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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스토리

사생결단으로 강물을 건너는 짐승의 떼처럼 무리를 지어 도로를 건너는 존재들 (DH바이러스(제1회))

by 허슬똑띠 2022. 10.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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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닌 밤중에 홍두깨처럼 나타난 의문의 사람들

 

 

1

한 밤중의 산중턱. 희끄무레한 산등성의 실루엣 속에 , 굵직굵직한 윤곽의 나무들과 군데군데 툭 불거져 나온 회색빛을 발하고 있는 바위들이 조화를 이룬 듯 어우러져있다. 그 사이사이를 스쳐 지나치는 그림자와 같은 물체들이 단속적으로 보였다 사라지고는 했다. 가끔 바람이 쏴아 소리를 내면서 부드럽게 숲을 맴돌 듯 휘몰아가고 나서 잠잠해지면 야수의 눈동자와도 같이 번득이는 안광들이 검은 장막 속에서 잔물결처럼 출렁거렸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산 아래쪽에 난 큰 도로에는 속도를 내어 달리는 자동차들의 전조등이 밝고 큰 원을 그리며 나타났다 사라지고는 했다. 얼마 후 속닥거림이 낮고 길게 이어지고 난 뒤 검은 물체들이 출렁출렁 흔들거리면서 줄줄이 산 아래로 향하기 시작했다.

새벽 2시 경. 남양주시 마석시내에서 청평방향으로 1.5키로 미터 정도 떨어진 국도변 왼쪽에는 매우 큰 규모의 의류매장이 건물주위에 설치된 대 여섯 개의 옥외등 불빛을 받고 서있었다. 종종 지나치는 자동차의 전조등이 그 앞을 더욱 훤하게 밝혀주고는 했다. 바로 길 건너편에는 산으로 오르는 길 입구가 자리하고 있는데 컴컴한 구석에서 두 서너 사람의 모습이 슬며시 나타났다. 그들을 필두로 연속적으로 한두 명씩 출현하더니 급기야 떼거지로 몰려나와 도로주변에 이 삼중으로 죽 늘어섰다. 그 중 한 명이 신호를 보내자 대여섯 명씩 의류매장을 향하여 도로를 무단 횡단하기 시작했다. 이내 수십 명의 무리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삽시간에 도로를 점령했고 마치 적군을 향해 돌진하듯 뛰어갔다.

설마 야심한 밤에 이러한 사태가 벌어지리라고는 꿈도 꾸지 않은 상태로 무심히 휑한 길을 달리던 차량들이 미처 이들을 피하지 못하고 상당수의 사람들을 그대로 들이 받고 말았다. 이들은 붕 떴다가 차도의 시멘트 바닥에 그대로 나뒹굴었다. 이들을 친 차들은 급정지하면서 잠시 멈추어 섰다가 그대로 내빼고 말았다. 그런 사태에도 전혀 개의치 않은 듯, 아프리카초원에서 악어들의 공격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사생결단으로 강물을 건너는 짐승의 떼처럼 연이어 무리를 지어 도로를 건너갔다. 이들을 코앞에 두고 겨우 정차한 차량 운전자들은 어쩔 수 없이 멍하니 모두 건너갈 때까지 그들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뒤이어 도로 양편에서 달려오던 차들은 앞에 정차한 차들을 보고 서둘러 급정지할 수 있었다. 이들 무리들이 거의 건너갔을 무렵 꼼짝도 하지 않고 있던, 차에 치여 죽었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하나 둘씩 일어섰다. 주위를 둘러보다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절룩거리며 다른 사람들을 따라 길을 건너갔다. 차안에 있던 사람들은 그 모습에 아연실색했다.

더욱 가관스럽게도 길을 다 건넌 사람들은 서슴없이 옷을 홀딱 벗기 시작했다. 벗은 옷들을 공중에 마구 집어 던지고 매장 옆에 설치된 수도 앞에 몰려들었다. 인솔자로 보이는 사내가 수도를 틀어 마구잡이로 불을 뿌려대자 이들은 무사 횡단을 축하하듯 환호를 지르며 물벼락을 맞았다. 물에 흠뻑 적셔지면 마냥 껑충껑충 뛰거나 몸을 뒤흔들며 물을 털어냈다. 웬만큼 물기를 빼고 난 뒤에는 매장으로 달려갔다. 뒷사람들도 똑 같은 동작을 취하고 있을 때 매장으로 간 자들은 주변에 있던 의자 등으로 유리창을 박살내고 안으로 들어갔다. 경비회사의 비상벨이 울려댔으나 관심도 쓰지 않았다. 차안에서 이들의 광란적 행동을 치켜보던 사람들 일부는 전화로 신고하기도 했으나 대부분은 이들이 모두 건너고 난 뒤 정신병원에서 집단 탈출한 정신병자들의 미친 행동으로 여겨 겁을 먹고 자기들 갈 길로 가버렸다.

