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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스토리

어째든 제 자신 본래의 모습을 찾고 싶네요 (아찌<제39회>)

by 허슬똑띠 2022. 10.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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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꿎은 운명과의 가슴시린 사랑 이야기

 

 

S#91. 강변 / 저녁

 

롱숏으로 보이는 동작대교 부근의 강가, 자전거 도로와 산책로 그리고 강변의 풀밭들. 오른편에는 동작전철역사가 보이고 막 전동차가 들어오고 있다.

자전거도로로 여러 대의 자전거가 지나가고 난 뒤 전철역사 아래 포장도로에

불빛이 반짝이더니 오토바이 한대가 나타난다.

파란 헬멧, 선글라스, 검은 가죽 재킷 차림의 사람이 몰고 있다.

카메라가 점차 그에게 가깝게 다가가면, 이반이다.

오토바이는 작은 다리를 건너 한강대교 방향으로 들어선다.

파란 풀들과 야생화가 어울려 자라고 있는 강변 부근에 오토바이를 세워놓고 강가로 다가가는 이반. 낚시를 하던 사람이 채비를 다하고 떠나고 있다. 강가에 앉아 휴대폰을 꺼낸다.

밝게 빛이 나면서 휴대폰 창이 화면에 가득 찬다.

 

'아찌가 미워! 어쩜 그럴 수 있어요? 그리고 전화 한번 해주지도 않고. 나 집에 와서 엉엉 울었어요.'

 

전화를 건다. 전화를 받을 수가 없다는 음성만 들린다.

씁쓰레한 미소를 띠며 전화기를 손에 꽉 쥔다.

저 멀리 여의도 방향의 하늘이 붉게 물들어 장관을 이루고 있다.

강물도 분홍색으로 짙게 물들어 있다.

그 노을의 모습 위로 울려 퍼지는 문주란의 낙조 노래.

 

'노을 지는 강물 위에 물새가 슬피 울며

강바람이 쓸쓸하게 물결 따라 불어오는데

언제까지나 영원토록 잊지 못할 그 사람

슬픈 사연에 슬픈 사연에 이 밤도 목이 메인다.'

 

이반 언제까지나 영원토록 잊지 못할 그 사람~~~

 

따라 부르던 이반, 목이 메인다.

제법 어둠이 스며든 강변. 이반이 일어서서 강물을 내려다본다.

별로 움직임이 없는 듯한 검은 빛 강물 위에 이반이 모습이 어린다.

그러나 수시로 파문이 일면서 그의 모습이 일그러진다.

한참 동안 그 모습을 지켜보는 이반.

 

이반 (독백) 강물은 비가 되어 다시 강으로 돌아가고, 낙엽은 떨어져 그 나무의 뿌리로 되돌아가는 게 이 우주의 이치라고 하지만…….

나는 처음 시작한 곳으로 두 번 다시 가고 싶지 않아, 정말!

 

카메라가 이반의 모습을 지나쳐 흐르듯 전진하면서, 차들이 꽉 차있는 한강대교, 강변에 길게 늘어선 아파트들과 불빛들이 아롱대는 높은 건물들을 지나친다. 그러면서 잿빛으로 변한 노을의 약한 여운이 남아있는 어두워진 하늘 정경이 화면에 꽉 찼다가 점차 어두워지면서 사라져 간다.

 

S#92. 커피숍 / 낮

 

갑자기 화면이 밝아지면, 커피숍 내에 앉아 있는 이반과 서린..

이반의 옆에 놓여 있던 가방을 연다.

뾰로통한 서린이 그의 동작을 지켜보고 있다.

도서관에서 프린트한, 기사가 실린 종이를 꺼내어 서린에게 건넨다.

말없이 받아 들고 읽어내려 가는 서린의 표정이 갈수록 일그러진다.

 

서린 (당혹감으로 말을 더듬거리며) 아니 이게 …….

이반 기사의 내용으로 본다면 제임스 한의 본 이름과 나이 그리고 서린씨의 나이 등과 완벽하게 일치합니다.

서린 (황당한 표정이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면 한석구가 제 친 오빠라는 얘기잖아요.

