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창작스토리

이건 완전 코미디네요. (파이토레이드(PHYTORAID) (제64회))

by 허슬똑띠 2022. 10. 6.
반응형

 

뜬금없는 우주식물 타령

 

70. 방송 해프닝

 

방송국의 거대한 건물들이 밝은 햇살을 받으며 그 위용을 뽐내고 있는 어느 날 오후.

편집국의 사무실내에는 칸막이로 나누어진 공간 속에서 직원들이 분주하게 일하고 있었다.

마침 그들에게 우편물들이 배달되고 있는데 한 사람이 궁시렁거렸다.

"어 이건 뭐야? CD같은데, 발신인도 없고."

그러면서 책상 옆쪽에 던져 놓는다.

 

갖가지 잡동사니들이 잔뜩 쌓여 있는 속에서 이것저것 살펴보다, 뭔가를 들고 다른 자리로 왔다 갔다 하는데 다른 직원 한 사람이 그의 자리로 와서 그를 끌고 TV모니터 있는 곳으로 갔다.

그는 CD를 집어넣고 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조금 전에 강작가가 받았다는 것인데 또라인지 진짜 그런 놈인지 좀 이상해요!"

"나도 아까 뭔가 받았는데 같은 것 아닌가 모르겠다."

"일단 이것부터 먼저 보고 같은 건지 확인해 보시죠."

곧바로 TV모니터가 밝아지면서 영상이 나타났다.

불유괴수를 배경으로,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한 한 남자가 나타나고 음성변조상태로 얘기를 시작했다.

'이제부터 하는 얘기를 잘 들어라. 너희들도 잘 알고 있다시피 불유괴수가 천지를 뒤흔들고 있다. 이 식물은 천상천인의 명을 받아 내가 심혈을 기우려 만든 우주식물이다. 나는 그 존귀한 명을 받들어 바야흐로 이 식물로 하여금, 지구를 더럽히고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를 위협하고 있는 멍청하고 잔인하기 이를 데 없는 인간종자를 지구상에서 말살하고자 한다.

내가 이 우주식물을 조정하는 한 너희들은 손끝도 댈 수 없을 것이며 아무리 발버둥 친다 해도 이 종말의 그림자에서 빠져 나가지 못할 것이다.

조금 씩 조금 씩 너희들은 공포 속에서 오그라들어 끝내는 그 그림자조차 볼 수 없게 될 것이다.

이 우주 말종들아!'

이 장면을 끝으로 TV의 모니터 화면이 까맣게 변하자 직원이 CD를 꺼냈다. 그러자 그 옆에 앉아 있던 고참 직원이 자기 책상으로 가서 내팽개쳐 놓았던 우편물을 뜯으며 왔다.

그의 손에 보이는 건 마찬가지 CD였는데 TV모니터에는 같은 화면이 나타났다. CD를 꺼내며 두 사람은 다소 멍한 표정으로 마주 보았다.

"이 친구가 방송국 여기저기에 보낸 것 같군. 정말 이걸 믿어야 하나 말아야 판단이 안 가는데."

고참 직원이 어정쩡한 태도로 말하자 함께 조사했던 직원이 단정적으로 대답하였다.

"우리가 결정하기는 좀 그러네요. 일단 팀장님에게 보고하고 방향을 결정해야 될 것 같습니다.

 

얼마 후 방송국 스튜디오가 나타나면서 뉴스를 진행하고 있는 앵커의 모습이 나타났다. 앵커 뒷편의 스크린에는 CD에 나왔던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

'오늘 방송국으로 발신인 정체불명의 CD가 우송되어 왔습니다. 내용은 자신이 불유괴수를 만들었는데 이는 우주식물이며 자신이 그것을 조정한다고 합니다.

천신의 명령으로 모든 인류를 말살할 것이라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비상대책위원회의 수사대에 확인한 바에 의하면 불유괴수가 누구의 조정을 받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합니다.

괴수에 대한 자세한 상황을 비대위 수사본부에 나가있는 홍기자를 통해 알아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스튜디오의 다른 화면에 기자와 윤다솜경위가 나타났다. 곧 이어 두 사람의 대화가 이어졌다.

먼저 기자가 멘트 하였다.

"비상대책위원회 합동수사대의 수사요원 윤다솜경위에게 자세한 얘기를 들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곧 이어 윤경위의 말이 이어졌다.

"1년여 전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젬트리 사건을 모두 기억하고 계실 겁니다.

광선포라는 신무기로 일단 퇴치를 하였습니다만, 수사본부의 추측에 따르면 완전히 제거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면 불유괴수는 그것의 후예란 말인가요?"

"그런 셈입니다. 그런 가운데 그 괴물의 심장부는 그대로 살아남아서 인공지능화 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남자가 주장하는 대로 인간의 불임을 유도하고 있는 게 사실 아닙니까?"

"이미 보도된 대로 그 말은 사실입니다만 그 사람의 조정에 의한 것은 아닙니다. 비대위의 조사에 따르면 괴수 스스로가 인간을 적으로 간주하게 된 것으로 확인되었으니 그 말은 분명 거짓이지요.

인간을 적으로 인식하게 된 괴수는 대응방법으로 불임을 시도한 것 같습니다."

"무서운 일이군요."

"그러나 현재 이를 근본적으로 퇴치할 방법이 거의 완성되어 가고 있기 때문에 조만간에 해결되리라 판단됩니다.

그러니 국민 여러분께서는 이러한 근거 없는 얘기에 현혹되지 마시고 저의 비대위를 믿고 기다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방송이 나가고 난 뒤 다음 날 오후에 범죄 수사대 최조실로 한 남자가 끌려 들어와서 취조요원과 한동안 실랑이를 하기 시작했다.

취조를 마친 요원이 반장실로 들어와 보고하자 반장이 떨떠름한 반응을 보였다.

"이거 정신 나간 놈 아냐?"

"완전 코미디데요. 그런데 그 사람 안 되기는 했더군요."

그 말을 듣고는 반장이 눈썰미를 찡그렸다.

"뭐가?"

"1년전 젬트리 괴물 사건 당시 가족 전체를 잃었고 고향도 잃었답니다. 그런데 지금껏 보상이 잘 안되어 홧김에 그랬다는데요!"

반장은 '그것참'하면서 창밖으로 눈길을 돌렸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