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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스토리

일등공신이란 것과 이런 사적인 범죄와는 별개의 것이지 (파이토레이(PHYTORAID) (제68회))

by 허슬똑띠 2022. 10.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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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그룹 회장과 연구소장의 연속 피격사망 사건

 

74. 저격(계속)

 

그로부터 일주일의 시간이 흐른 어느 날 또 다시 사건이 터진다.

아직 완전히 스러지지 않은 석양빛의 잔재가 엠그룹 사옥에 어려 있는 시각이다.

빌딩 정문 옆 승용차 대기장에는 고급 승용차들이 들어서 있는 데 그중 한대가 건물 출입구 쪽으로 향한다.

이에 맞추어 경호원들을 앞뒤로 세우고 조정균회장이 퇴근하기 위해 건물에서 나오고 있다.

승용차로 다가 가는 그의 뒷모습 사이로 직원 한명이 뒷문을 열기위해 앞서 승용차로 달려가는 그 순간, 조정균이 머리 뒤쪽에 약간의 피를 튀기며 고꾸라진다.

아수라장이 되어가고 있는 그 곳에 박병흔 소장의 모습이 나타난다.

무슨 일인가 하여 웅성거리는 사람들에게로 급히 달려가는 순간 그도 그대로 고꾸라진다.

그 순간, 엠그룹 사옥에서 100여 미터 떨어진 건물의 창문에 얼핏 누군가의 모습이 어렸다가 사라진다. 그 건물은 리모델링하기 위해 건물주위로 온통 강관 비계가 처져있고 그 위에는 장막들이 덮여 있는데 아직 공사가 시작되지 않아서인지 사람들의 그림자는 보이지 않는다.

주변의 경찰관들이 달려오고 경찰 사이렌 소리가 요란하게 들리는 가운데 그 건물의 옆 편으로 한 노인이 주변의 눈치를 보면서 빠져 나오더니 재빨리 거리의 인파 속으로 합류한다.

엠그룹 주변에 많은 경찰들이 도착해서 난리를 죽이는 사이에 그 노인은 인파에 휩싸여 사라져 간다.

 

75. 난관

 

경찰청장실에 한 남자가 서 있고 그 옆으로 경찰청장이 책상에 앉아서 그 남자를 올려다보고 있다.

그러다가 인상을 쓰며 큰 소리로 질책한다.

"수사본부장! 대낮에 그것도 법원에서 대기업 그룹의 고문이 저격 살해당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는데도 수사가 조금도 진척을 보이고 있지 못하다니 이거 말이 되는 거요?"

수사본부장은 차분하게 원인을 설명하기 시작한다.

"지금까지의 총기사건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범죄라 애를 먹고 있습니다."

"전혀 다른 차원?"

"예! 금번 저격에 사용된 총알의 구경이 일반 저격용 소총의 탄환과 완전히 다릅니다."

"그러면 사제란 말인가요?"

"그렇게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만 그것도 아주 고도기술을 가진 전문가가 만든 거 같습니다."

"전문가? 아니 그러면 그런 전문가를 찾아내면 그 총알을 주문한 놈을 찾아 낼 수 있는 거 아닌가요?"

"그렇긴 합니다만 이번에 사용된 탄환이 전혀 새로운 형태의 것이라서 국내 전문가로서는 어림없다고 판단됩니다."

"아니 어느 정도 이길 레 그래요?"

"이것은 추측입니다만 탄환이 발사되고 나서 그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고 자체 추진력으로 피살자의 시신에서 멀리 떨어져 나가는 것 같습니다."

"자체 추진력?"

그러면서 웃기지도 않는다는 표정으로 일축한다.

"무슨 말도 안 돼는 소릴?"

"그러실 겁니다. 그러나 탄환이 시신내부에서나 저격당한 장소에서 발견되지 않은 점, 그리고 마치 신체를 통과한 듯한 흔적 등을 종합 분석해 보니 결론은 그것뿐이 없었습니다."

"본부장이 그러니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지만 그렇다고 그게 수사부진의 변명으로 통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요."

"당연하지요. 국내외 전문가를 모두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수사본부 회의실에 본부장이 중앙 정면에 앉아 있고 가운데 놓여 있는 대형탁자를 중심으로 수사요원들이 양 옆에 앉아있다.