이반 (끄덕) 그리고 서린씨의 본 이름은 한보슬…….

서린 (창가로 시선을 돌리며) 나 어떻게…….

이반 지금 당장 분란을 일으킬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서린 (울음을 참으며)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반 한석구씨에게는 집안에서 소개한 남자와 결혼하기로 했다고 하면서 매몰차게 떼어버리세요. 나중에 사유를 설명하면 되니까요.

서린 어째든 제 자신 본래의 모습을 찾고 싶네요.

이반 제 생각에는 지금 부모님도 친부모님과 같으니 마음의 상처를 안겨드리면 안될 것 같아요. 기회를 봐가면서 조심스럽게 얘기하는 것이 좋을 것 같네요.

서린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어요. 제 일이니까 제 스스로 방법을 찾아보겠어요. 너무너무 감사해요. 그리고 그 동안 오해했던 거 사과드릴게요. (고개를 숙이며) 그런 줄도 모르고 바보처럼…….

이반 (미소) 저는 서린씨가 마무리를 잘 하셔서 두 가정 모두가 행복해졌으면 합니다.

서린 (이반을 바라보며)정말 고마워요.

 

커피숍 밖. 침통함을 감추지 못하는 서린이 이반과 악수를 하고 택시 정류장으로 향한다. 휘청거리는 듯한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안도의 한숨을 짓다가 씁스레한 표정으로 바뀌는 이반의 표정.

 

S#93. 이반의 집- 현관 앞 / 오전

 

이반의 집 거실. 햇빛이 거실 안까지 비치고 있다.

열려있는 거실 문으로 불어오는 바람 때문에 길게 드리운 커튼 자락이 가볍게 살랑거리고 있다.

 

이화가 파란색 봄 코트를 입고 방에서 나와 현관으로 향한다.

 

이화 (이반의 방을 바라보며) 내 아들 이반, 나 약속 있어 나갔다 올게. 오늘은 나무 데도 안 나가니?

이반 (방문을 열고 나와서 이화에게 다가가며) 옛썰. 이따 조깅하고 들어와 계속 집에 있을 거예요. (이화의 이마에 키스하고) 재미있게 지내다 오시옵서소, 어마마마!

이화 (이반의 볼에 입맞춤하며) 그래, 다녀올게!

 

햇빛이 밝게 비추고 있는 아파트 현관. 출입문이 열려있다.

파란색 운동복을 입은 이반이 성큼 걸어 나온다.

그가 햇빛 속으로 들어서는 순간 이상한 느낌을 받았는지 아파트 위를 쳐다본다. 그의 시선으로 보이는, 중간 정도 층의 베란다에 아기를 안고 서있는 여인의 모습. 무표정해 보인다.

이반은 순간 아기를 내던질 거라는 생각이 들어 재빨리 그 밑으로 뛰어 간다.

(Inter cut) 그 순간 여인이 안고 있는 아기를 내던진다.

 

자지러질 듯 울어대는 아기의 울음소리가 아파트 전체에 울려 퍼진다.

이를 목격한 아파트 주민 몇 사람이 질러대는 비명소리도 울린다.

경악하면서도 정확하게 위치를 잡고 떨어지는 아기를 받아 내는 이반.

(Inter cut)아기를 내던지고 먼 산을 바라보던 여인이 베란다에서 사라진다.

 

아기를 받으면서 몸을 웅크렸으나 충격으로 중심을 잡지 못하고 비틀대다가 넘어지면서 건물 벽에 머리를 심하게 부딪치고 마는 이반.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으나 아이는 꼭 껴안고 있다.

질겁하여 악을 쓰고 울어대는 아기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져 나간다.

사람들이 달려와 한 사람은 아기를 들어서 품에 안아 달래고 다른 사람들은 이반의 상황을 살펴본다.

머리에서 흐른 피가 정원의 풀잎을 흥건히 적신다.

맥박을 집어보고 눈을 살펴보던 중년의 남자가 휴대폰으로 연락을 취한다.

 

잠시 후 멀리서 구급차의 사이렌소리가 들리며 점점 가까워져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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