리는 방향대로 다소 부은 듯한 이반의 얼굴이 이리저리 어른거린다. 화면이 원위치 되면, 그 얼굴을 날려버리듯 거울을 침대 위에 훽 던져버리는 이반.

 

이반 (혼잣말) 이제부터 나는 혼자다. 소다미에게 깊은 상처를 안기기 전에 오히려 잘 되었다고 생각하고 말자!

 

욕실 내부. 속옷차림의 이반이 들어온다.

세면대의 수도꼭지를 틀어놓고 쏟아지는 물을 망연자실한 상태로 바라본다. 물이 넘쳐 세면대 구멍 속으로 흘러들어 가며 소리를 내자 그제야 퍼뜩 정신을 차리는 이반.

꼭지를 잠그고, 받아 놓은 물을 손으로 퍼 올려 세수하는 이반.

두어 번 얼굴을 닦은 이반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가 세면대에 가득 찬 물을 바라본다.

이반의 시선으로 내려다보는 물의 모습이 화면 가득 찬다.

그의 얼굴에서 떨어지는 물방울들이 잠잠하던 물위로 이리저리 떨어지며 작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물에 비친 이반의 얼굴모습이, 파문에 따라 일렁이는 물의 흔들림으로 이리저리 일그러지며 아주 기기묘묘한 모습이 되어 버린다.

순간 이반이 눈을 감자 검게 변하는 화면.

잠시 후 다시 화면 밝아지면, 이반이 눈을 뜨고 고개를 들어 거울을 바라본다. 화면을 꽉 채우는 거울 속에 비치는 이반의 얼굴.

그런데 거울 속 이반의 얼굴이 서서히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모습으로 변한다. 놀란 이반이 눈을 질끈 감았다 다시 뜬다.

이번엔 귀가 크고 작은 콧구멍에 검은 왕눈을 가진 녹색 외계인의 모습으로 변한다.

순간 고개를 저으며 주먹으로 거울을 강타하는 이반.

주먹이 맞은 자리를 중심으로 해서 좌우상하로 금이 가버린 거울.

이제는 깨진 거울의 조각들마다 소다미의 얼굴들이 무수히 보인다.

애써 외면하며 세수를 하던 물을 내려 보내고 수도꼭지를 다시 튼다.

되도록 거울을 외면하면서 주먹의 상처에서 흐르는 피를 씻는다.

흐르는 피가 세면대의 흐르는 물로 서서히 씻겨 내려가는 모습을 보는 이반. 쪼르르 물 흐르는 소리.

 

(Cut in)

한없이 펼쳐진 들판에 서 있는 이반. 그가 서 있는 자리에서부터 두 줄기의 철길이 뻗어 가고 있다. 지평선 끝으로 가면서 두 갈래 철길이 서로 점점 합쳐지는 듯 보이는데 급속히 화면이 확대되면, 오른 편 철길이 서서히 우측으로 방향을 틀어 뻗어간다. 다시 화면 서서히 빠지면, 두 철길이 완전히 갈라져 그 사이가 점점 벌어지면서 멀어져 간다.

(F.O)

 

S#80. 몽타주 (이반의 꿈)

(F.I)

 

롱숏으로 보이는 밤의 도시 외곽의 정경.

외곽으로 빠져 나오는 수많은 자동차의 불빛이 도로를 수놓고 있다.

차량들의 불빛 속에서 번쩍하고 나타나는 강렬한 외등불빛.

그 불빛은 다른 차량들의 불빛을 제치면서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다.

급속도로 다가온 불빛은 카메라를 스치듯 지나가며 오토바이의 뒷모습이 나타난다. 카메라는 계속 오토바이를 쫓아간다. 화면 멀리 오른편으로 큰 건물 상단에 설치된 대형 전광판이 보인다.

오토바이가 달려갈수록 그 전광판은 점점 확대된다.

그 전광판에는 넓은 전원을 배경으로 남녀 배우가 손을 앞으로 들고 서있는 정경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여자 배우가 훌쩍 날아내려 오면서 소다미로 변하여 오토바이로 다가온다.

오토바이가 급하게 멈추어 서면서, 헬멧의 가리개를 위로 올리는 사람은 바로 이반이다. 두 팔을 벌린 채 그녀가 그의 곁에 가까이 다가올 때까지 기다린다. 오토바이의 전조등 불빛이 소다미를 비추고 있다.

소다미가 거의 이반에 손에 닿을 정도로 다가온 순간 전광판 속의 남자 배우가 튀어 나오면서 거인으로 변신하는데 얼굴은 빨장으로 변한다. 그리고 전혀 손을 쓸 사이도 없이 커다란 손으로 가볍게 소다미를 잡는다. 그의 손 안에서 아우성을 치는 소다미. 이반이 다급하게 오토바이의 앞바퀴를 번쩍 들어올리며 허공으로 튀어 오른다. 오토바이의 불빛이 거인의 손에 잡힌 소다미를 비춘다.

그가 날아서 거인의 손으로 다가가자, 그는 다른 손으로 오토바이를 확 올려 친다.

순간 이반의 오토바이는 까만 하늘로 날려가면서 점차 사라진다.

(암전)

 

S#81. 몽타주 (이반의 꿈)

 

서서히 화면이 밝아오면, 롱숏으로 보이는 가없이 펼쳐지는 파란 하늘.

밝아질수록 파란 색이 한층 짙어지고 구름 한 점 없이 눈부시게 맑다.

카메라가 아래로 향하면, 햇빛 아래에 눈부시게 빛나고 있는 넓고 푸른 들판이 멀리 지평선까지 펼쳐진다.

화면 서서히 확대되면, 푸르게 돋아 있고 부드러운 풀, 사이사이 수놓고 있는 형형색색의 꽃들이 흐트러지게 피어있다.

수없이 피어있는 꽃들을 숨기려는 듯, 갈대 모양의 키 큰 풀들이 불어오는 바람에 살랑거리면서 꽃들이 사라졌다 나타나기를 반복하고 있다.

거의 지평선이 닿을 듯한 먼 거리에서, 꽃들 사이로 춤을 추듯 좌우로 몸을 흔들며 깡총깡총 가볍게 뛰어 오는 소다미가 보인다.

소다미의 모습이 조금씩 가까워지면서 그 뒤로 나타나는 이반.

생각에 잠겨 걸어오고 있다가 앞서 가는 사람이 소다미인 것을 눈치 채고는 마구 뛰어오기 시작한다.

이반이 '쏘냐'를 외쳐대며 손짓하지만 소다미는 전혀 들리지 않는 듯 뒤를 돌아다보지 않는다.

그런데 이반이 열심히 뛰어오지만 그 사이의 거리는 좀체 좁혀지지 않는다. 소다미가 뒤돌아보는 순간 이반 바로 앞에 빨간 부츠의 사나이가 나타난다. 깜작 놀라서 그 자리에 서는 이반. 바로 빨장이다.

히죽대며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더니 놀라는 이반에게 안개와도 같은 것을 뿌려대는 빨장. 그 상태로 동상이 되어 버리는 이반.

서있는 자리에서 꼼짝 못하고 있는 이반에게 보란 듯, 빨장은 소다미에게로 달려가 그녀의 손을 잡고 꽃 속을 춤추듯 달려간다.

동상이 된 채 눈만 껌뻑 대고 그들을 바라보는 이반의 눈에 눈물이 고이더니 그대로 주르륵 흘러내린다.

그들을 바라만 보고 있던 이반이 움직이려고 애를 쓰다가 그대로 산산조각이 나면서 무너져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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