본부장이 무겁게 말문을 연다.

"우선 이반장이 현재의 수사 상황 전반에 대해 설명하도록 하시오."

"예! 조용희 고문은 실질적으로 엠그룹을 일으킨 인물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런데 그 와중에 미심쩍은 사건의 중심에 있기도 했습니다."

"어떤 사건인가요?"

"첫째는 조용희 고문과 사귀다가 임신까지 하게 된, 조정균 회장의 생부로 여겨지는 첫 남자의 행방불명입니다. 영구미제 사건입니다.

둘째는 엠그룹의 모기업인 유성피시비의 창업자인 유진사장 부부의 교통사고 사망 사건입니다. 단순 교통사고로 종결되었습니다만 목격자의 증언에 따르면 덤프트럭에 의한 사고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최근 이 교통사고와 직 · 간접적으로 관련 있을 것이라 추정되는 세 사람이 모두 사망했습니다.

유성피시비에서 근무하던 남민철이라는 사람은 식중독 사고로 사망했고 그와 가깝게 지내던, 덤프트럭을 몰던 두 사람이 가스누출 폭발사고로 사망했습니다.

외견상 단순 사고사였지만 의문점은 남아 있습니다.

셋째는 유성피시비의 공동창업자인 성은철 회장이 살인사건을 저질러 무기징역형을 받고 수감 중 감방에서 자살한 사건입니다.

이 사건도 완벽한 수사에도 불구하고 많은 의문점을 남긴 것으로 판단됩니다.

넷째는 엠그룹 연구소로 스카우트 되어와 젬트리를 만들었던 사이먼 우드뱅크, 즉 유라온박사의 행방불명 사건입니다.

이를 추적한 모 신문사 기자에 의하면 이번 불유괴수를 처리한 유가온이라는 사람이 그의 동생이고 두 사람은 두 번째 말씀드렸던, 27년 전 교통사고로 숨진 유진사장의 아들들이라는 겁니다.

이상의 상황으로 판단컨대 조용희 고문의 살해 사건의 범인은 유가온이 유력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엠그룹과 조용희씨와 관련된 이상의 사건들을 파헤쳐 왔던 기자가 유가온에게 전모를 이야기 해주어서 잘 알고 있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흠…… 유가온이라는 친구 입장에서는 조용희고문이 철천지원수였었겠군."

"거기다 이 번 재판에서 엠그룹 임원진들이 혐의 없음으로 끝났잖습니까? 자신이 직접 형으로부터 엠그룹의 비리를 알게 되어 그것을 증거로 제출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반영이 안됐다는 것이 그로 하여금 충동적인 살의를 느끼게 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가온이라는 그 친구가 전혀 생판인 그런 무기를 만들 수 있었을까?"

"그 부분이 핵심 포인트인데요."

반장이 요원 중 한 사람에게 지시한다.

"박형사! 자네가 조사해온 내용을 말씀드리게!"

그러자 지목을 당한 형사가 준비했다는 듯 거침없이 얘기한다.

"예! 아시다시피 유가온은 이번 불유괴수를 없애는 데 일등공신 아니었습니까?

그 당시 대책위원회 수사대에서 조사한 내용입니다.

그것을 처치하는 과정을 보면 머리가 얼마나 뛰어난 지 알 수 있습니다.

그는 불유괴수가 어떻게 젬트리괴물로부터 특이한 변신을 할 수 있었는지를 추론해 내었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이를 바탕으로 해서 그것에 대항할 파동 생성방법, 그리고 이를 직접 공격할 로봇 등을 만들어 낸 인물입니다."

박형사의 설명이 끝나자 곧바로 반장이 확신에 차서 말한다.

"이 정도면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볼 수 있지 않겠습니까?"

본부장이 이에 동조한다.

"그렇군! 그러면 빨리 유가온의 집을 수색해보도록 합시다."

"본부장님! 아까 말씀드린 대로 유가온은 금번 국가 중대사를 해결한 일등 공신입니다.

법원수색영장이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것과 이런 사적인 범죄와는 별개의 것이지. 내가 직접 받도록 해주지!"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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