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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스토리

지금 울고불고 해봤자 이미 열차는 떠났습니다! (파이토레이드(PHYTORAID) (제62회))

by 허슬똑띠 2022. 10.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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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유괴수 출현에 대한 가리은의 추론

 

68. 저출산 대책의 문제(계속)

 

많은 학생들이 현실적으로 부딪혀야만 하는 무수한 문제점들을 거침없이 쏟아내자 주재자가 초점을 약간 틀었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최근 '출산장려법'을 제정하려는 움직임이 있잖습니까?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그러자 이에 대한 비판들이 다시 쏟아지기 시작했다.

"기존 법으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걸 제대로 시행하지는 않고 또 법을 제정한다는 건… 글쎄요, 이건 완전 전시효과만 노리는 거 아닌가요?"

"문제는 돈이죠. 이에 대한 재원 마련 한답시고 또 세금만 짜낸다면 그게 그거죠."

"그것도 그렇고 옛날 전제국가로 되돌아가는 기분이네요. 국가에서 양육을 맡는다고 해서 아이들에게 국가충성심교육을 한다는 건 말도 안 되죠. 이는 아이와 부모 간에 이질감만 조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법제정보다 시행의지가 문제라고 봅니다. 프랑스는 지금 우리의 출산율보다 높은 때부터 엄청난 노력을 해왔습니다.

즉 문제인식도 중요하지만 이를 풀어나가고자 하는 의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호모드라마쿠스'라는 책에 보면 '미성숙한 정치일수록 개인의 행복추구를 단죄하고, 개인의 욕망이 가족의 이익, 집단의 이익, 국가의 이익이라는 절대선을 가로 막는다는 죄책감을 불어 넣는다.'는 글귀가 나오는데 어떻게 보면 이와 비슷한 상황 아닐까요?"

 

주재자가 다시 논의의 방향을 살짝 바꾸었다.

"지금 엄청난 사회적 물의를 빚고 있는 불임유발 괴수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이에 대해서도 당당한 의견들이 이어졌다.

"우리 사회가 저 출산 문제에 너무 등한시하여 왔기 때문에 각성하라고 하늘에서 벌주는 건 아닌지 모르겠어요."

"차제에 모두들 대오각성 해야 합니다!"

"그런데 괴물을 만들어 낸 사람들이 왜 책임을 지지 않는지 모르겠어요. 그 사람들 혹시 그 괴물을 조정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토론회는 시간이 흐를수록 온갖 의견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분위기가 고조되자 점차 정부의 무능력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져 갔다.

 

69. 해결책에의 접근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가 뒤숭숭한 가운데서도 비대위는 돌파구를 마련해 보고자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연일 전체회의가 계속되었지만 뾰족한 대책은 솟아나지 않았다. 오늘도 여전히 합동수사대를 중심으로 회의가 진행되었는데 이날따라 그동안 별다른 의견을 제시하지 않던 가온이 나섰다. 먼저 대장이 모두 발언을 했다.

"여러분들께서 많은 노력을 기울여 온 것에 대해 정말 고맙게 생각합니다. 그 가운데서도 가리은씨가 나름 연구해온 것에 대한 의견제시를 한다고 하니 먼저 그 얘기를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가온이 지금껏 나름대로 추측하고 분석해왔던 것들과 그의 후속조치로서 준비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 밝히면서 분위기가 급반전되었다.

"제가 엠그룹 연구소의 연구 자료들을 다각도로 분석해 보고나서 나름대로 내린 결론인데요, 불유괴수가 저렇게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게 무엇인데?"

"컴퓨터가 만능으로 보이지만 본래 이것은 인간이 만들었기 때문에 사실 그러질 못합니다. 즉 컴퓨터라는 것은 프로그래밍 되어 있는 일만 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는 뜻입니다.

불행하게도 프로그램에 오류가 있었다면 컴퓨터에 지시하는 일과 예상된 결과가 항상 같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 예를 재미있게 들어 보겠습니다."

그러자 중앙에 내려져 있는 스크린이 밝아지면서 서서히 영상이 뚜렷해지기 시작했다.

 

'어떤 남자가 길을 가다가 요술 램프를 발견하는 모습이 화면에 나타났다. 그리고 기뻐서 어쩔 줄 모르고 있다가 손수건을 꺼내 들고 조심스럽게 램프를 문지른다.

순간 펑하면서 램프 입구로부터 연기가 쏟아져 나오더니 천천히 여자 요정 지니로 변한다. 몸단장을 끝낸 지니가 그 남자에게 말한다.

"나를 구해줘 고맙습니다. 그 답례로 세 가지 소원을 들어주겠습니다."

남자가 너무 좋아서 기뻐 날뛴다.

"정말요? 그러믄요 차례로 말씀드릴게요. 먼저 돈이 1조 원 정도 있었으면 좋겠네요."

지니가 두 팔을 맞잡은 다음 턱밑까지 들어 올리더니 두 눈을 윙크하듯 깜박이자 순간 돈으로 가득 찬 가방이 그 남자 주위에 수북이 쌓인다.

남자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두 번째 소원을 말한다.

"그리고 궁전 같은 집을 갖고 싶어요!"

지니가 다시 눈을 깜박이자 연기와 함께 정원과 연못이 있는 거대한 성채 같은 저택이 나타난다. 그 부근의 풀밭에는 멀리 풀을 뜯고 있는 말 한마리가 보인다.

남자가 그 말을 보고 생각하더니 그 말을 가리키며 마지막 소원을 말한다.

"내 것을 저기 있는 말의 것처럼 해줘요."

지니가 또 다시 눈을 깜박인다.

남자는 뿌듯한 모습으로 폼을 잡는데 뭔가 이상했는지 아래를 더듬어 보다가 아예 바지 속을 들여다본다.

눈이 뒤집히더니 게거품을 물고 그 자리에 쓰러지고 만다.

잠시 후 정신을 차리고 일어난 남자가 지니를 향해 사정한다.

"아니 왜 이렇게 된 거죠? 원위치 시켜주세요 제발!"

지니가 무슨 말이냐는 듯이 들은 척도 안한다.

 

"저 말과 같게 해달라고 해서 그랬는데 뭐가 잘못 되었나용?

소원은 딱 삼 세 번입니다. 지금 울고불고 해봤자 이미 열차는 떠났습니다!"

남자가 주저앉아 엉엉 울면서 중얼거린다.

'후~~~ 이 얼마나 허망한 일이냐? 말의 물건만큼이나 듬직한 대물을 가지고, 세상 모든 여자를 후리며, 부러울 것 없이 살 것이라고 생각했던 순간, 여자로 변해 버렸으니…….'

영상이 여기에서 멈추고 가온이 다시 설명을 시작했다.

"지금 보신 것과 같은 일이 발생한 무슨 이유 때문일까요? 뭐가 잘못 됐을까요? 아주 단순한 이유죠.

인간의 머리였더라면 당연히 한 번쯤은 되묻지 않겠어요?

'당신은 남자고 저 말은 암말인데 정말 그렇게 원하나요?'라고. 그러나 지니는 인간이 프로그램 하여 놓은 대로 명령을 실행하는 기계적 존재였기 때문에 시키는 대로만 한 것이지요.

이처럼 여타 컴퓨터 프로그램도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정확하게 처리는 하지만 결과가 프로그래머가 원했던 것과 항상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겁니다. 그래서 이와 같은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하기도 하는 거죠."

그러면서 미소를 지었다.

"다만 이 경우에서는 요즈음 성전환수술이 아주 발달돼 있으니 그 많은 돈을 써서 남자로 다시 태어나면 되겠죠. 만족스럽지는 않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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