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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스토리

사랑은 진실보다 거짓에 더 뜨겁다 (파이토레이드(PHYTORAID) (제67회))

by 허슬똑띠 2022. 10.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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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유괴수 등장의 책임소재에 대한 치열한 법정 공방

 

72. 저 출산 대책 발표

 

차오름대장이 거실에서 TV를 보고 있다.

아이들 방에서 부인이 나오더니 '모처럼 쉬시는 데 아빠 방해 하지 말고 방에서 지들 할일이나 하라고 했어요.'라며 그의 옆에 앉는다.

TV는 막 광고가 끝나고 뉴스가 시작된다.

땡 뉴스로 불유괴수의 퇴치에 대한 기사가 나오다가 이어서 낮에 발표 되었던 저출산 문제에 대한 정부의 대책 발표 내용을 설명하는 장면으로 이어진다.

TV모니터는 정부 프레스룸에서 장관이 기자회견하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이와 같은 문제점을 통감하고 정부에서는 보다 실효성 있는 정책을 강력히 시행하고자 합니다.

주요 시책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는 출산 및 육아부문에 대한 것입니다.

직장에서 유급 출산휴가가 충분히 제공되도록 하고 질 좋은 육아시설의 균형 있는 배치는 물론…….'

여기에서 장관의 말소리가 줄어들면서 그 장면을 배경으로 앵커가 나타나고 그에 대한 해설을 시작한다.

'방금 발표된 정책은 바로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게 만드는 원인들을 체계적으로 그리고 근본적으로 수술하겠다는 의지의 천명으로 보입니다.

저 출산이 극복되는 시기는, 우리의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젊은이들이 자신들의 생애에 걸쳐 부딪치게 되는 갖가지 난관을 쉽게 넘어설 수 있도록 해주는 지원시스템이 체계화 되어 가동되는 날일 것입니다.

즉, 이들의 생애 주기를 따라가면서 저 출산의 어려움을 제거해 주는 정책을 섬세하게 배치하여야 할 것입니다.’

 

곧이어 내용이 다른 것으로 바뀌자 부인이 소리를 줄이면서 한 마디 한다.

"이번에 정부에서 단단히 혼났던 모양이네요. 저런 정책을 다 내놓는 걸 보니."

"사실 이번 일이 아니더라도 벌써 신경 썼어야 할 문제였어. 그나마 당신 말마따나 이번 일이 전화위복이 된 건지도 모르지. 그나저나 이런 호기를 맞아 우리도 애 하나 더 낳을까?"

갑자기 엉뚱한 얘기가 나오자 부인이 눈을 흘긴다.

"아니 이 양반이 지금 무슨 얘길 하는 거예요? 남우세스럽게."

그러면서 화제를 돌린다.

"그런데요, 라온박사라는 분 참 안됐네요. 동생 때문에 미국에서 모든 거 다 내팽개치고 돌아왔는데 결국 그렇게 되다니……."

"그런데, 젬트리 괴물 뿐만 아니고 라온박사의 거취문제에 대한 정황증거뿐 만이라서 당사자들을 처벌하기가 쉽지 않은데 에 문제가 있다는 거지."

"아니 모든 게 확실하게 들어났는데 무슨 문제가 있다는 거예요?"

부인이 그게 말이 되느냐면서 흥분해 하자 차대장이 누그러뜨린다.

"어허! 너무 흥분하지 말아요. 결과는 두고 봐야 하니까……."

 

73. 재판 진행

 

불유괴수 발생에 대한 형사책임과 행방불명된 유라온 박사의 납치 및 살인혐의에 대한 그룹 임원 기소사건과 관련하여 담당 검사와 변호사의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엠그룹 담당 변호사는 불유괴수 발생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변론을 펴고 있다.

'젬트리괴물을 처리하고 난 뒤에 엠그룹이 자신들이 잘못하여 발생한 피해에 대해 3년에 걸쳐 5,000억 원 피해 보상하겠다고 정부에 약속했었고 실제로 매년 보상금을 지급해 왔다.

이와 함께 금번 불유괴수사건에 대해서도 엠그룹이 그 괴물로 인하여 유산한 사람들에 대한 정신적 보상과 함께 백신개발에 거액을 투입할 것을 결정하여 발표하는 등 엠그룹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여 왔다'

검사 측에서는 그 사건에 대해 근본적인 책임소재에 대한 추가 조사를 한 후에 다시 진행하기로 하고 유라온 박사의 납치 및 살인혐의에 대한 증거를 제시한다.

