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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스토리

지는 해 잡을 수 없으니 인생은 허무한 나그네 (아찌<제38회>)

by 허슬똑띠 2022. 10.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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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꿎은 운명과의 가슴시린 사랑 이야기

 

S#88. 서울역 내의 카페테리아 / 아침

(F.I)

 

기차를 타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는 카페테리아 내부.

이반이 자리를 잡고 앉아서 오가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다.

 

(플래시 백)

이반의 방안. 휴대폰으로 전화하는 이반.

 

이반 쏘냐, 우리 부산 해운대에 갔다 오지 않을래? KTX타면 아침에 갔다가 저녁에 올 수 있어.

소다미(F) 정말 그렇겠네요. 좋아요. 그럼 이번 토요일?

이반 그래. 내가 예약하고 시간을 다시 알려줄게.

 

다시 카페테리아 내부.

갑자기 머리를 흔들며 눈을 찡그리는 이반. 급히 안 주머니에서 약봉지를 꺼내어 먹는다.

약봉지를 구겨서 주머니에 넣는 순간 소다미가 아주 밝은 차림으로 들러서면서 내부를 살펴본다.

그러나 이반이 그녀를 보고 손을 들자 동시에 나타나는 빨장.

 

이반(혼잣말) 아니 저 자식이! 내가 마지막이라고 양해를 구했는데 그새 못 참고 변심했나?

 

빨장은 이반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재빨리 소다미에게 다가와서 그녀의 팔을 잡는다. 놀라는 소다미.

'왜 그러는데요?' 라고 팔을 뿌리치려 해도 꿈쩍도 하지 않고 들은 척도 하지 않는 빨장.

그대로 잡아끌고 카페테리아 밖으로 나간다. 그에게 끌려가면서 어떻게 좀 해보라는 표정의 소다미. 거의 울상이다.

내부에 있는 사람들이 무슨 일인가 하여 그들을 바라본다.

그 사람들 사이에서 빨장에게 끌려가는 소다미를 어정쩡하게 바라보고 있는 이반의 얼굴이 처연해 보인다.

 

S#89. 도서관 / 낮

 

서울역 광장 앞에 서서 어디로 가야 할 지 방향을 못 잡고 머뭇거리는 이반. 난감한 표정으로 오가는 차량과 사람들을 번갈아 가며 본다.

그러다가 무언가 생각난 듯 전철역을 향해서 걸음을 옮긴다.

 

(Cut to)

부감화면으로 보이는 국립중앙도서관 전경.

도서관으로 들어가는 사람과 나오는 사람들이 꼬물꼬물 움직이는 모습.

화면이 급속히 확대되면, 이반이 1층 디지털 도서관을 들어가고 있다.

 

많은 컴퓨터가 펼쳐져 있는 디지털 열람실 내부.

이반이 컴퓨터에 앉아 모니터에 열중하고 있다.

그가 앉아 있는 주변으로 나가는 사람들과 새로이 들어오는 사람들이 몇 차례 오가고 난 뒤, 천천히 이반에게 화면이 가까워진다.

그러면서 이반이 보고 있는 컴퓨터 모니터의 모습이 확대되고 화면에 가득 찬다.

 

'1983년 5월 20일.

1살 된 여아(이름 한보슬)가 행방불명 된지 벌써 한 달이 지났는데도 아무런 소식이 없다. 처음 가족들의 요청으로 비밀 수사하다가 유괴범으로부터 아무런 소식이 없자 공개수사로 전환한 것이다.'

 

'두 달이 다 되어가도록 전혀 진전이 없는 어린이 유괴범 수사!

행방불명 된 딸 한보슬의 아버지 한상운씨는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고 딸을 찾기 위해 방방곡곡을 돌며 딸아이의 사진이 든 전단지를 돌리고 있다. 그는 꼭 아이를 찾는다는 신념으로 실낱같은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그는 이제 6살 된 아들도 동생이 보고 싶다고 눈물을 펑펑 쏟는다고 하면서 눈시울을 붉힌다.'

 

'한상운씨는 유괴범으로부터 연락이 없는 것으로 미루어볼 때 아기를 데려다 키우기 위해 데려간 것으로 짐작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렇게 해서라도 살아있다면 참말로 다행이겠다고 하면서 눈물을 훔친다.'

 

컴퓨터 모니터화면 위로 들리는 프린터의 덜컥하는 소리.

소리와 함께 컴퓨터 모니터로부터 칸막이들을 지나서 좌석 맨 끝 칸막이 옆 부분에 놓여 있는 프린터로 옮겨가는 화면.

막 종이를 뱉어내고 있다.

 

S#90. 도서관 주변 산책로 / 낮

 

도서관 출입문을 열고 나오는 이반.

고개턱까지 긴 줄을 이루면서 답답한 진행을 하고 있는 차들을 바라보며 누에다리가 보이는 방향으로 걸어간다.

도로 상공에 산과 산을 연결하고 있는 누에모양의 다리 못 미처 산 위로 향하는 산책로로 올라간다.

도중 호흡이 가빠지자 계단에 앉아 숨을 고른다.

이때 들려오는 문주란의 스잔나 전주곡.

 

계속 노래가 이어지는 가운데,

사람의 왕래가 없는 서초경찰서 뒤편의 산책길을 걷는 이반.

 

'꿈은 사라지고 바람에 날리는 낙엽,

내 생명 오동잎 닮았네,

모진 바람을 어이 견디리?

지는 해 잡을 수 없으니 인생은 허무한 나그네'

 

이반 (독백) 소다미와의 꿈, 인생의 꿈도 다 사라지고… 난 바람에 날려갈 낙엽과도 같구나.

나는 정말 이 바람을 견딜 수 없는 건가?

한 순간의 나그네처럼 나는 허무하게 떠나야 하는 건가?

 

산책로 주변에 피어 있는 꽃들이 바람에 흔들거린다.

 

'봄이 오면 꽃피는데 영원히 나는 가네.'

 

이반 (독백) 봄이 와서 아름답게 꽃은 피는데, 거기에 나는 끼지 못하는구나.

 

뿌옇게 흐려지는 이반의 눈.

그 눈으로 보이는 흑백스틸 사진형태의 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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