대충 샤워를 끝낸 이들이 모두 매장 안으로 들어가 불을 켜놓고 정신없이 겉옷은 물론 속옷과 신발 등을 고르고 있을 때 경광등을 번득이며 경비회사 차가 도착했다. 두 명의 경비직원이 내려 그 광경을 보고 질겁했지만 일단 건물 가까이에 접근해서 경고를 발했다. 옷 등을 고르는데 정신이 팔려 있는 이들이 들은 척도 하지 않자 자신들이 대처하기에는 무리라고 판단한 한 명이 다급하게 휴대폰으로 지원요청을 했다. 그제야 안에서 누군가 지시하는 소리가 나면서 떠들썩하던 건물 안이 돌연 잠잠해졌다. 그들의 얼굴이 모두 경비직원을 향하는 가 했더니 옷을 제대로 다 챙겨 입은 자들이 유령처럼 슬금슬금 나왔다. 가스총을 꺼내 이들에게 겨누다가 상대가 안 된다고 여긴 경비직원들은 다급하게 차로 후퇴했다. 그들이 차에 타기도 전에 어느 사이 잽싸게 두 사람을 포위했다. 신호가 떨어지자마자 모두 이들에 달려들어 사정없이 물어뜯기 시작했다. 가스총은 손쓸 새도 없이 뺏기고 말았다.

두 명의 경비직원들이 피투성이가 된 채 정신을 잃고 길바닥에 내동이 쳐지고 난 후 시내 방향에서 경찰차가 사이렌을 울리며 달려왔다. 중앙선을 넘어 의류매장 앞쪽에 급정차한 경찰차에서 경찰관 세 명이 내렸다. 이들에게 공포탄을 쏘며 모두들 물러서라고 명령했지만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도리어 어슬렁어슬렁 경찰차에 접근했다. 매장 안에 남아있던 사람들까지 합세하면서 갈수록 인원은 불어 오륙십 명도 더 되었다. 순식간에 불어난 인원들로 겁을 먹은 경찰관들은 다시 공포탄을 쏘아댔지만 소용없었다. 서둘러 실탄을 장전하고 그들 앞 땅바닥에 위협사격을 했건만 그들은 전혀 두려워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멈추지도 않았다.

위협을 느낀 경찰관들은 이들을 직접 조준하여 발사했다. 여러 명이 고꾸라졌다. 이젠 겁을 먹고 멈춰서겠지 했지만 오산이었다. 그 뒤에 있던 녀석들이 쓰러진 자를 짓밟고 전진해왔다. 장전된 총알이 다 소진되도록 발사해도 그 많은 인원을 당해낼 수 없자 경찰관들은 후퇴하여 다급히 차에 올라타고 문을 잠갔다. 그 사이 십여 명이 차 사방에 달라붙었다. 시동이 걸리자 급히 출발하여 범퍼에 붙은 자들을 뭉기고 넘어가려했지만 좌우에 붙은 녀석들까지 깔리는 바람에 그만 전복이 되고 말았다. 주변에 있던 자들이 개미떼처럼 몰려들었다. 이들은 엎어진 차 위에 올라가 한참동안을 쾅쾅대며 짓이기다가 부상당한 경찰관들을 끌어낸 후 마찬가지로 마구 물어뜯으며 만신창이로 만들어 실신시키고 말았다. 그러고 있는 동안 총에 맞아 쓰러졌던 사내들이 강시마냥 일어서고 있었다.

긴급 지원요청을 받고 경찰차들이 달려왔을 때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고 매장이 시뻘건 불길에 휩싸여있을 뿐이었다. 심하게 부상당한 경비직원과 경찰관들을 급히 119 구급차로 병원에 후송시키고 나서 현장에 도착해 있는 10여 명의 경찰인원 만으로 주변을 수색해보았다. 이들은 미리감치 그 주변을 벗어난 것으로 보였다.

그 시각 마석시내의 한 주유소 앞쪽에 정차한 트럭에서 대 여섯 명의 남자가 내렸다. 모자를 쓴 직원이 이들에게 다가와 주유하려면 주유기 옆에 차를 세우라고 하자 다짜고짜 권총을 꺼내들어 직원을 위협하여 안으로 들어갔다. 이들은 나머지 직원들까지 모두 사무실로 끌고 와 휴대폰을 압수한 다음 화장실에 가두었다. 주유소를 점령한 이들 중 일부는 금고에서 현찰을 꺼내 비닐봉지에 담았고 나머지는 고객들에게 배포하려고 준비해둔 생수병을 꺼내 물을 쏟아내고 주유기 옆으로 가져갔다. 차례로 휘발유를 담은 다음 사무실 커튼 등을 찢어 입구를 봉했다. 준비가 끝난 이들은 다시 차에 타고 마석시내로 들어왔다. 도로변에 주차되어 있는 차량을 그대로 들이받고 세운 다음 차에서 내려 사방으로 흩어졌다. 얼마 후 파출소 건물에서 화염이 치솟았다. 이를 필두로 그 날 새벽 남양주시 곳곳의 주유소가 유류 및 현금을 강탈당했고 파출소와 주민 센터 등이 화염병 공격을 받았다. 주변에 아무렇게나 방치되어 있던 차들 안에는 차량 주인이 묶인 채 발견되었다. 의류매장에서 난동을 부렸던 자들이 중간에 차량을 탈취한 뒤 타고 왔던 것으로 추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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