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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스토리

글쎄? 단미가 내 심술보를 터트린 모양이지? (DH바이러스(제2회))

by 허슬똑띠 2022. 10.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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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실종사건 수사(1)

 

2

4개월 전 새벽 4시. 서울 교골 마을 깊숙한 곳에 자리 잡고 있는 아담한 단층집에서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거대한 불꽃이 치솟아 오르더니 건물 전체가 화염에 휩싸였다. 워낙 폭발음이 컸기 때문에 인근에 사는 사람들은 물론 꽤 떨어진 주택가에서도 놀란 사람들이 집밖으로 뛰쳐나와 불길을 바라보았다. 일부 사람들은 그 쪽으로 달려가기도 했다. 소방차량 십여 대가 요란한 사이렌소리와 함께 달려와 진화작업에 나설 즈음에는 맹렬히 타올랐던 불길이 건물 대부분을 살라먹어 잿더미만 남다시피 한 상태였다. 잔 불씨에 대한 소화 작업을 끝낸 뒤 소방관들이 잔해를 뒤적이며 사람의 흔적을 찾아보았으나 발견되지 않았다.

아침햇살이 따갑게 내리쬐고 있는 서울 동남경찰서. 호리호리한 키에 넓은 어깨와 윤곽이 뚜렷한 외모를 가지고 있는 35세인 마고도 경위가 건물에서 나와 주차장으로 향했다. 바르고 꼿꼿한 몸가짐을 하고 있는 모양새는 오랜 동안 무예를 섭렵해왔거나 또는 기공을 단련한 덕으로 보였다. 지나온 세월의 흔적을 어지간히 티내고 있는 검은색 소나타 승용차로 다가간 그는 차 유리에 하얗게 반사된 햇빛을 한 손으로 가리며 차문을 열었다. 운전석에 털썩 주저앉아 문을 세차게 닫자 차가 흔들거렸다. 차는 시동이 걸려있고 냉방기에서 시원한 바람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아니 애마를 고렇게 마구 대하면 어떻게 합니까? 그렇지 않아도 손질을 제대로 해주지 않아 비루먹을 대로 먹었는데.” 불룩 튀어나온 배를 안듯이 하고 이미 조수석에 비딱하게 앉아있던 풍성한 살집의 오장석경사가 불쑥 해댔다. 마고도보다 3살 아래인 그의 얼굴은 어린아이 마냥 오동통하게 살이 오른 데다 번지르르하게 빛났다. “벌써부터 에어컨을 틀어대면 어쩌누.” 마고도는 차의 상태를 걱정스러워하며 말했다. “아침부터 쪄대는 걸 어찌합니까.” 이 말과 함께 오장석은 있는 대로 하품을 해대다가 벌어진 입을 손바닥으로 툭툭 쳐댔다.

“흑짱돌! 가만히 보니 올 여름도 무사히 나기 쉽지 않겠어. 참! 어제는 지원나갔다가 밤 새다시피 했다면서?” 마고도가 냉방기 세기를 조절하며 말했다.

“그랬다고 팀장 나리께서 이 검은 짱돌을 봐줄 것도 아니잖습니까.”

“요령껏 알아서 하면 되지 뭐, 그렇다고 내가 이러쿵저러쿵 하겠냐?”

“다 팀장 나리 복인 줄 아시라고요. 제가 어찌 별 볼일 없는 사건이라고 혼자 가시도록 하겠습니까?”

“야! 눈물이 다 난다.”

“계절의 여왕님이 내뿜는 저 찬란한 빛에 눈물이 난다니요. 어떤 시를 보니 이런 구절이 있더라고요. ‘달이 떴다고 전화를 다 주시다니요.’ 흐흐흐… 햇빛이 찬란히 비춘다고 눈물이 다 나다니요. 은근히 시정이 듬뿍 솟아나시는 모양이네요.”

“짱돌은 어지간히 속도 좋다. 지금 우리가 시정이 솟구칠 상황이냐, 상황이.”

“그렇다고 어느 놈 좋으라고 안달복달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나마 별 볼 일없는 행방불명 건이라도 건졌으니 다행이라 생각해야지요 뭐.”

“야 오늘따라 웬일이냐? 짱돌답지 않게. 이거 새롭게 봐야겠는데.”

“행방불명도 그 나름이라고요. 화재 건과 연결되어 있으니… 뭔가 심상치 않은 게 있을 거라 이거죠.”

“그래 나도 그건 들었어.”

“한데 말입니다, 저 화창한 햇빛에 눈이 부시다는 건 눈이 안 좋아져서 그런 거 아닙니까?”

