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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스토리

어머니를 마지막으로 보고 싶어 여태 기다렸던 것 같습니다. (아찌<제41회>)

by 허슬똑띠 2022. 10.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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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꿎은 운명과의 가슴시린 사랑 이야기

 

S#96. 이화의 집

 

계속 바람이 불어 들어오면서 커튼이 출렁이고 있는 거실 내부.

고통은 가라앉은 듯 다소 평온해진 이화가 외출복 차림 그대로 휴대폰을 붙잡고 어쩔 줄 모르고 서성이고 있다.

잠시 휴대폰을 들여다보다가 다시 확인하고 그리고는 창밖을 내다보는 동작을 반복한다.

갑갑해 하며 베란다로 향하는 순간 울리는 거실 전화벨 소리.

반가움과 불안감이 교차하는 속에서 살며시 전화를 받는 이화.

전화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그 자리에 풀썩 쓰러지고 만다.

그녀 옆에 떨어진 전화에서 계속 소리가 들린다.

 

전화(F)여보세요! 여보세요? 뚜~~~

 

잠시 후,

슬며시 눈을 뜬 이화가 후다닥 일어서며 '아니 이럴 수가, 안 돼, 정말 안 돼..'라고 중얼거린다. 마치 실성한 사람처럼.

그러다가 정신이 퍼뜩 들었는지 급하게 현관문으로 뛰어간다.

 

S#97. 병원 / 오후

 

중환자실. 환자들이 누어있는 많은 병상들. 다소 어두침침하다.

화면 확대되면, 한 편 병상에 산소마스크를 쓰고 꼼짝 않고 누어있는 이반이 보인다. 병상 머리맡에 놓여 있는 오실로스코프에는 거의 평행선에 가까운 파형이 이어지고 있다.

그래도 맥박은 유지한 채 끈질기게 버티고 있는 상황을 보고 의사와 간호사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의사와 간호사가 나가고 난 뒤 얼마 안 되어 중환자실의 문이 열리며 간호사의 안내로 이화가 급히 들어오고 있다.

들어오면서 이반의 모습을 바라보던 이화는 충격을 받아 쓰러질 듯 휘청거린다. 간호사가 잽싸게 그녀를 부축한다.

잠깐 그러고 있다가 정신을 차린 이화는 그의 병상으로 무거운 걸음걸이로 걸어가더니 그 앞에서 털썩 무릎을 꿇는다.

눈에서는 하염없이 눈물이 쏟아진다.

의사가 뒤따라 들어 와서 조용히 말한다,

 

의사 안된 말씀이지만 이미 사망한 거나 다름없습니다. (오실로스코프를 가리키며) 다만 이상하게도 맥박이 완전히 끊기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화 (멍한 표정으로)죽다니요? 저게 계속 이어지고 있으면 아직 죽은 건 아니잖습니까? (의사에게 사정하는) 선생님, 제발 내 아들 이반이 죽지 않도록 헤주세요~~ 네 제발~~

 

눈물을 흘리며 간청하는 이화의 얼굴을 보면서 의사는 말을 잇지 못한다. 그러면서 이화가 그렁그렁하던 눈물이 툭툭 떨어지는 가운데 이반의 손을 잡자마자 그나마 약간의 파장을 보이던 오실로스코프의 선이 점차 느려지더니 완전히 일자를 그린다.

 

의사 (갸우뚱) 어머니! 어머니가 환자의 손을 잡자 맥박이 완전히 끊겼습니다.

 

'안 돼!'라고 하면서 이반에게 엎드려 통곡하는 이화.

 

의사 제 생각에는 어머니를 마지막으로 보고 싶어 여태 기다렸던 것 같습니다.

 

그 말을 들은 이화는 더욱 서럽게 운다.

 

이화 (울음 울며) 내 아들 이반은…… 내 생을 도와주며 평생을 같이 살아가야 하는 그런 아들입니다. 언제나 곁에 두고 지켜보며, 의지하며 살아가야 할 존재인데, 이렇게 허무하게 내 곁을 떠나가다니?

 

눈물이 얼굴을 타고 흘러내려 바닥에 떨어져 고이고 있다.

(소리) 계곡물이 콸콸 흘러내리는 소리.

 

이화가 이반의 시신을 붙잡고 울고 있을 때 중환자실에 도착하는 소다미와 한가람.

이화를 발견하고 병상으로 달려온 소다미가 이화를 부둥켜안고 운다. 함께 눈물을 흘리면서 소다미의 등을 어루만진다.

그러면서 실성한 듯 '이젠 어떻게 하니?'라는 말을 반복한다.

소다미가 이화에게 물러서면서 이반의 시신을 붙잡고 몸부림친다.

바닥에 주저앉아 이반의 시신을 덮고 있는 하얀 시트 자락을 붙잡고 '내 아들 이반, 어디로 가니?' 라고 연신 중얼대는 이화.

의사가 한가람에게 눈짓을 한다.

 

중환자실 밖.

 

의사 벌써 숨이 끊어졌어야 하는 데 아직까지 가느다랗게 생명의 선이 이어지고 있었어요. 도무지 이해가 안 가더라고요. 그런데 저 상황을 보니 자기 어머니와의 최종 이별을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뿐이 설명이 안 되네요.

한가람 (눈물이 고이며) …….

의사 그리고 또 하나 저 환자는 악성종양으로 거의 죽어가는 상태였습니다.

한가람 (놀라) 그럴 리가? 가족들에게는 전혀 그럼 말 한 적이 없었는데?

의사 어차피 치료가 거의 불가능 한 상태이었으니까 말을 하지 않은 것 같군요. 그런데 저런 상태로 일상생활을 해온 것 역시 의학적으로는 정확한 설명이 불가능 합니다.

 

S#98. 한강변 / 낮

 

만개한 벚꽃들이 하얀 강을 이룬 듯한 여의도.

윤중로를 벗어나 후미진 곳의 강가로 카메라가 다가가면 하얀 꽃을 뒤집어 쓴 벚나무 한 그루가 나타난다.

바람이 불적마다 흰 꽃잎이 우수수 떨어져 눈발처럼 날린다.

그 나무 아래에 누군가 앉아 하염없이 강물을 바라보고 있다.

급속히 클로즈업 되면서 나타나는 소다미의 모습.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흐르는 눈물을 닦을 생각도 없이 고요히 흐르는 강물만 바라보고만 있다.

이때 그녀의 귀에 환청처럼 울리는 노래, 티미 유로(Timi Yuro)의 'All Alone Am I', 언젠가 이반이 알려준 노래다.

 

'All alone am I ever since your goodbye

All alone with just a beat of my heart'

 

소다미 (독백) All alone …….

 

No use in holding other hands

For I'd be holding only emptiness

No use in kissing other lips

For I'd be thinking just of your caress…….

 

이 부분에서 더욱 울음이 복받치는 소다미.

바람이 스치면서 눈물범벅인 그녀를 위로하듯, 날리는 흰 꽃잎들이 머리 위로, 그리고 그녀의 주변에 계속 떨어진다.

이 위에 오버랩 되어 나타나는 이반의 모습.

마치 그녀의 눈물을 닦아 내려는 듯 꽃잎을 가득 담은 손이 그녀의 얼굴을 어루만진다.

한 순간 바람이 세차게 불어오더니 수없이 많은 꽃잎들이 흩날려 내린다.

(D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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