검사가 라온이 그의 상황을 기록하여 숨겨 두었던 컴퓨터 자료를 들면서 설명한다.

"이상의 내용으로 볼 때 이건 명백히 살인행위입니다.

이에 대한 실증은 없지만 사라진 당사자의 간접 고발이 물증이 됩니다.

이것을 증거로 제출합니다."

그러자 변호사가 이에 대해 반박하는 변론을 편다.

"제 견해로는 그 자료가 엠그룹 연구소 자료에서 발견되었다는 단순한 이유만으로 확실하게 유라온이라는 인물이 보내온 것인지 판단할 수 있는 결정적 증거자료가 될 수 없다고 확신합니다.

더구나 그는 괴물출현에 대한 책임추궁이 두려워 행방불명 된 것으로 추측되는데 이런 측면을 고려한다면 그 자료는 명백히 조작되었을 것이라 판단됩니다."

"그러면 컴퓨터의 전문가를 참고인으로 불러 유박사가 그런 문서를 비밀리에 발송할 수 있도록 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말이 끝나자 참고인석에 남자가 올라온다.

검사와 변호사가 차례로 질문을 하고 그에 대한 답변이 이어진다.

그러나 그의 답변은 가능성도 있고 한편으로는 가능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애매함만 남긴다.

곧이어 판사의 휴정이 내려진다.

 

가온이 집에서 TV를 보고 있다.

법원의 모습이 펼쳐지는 가운데 앵커의 말소리가 들린다.

'오늘도 검사와 변호사간의 치열한 공방이 이어졌습니다.

변호사는 사이먼박사, 우리 이름으로는 유라온박사의 메일 계정이 이미 폐쇄된 지 오래된 상태에서는 그 메일이 진짜 그로부터 온 것인지 증명이 안 되므로 증거가 될 수 없다고 반론을 제기하였습니다. 또한 설혹 이메일의 예정 발송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그가 젬트리가 괴물로 변하자 사라진 점으로 미루어 볼 때, 그 메일의 내용이 허위가 아니라고 단정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하 라면서.'

순간 TV화면이 꺼진다.

멍하니 밖을 내다보고 있는 가온의 머릿속에 한기자의 말이 맴돈다.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들 중에는 우리가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경우가 많지.

그것은 또한 정치 · 경제적으로도 깊은 연관을 맺고 있어.

가온이 자주 인용하는 말 있지? '사랑은 진실보다 거짓에 더 뜨겁다'라고. 그런데 거짓에 더 뜨거운 사랑은 비열한 패션(passion)에 지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드네. 사이비 광신도들이 그들만의 배타적, 독점적 소유물인 것처럼 부르짖어 대는 가면을 쓴 사랑 말이지…….'

가온이 고개를 흔들며 자리에 일어난다.

장식장으로 가더니 길이가 제 각각인 은색 파이프 여러 개를 세로로 세워 만든 장식물을 들여다본다.

파이프 하나를 잡아 당겨보자 빠지지 않는다.

휴대폰을 조작하고 난 뒤 빙글빙글 돌리자 서서히 빠져 나온다.

가온이 길이가 다른 파이프 세 개를 돌려 빼서 서로 이어 놓는다.

그 파이프에는 나사 모양의 홈통이 나있기 때문에 순서대로 맞추고 돌리면 서로 연결되도록 되어 있다.

두꺼운 나무로 되어 있는 받침대 옆으로는 못이 드문드문 박혀 있는데 못 머리가 매우 커 보인다.

가온이 다시 휴대폰을 조작하자 그 못 머리가 툭 튀어 나온다. 그 중 하나를 빼어낸다.

그런 다음 뒤편 파이프에 그 이상하게 생긴 것을 장전하고 그 뒤로 휴대폰을 장착하니 그대로 척 들어맞는다. 휴대폰에서 안테나 비슷한 것을 잡아당겨 빼더니 그것을 보며 조준해 본다.

이리저리 시험해본 다음 모두 원위치 시켜 놓고 휴대폰으로 신호를 보내고 나서 그것을 빼보며 꿈쩍도 하지 않음을 확인한다.

그것들을 차례로 둘러본 가온의 얼굴에 냉소적인 미소가 스친다.

그런 다음 식탁 위에 놓여 있는 노트북을 켜고 무언가를 검색하면서 혼자 중얼거린다.

'복수난수라고 하며 그냥 넘어가자는 심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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