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괴수처럼 인공지능을 가진 기계인가요?
69. 해결책에의 접근(계속)
그러자 모두들 큰 소리로 웃었다. 웃음이 멎자 요원 한 사람이 나서서 부연 설명을 시작했다.
"좋은 비유입니다. 그래요! 프로그래머도 사람이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의도한 것과 전혀 다른 내용으로 프로그래밍 하는 경우가 발생하죠.
다들 아시겠지만 흔히 저지르는 실수 중 하나가 일 차이 오류, 영어로는 업바이완에러(off-by-one error)라는 건데요, 이 오류는 말 그대로 프로그래머가 일을 잘못 세어서 생기는 오류입니다.
예를 들어 십 미터 길이에 일 미터 간격으로 말뚝을 박을 경우 필요한 말뚝의 개수를 열개라고 생각하는 단순한 오류죠.
아주 단순한 것 같지만 이 오류는 생각보다 많이 일어납니다."
다른 요원이 나서서 맞장구 쳤다.
"맞아요. 정답은 열한 개인데 열개라고 판단한 프로그래머가 그렇게 프로그래밍을 하게 되면… 당연히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작동하는 프로그램뿐이 더 나오겠습니까?"
여기에서 가온이 불류괴수가 발생한 원인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그렇습니다. 당초 멀쩡하던 젬트리가 저런 괴물로 변하게 된 건…… 분명 업바이원에러 형태라고 봅니다.
하지만 그 보다 더 복잡하게 변질되었겠지요.
무슨 의도를 가지고 프로그래밍을 했던 간에 오류의 확대 재생산과정이 더해져서 누구도 예상 못한 변종괴물로 나타난 셈이죠."
대장이 아직까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물었다.
"그러면 지금 나타난 불유괴수는 어떠한 루트로 나타난 것이라고 보는가? 광선포로 이미 절멸되었다고 모두들 믿고 있었는데 말이야."
가온이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래서 다각도로 추론을 해보았습니다.
젬트리 괴물은 광선포 공격으로 그가 만들어 낸 모든 것과 자신까지 모두 파괴되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조금 전에 말씀드린 것처럼, 그가 영역을 확장해 가는 도중 계속된 오류의 확대 재생산이 문제였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러다보니 외부에서는 완벽하게 파괴되는구나 하는 그 순간순간 부분적으로는 파괴되면서도 내부의 근원은 스스로를 보존하고 있었다고 봅니다."
"그럼 그 오류의 확대 재생산이 지금의 괴수로 발전했다?"
"예! 모든 것은 파괴되었지만 그 확대 재생산으로 인하여 파괴막판에 순간진화 바이러스로 변질된 것으로 판단됩니다."
"순간진화 바이러스?"
"그것 때문에 이놈이 극적으로 살아났다고 봅니다.
그 후 이 바이러스를 통하여 자가 진화를 거듭하면서 고도의 지능생물로 발전했을 거라 추정됩니다.
몸체는 완전히 파괴되었음에도 프로그램의 잔재인 가상 컴퓨터는 뿌리 깊숙하게 남아 있었던 거죠."
"그렇다면 지능생물?"
그러자 한 요원이 놀란 듯 가온에게 물었다.
"그러면 식물이 인간처럼 생각한다는 거야?"
"그런 셈이죠. 그 괴물은 인간으로부터 탄생되었다가 그들에게 파괴된 경험을 기억으로 간직하고 있었을 겁니다.
그 기억이 복수심을 자극하게 되고… 나름 보복할 방법을 생각하게 되지 않았나 싶네요."
대장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허! 복수까지 생각했다?"
"네. 그래서 인간들의 약점이 무언가 생각했을 거구요, 그 방안으로 교활하게도 눈치 채기 어려운 불임물질을 유포하게 된 것이 아닌가 합니다."
"대단하군. 가리은씨의 추정이 맞는다면 저 괴물의 인공지능을 파괴해야만 근본적으로 문제가 해결된다는 뜻인데…….
가리은씨가 멋지게 추론해 냈으니 이를 확인해보고 모든 과학자분들과 연구원들이 달라붙어 저걸 없앨 묘수를 찾아내도록 해야겠는데……."
"제 나름대로는 먼저 지니의 예에서 나타난 그 약점을 견강부회 격으로라도 접목시켜 본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은 듭니다."
"약점?"
"프로그램 오류로 여자가 된 그 남자가 성전환수술 한다 해도 애기까지 생산할 수 있는 완전한 남자로는 가지 못하겠죠?
이 점에서 저는 분명 불유괴수의 한계가 있다고 봅니다."
"그 한계라면?"
"자신이 불완전한 존재라는 것을 인식시키는 거죠. 그러면 점차 존재의 이유를 상실해 가지 않을까 합니다."
"그러면 어떻게 인식을 시켜야 하는 건가?"
"인공지능의 파장에 동조시킬 강력한 파동을 생성하는 기기를 만드는 게 우선적일 것 같습니다."
"파동? 그건 무슨 역할을 하는 건가? "
"이른바 사이버네틱 파동이란 건데요, 저 괴물의 인공지능 파장에다 공명시키도록 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렇게 공명시켜서 인식시키는 거죠."
"완성하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
"나름대로 지금껏 준비해왔으니까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겁니다."
"흠, 그래! 그렇다면 정말 다행이야!"
"그런 다음 지진파로 지하에 있는 그 인공지능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해 내야 합니다. 그러면 그 파장을 잡아낼 수 있을 거라 판단됩니다."
대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표정이 밝아졌다.
"어려운 과제이기는 하지만 방법은 찾아 낸 셈이군."
"그 다음에는 파동생성기를 탑재한 로봇을 인공지능 가까이 보내어 그 파장에다 강력한 파동을 공명시켜서 자신이 완전한 존재가 아니라는 의미를 계속적으로 강하게 심어줍니다.
그래서 조금씩 인공지능을 교란해 가다보면 스스로 파괴되지 아니할까 추측합니다."
모두들 가온의 설명을 이해하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 후 가온과 함께 사무실을 나오던 다솜이 가온의 얼굴을 연신 빠끔히 들여다보았다.
가온이 갸우뚱하며 한 마디 던졌다.
"잘 생긴 내 얼굴에 뭔 불만 있으신가요?"
다솜이 기가 막힌다는 표정을 지었다.
"애걔걔~~ 이제는 들어 내놓고 자랑하시네. 하긴 그럴 만도 하니까~~ "
그러고 나서도 잠시 더 들여다보더니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았다.
"아니 그 머릿속에는 정말 어마어마한 컴퓨터가 들어가 있는 거 아녜요?"
"뭐라고요? 그럼 내가 괴수처럼 인공지능을 가진 기곔가?"
"혹시 그럴지도?'
"점점……."
그러자 다솜이 다짜고짜 가온을 껴안았다.
"너무 대단해서 그래요!"
둘은 서로 껴안고 소리 내어 웃었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무슨 일인가 하며 그들을 쳐다보았다.
그들의 바로 위 상공에서 밤하늘을 훤하게 밝히고 있는 달과 그 주변의 희미한 별들이 그들의 내려다보고 있었다.
잠시 그들의 환한 웃음소리가 그들에게 닿을 듯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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