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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스토리

아! 이런 일은 전혀 없었는데 (아찌<제40회>)

by 허슬똑띠 2022. 10.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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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꿎은 운명과의 가슴시린 사랑 이야기

 

S#94. 경찰서 / 낮

 

사복형사들과 일반인들로 북적대고 있는 취조실 내부.

구석 편에 아기의 엄마와 그녀의 남편이 앉아 있고 그들을 마주보고 형사가 컴퓨터 모니터와 그들을 번갈아 바라본다.

아기엄마의 표정이 매우 창백한데 넋이 나간 듯 허공을 바라보고 있다.

 

형사 (남자를 보며) 왜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생각합니까?

남자 (여인을 가리키며) 애 엄마가 애를 낳고 나서 산후 후유증으로 우울증에 시달려 왔더랬습니다.

형사 (자판기를 치면서) 산후우울증이라…… 언제부터 그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까?

남자 (생각) 애를 낳고 한 달쯤 되었을 때부터인가? 아무튼 무척 신경질적으로 변했어요. 그런데 그 때부터 애를 잘 돌보지 않았나 싶습니다. (기가 찬 듯) 하루는 밥 늦게 집에 와보니 혼자 술을 들이켜고 있더라고요. 그 옆에서 애가 젖 달라고 빽빽 울어 대는데도 말입니다.

형사 (자판기를 두드리면서) 그러면 그 당시 빨리 조치를 취했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남자 그래도 일시적이겠거니 그랬습니다.

형사 (남자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주위 사람 얘기론 거의 애기 엄마를 돌보지 않았다던데요?

남자 (뒤통수를 긁적이며) 아 예, 사업이랍시고 매달리다 보니 거의 매일 야근하다시피 합니다. 그러니 어디 애 엄마 신경 쓸 겨를이 있었겠습니까? 사실 애 낳고는 모두들 멀쩡하잖습니까?

그러니 저도 혼자 알아서 잘 할 줄 알았지 이렇게 까지 될 줄 어찌 알았겠습니까?

형사 (모니터를 확인하고 인쇄키를 누르면서) 큰 사고에 비해 두 분 아기는 멀쩡합니다. 그나마 다행입니다만 아이를 살린 당사자는 생사불명이라고 합니다. (프린터에서 종이를 꺼내 남자에게 건네주며) 여기에 서명하세요.

남자 네 알았습니다. (종이를 받아 사인하며)

형사 (다시 종이를 받아 들고) 일단 귀가하십시오.

남자 (굽신) 네, 알겠습니다. 일단 아내를 집에 데려다 놓고 그 사람이 입원한 병원에 가볼 작정입니다.

 

남자가 여인의 팔을 끌고 일으켜 세운 다음 손을 잡고 취조실을 나간다.

 

경찰서 복도.

여자는 남자가 끄는 대로 휘청거리며 끌려간다.

여자의 팔을 잡고 출입문으로 향하면서 남자가 투덜댄다.

 

남자(혼잣말) 에이~~ 어차피 이년하고는 더 이상 살 수 없는 상황인데~~ 왜 공연히 애는 받아가지고 난리야 증말, 짜증나게!

(F.O)

 

S#95. 전철역 내부- 거리 / 낮

(F.I)

 

이화가 개찰구를 나오면서 주변을 둘러본다.

그녀를 발견한 중년 부인 두 사람이 손을 흔든다. 미소를 지으며 따라서 손을 흔드는 이화.

그들에게 향하여 가는데 바로 뒤로 이화보다 어려 보이는 여인이 개찰구를 나선다. 그러면서 모두에게 손을 흔들어 아는 체를 한다.

휴일 오전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있다.

 

잠시 후, 지하철 역 입구.

사람들 틈에 섞여 나오는 네 여인.

나오자마자 그들 바로 앞에 보이는 인터컨티넨탈 호텔로 향한다.

그리로 향하던 여인 중 한 사람이 '오늘 결혼하는 박전무님 아들이 영화배우 뺨치게 잘생겼다던데.'라며 한다.

이화가 이반을 생각하는지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짓는다.

그런데 갑자기 가슴을 움켜쥐고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그 자리에 주저앉는다. 부인들이 놀라서 그녀의 주변을 둘러싸고 '왜 그래, 이팀장'이라고 하면서 그녀의 표정을 살핀다.

 

잠시 후, 일단 극심한 통증은 지났는지 가슴을 탁탁 치며 일어서는 이화. 여인들은 다소 안심하면서도 그녀를 바라본다.

 

여인1 (그녀의 얼굴상태를 살피며) 빨리 병원에 가보는 게 좋겠어.

요새 너무 열심히 하다 보니 병났나 봐.

여인모두 그래, 그게 좋겠어요.

이화 그래야겠어요. (가방에서 봉투를 꺼내며) 그러면 대신 좀 전해주고 박전무님에게 말씀 드려주세요.

 

안타깝게 바라보는 여인들을 뒤로 하고 택시 정류장으로 향하는 이화.

그녀는 이제는 고통이 아닌 극심한 불안감으로 몸을 떨고 있다.

그녀는 '아니야!'하면서 고개를 젓는다.

택시를 기다리며 휴대폰으로 전화를 하는 이화.

 

전화(F) 전화를 받을 수 없사오니...

이화 (흠칫) 아, 이런 일은 전혀 없었는데.

 

불안에 싸여 더욱 더 몸을 떠는 이화.

도착한 택시에 급하게 올라탄다.

 

(Cut to)

택시 안, 그 안에서도 안절부절 못하는 이화.

휴대폰을 붙잡고 계속 전화를 해대는 이화.

여전히 전화를 받을 수 없다는 멘트만 이어진다.

다시 시작되는 고통으로 얼굴이 일그러지면서 고통을 참으려는 듯 가슴을 쥐어짜는 이화.

백미러로 화면 전환되면, 거기에 비치는 고통스러워하는 이화의 모습.

백미러로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운전기사가 뒤를 돌아다보며 '상당히 아프신 것 같은데 병원으로 차를 돌릴까요?'한다.

백미러에 나타나는, 이화가 아무 말도 못하고 고개를 흔드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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