“그런가 보다. 제길 이젠 눈까지 병신이 다 되어가나?” 신세타령조 말이 끝남과 동시에 차가 슬슬 움직이기 시작했다. 많은 차들이 오가는 길거리를 여유롭게 달리다가 자리곡동 교골마을 표지석이 안내하고 있는 길로 들어섰다. 마을로 들어와 안내판을 쫓아 찾아가다 길 귀퉁이에 붙어 있는 팻말을 보더니 마고도가 중얼거렸다. ‘단미가 여기서 가게를 냈나?’ 오장석이 이 말을 놓칠 리 없었다.

“단미가 어쨌다고요? 아 그거 저 위쪽에 있는 한정식 음식집이라고요. 왜요? 오늘 일 끝내고 거기서 밥 사시게요?”

“난 그 집 이름만 들어도 입에 써서 못 먹겠다. 돈 줄 테니 먹고 싶으면 혼자 가서 잡수셔.”

“웬 심술 같지도 않은 말을 다 하시우?”

“글쎄? 단미가 내 심술보를 터트린 모양이지?”

엉뚱한 주제가지고 티격태격하면서 퓨전 스타일의 어지간히 값나갈 듯 보이는 단독주택들을 지나쳐 가다가 차고가 있는 2층 집 앞에 섰다. 차고 바로 옆에 있는 대문 위쪽에는 좌우 방향으로 길쭉하게 설치된 감시카메라가 보였다. 대문 초인종을 누르며 마고도가 물었다. “집에는 도우미 아주머니뿐이 없다고 그랬었나?”

“네, 아주머니가 집안 살림을 대신 해주고 있다고 했습니다.”

“살림을 대신하고 있다? 그럼 유박사는 혼자 살고 있는 건가?”

“그렇습니다. 가족 모두 미국에 보냈다니 시쳇말로 기러기 아빠인 셈이지요.”

인터폰에서 누구냐고 묻는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오장석이 신분증을 카메라 앞에 들이댔다. 이내 사람이 출입하는 쪽문이 열렸다. 안으로 들어가자 현관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아주머니가 보였다. 현관까지의 양 옆은 잔디와 키가 작은 나무들이 어우러진 정원이 조성되어 있는데 유다른 것은 없어 보였다. 거실에 들어서자 아주머니가 찻상을 들고 왔다. 그녀와 마주 앉아 차를 마시며 오장석이 이 집에서 기거하느냐고 물었다. 그녀는 고개를 젓고 가지런히 모은 손을 내려 보며 설명했다. 매일 아침 6시에 이집에 도착하는데 유리배의 아침식사를 차려주고 그가 출근하면 집안청소와 빨래 등 집안일을 끝낸 다음 11시 경 쯤 퇴근한다고 했다.

오늘도 평소처럼 아침식사 준비를 한 다음 집안정리를 시작했다. 유박사는 당연히 출근준비를 하고 있으리라 여겼는데 여느 날과 같지 않았다. 통상 그녀가 출근하여 30분 정도 지나면 깨어나 아침인사를 하고는 했는데 오늘은 기척이 없었다. 식사를 차려놓고 기다렸으나 출근할 시간이 다되어도 나타나지 않았다. 행여나 아파서 그런 것은 아닌가 하고 침실 문을 두어 번 노크했으나 응답이 없었다. 덜컥 겁이 났으나 용기를 내어 슬그머니 문을 열고 들여다보았다. 침대는 어제 정리 정돈된 상태 그대로였다. 어제 밤 집에 오지 않았던 것으로 보여 마음이 놓였다.

안심하고 거실로 나오자마자 현관과 연결된 비디오폰이 울렸다. 소방서에서 왔다고 했다. 전혀 볼 일이 없을 텐데 하면서 문을 열어주었다. 그들은 오늘 새벽 여기에서 그다지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서 건물이 폭발로 불탔는데 유리배의 소유로 밝혀져서 온 것이라고 했다. 다행히 화재로 사고를 당한 사람은 없는 것 같다면서 유리배씨가 집에 있는가 물었다. 이 근처에 또 하나의 집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은 금시초문이었다. 그녀는 유박사가 어제 밤에 집에도 들어오지 않았다고 말해주었다.

그녀는 소방관들 말대로 유박사 휴대폰으로 연락해보았으나 휴대폰이 꺼져있다는 응답만 돌아왔다. 다시 근무하던 곳으로 확인해보라고 해서 제세병원으로 전화했으나 아직 출근하기 전이라고 했다. 어제는 퇴근했었는지 물었더니 그렇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갸우뚱하던 소방관들은 화재가 난 집에는 승용차가 없었는데 이집 차고에 뒀는지 알아보아야겠다면서 그곳으로 가서 확인해보았다. 그곳에도 없었다. 소방관들은 난감해하다가 집주인과 연락이 되면 통보하라고 하고 나서 돌아갔다. 불안한 마음을 진정시키며 집을 지키고 있는데 집전화가 울렸다. 유박사 집인 것을 확인하더니 제세병원인데 유박사가 출근하지 않아 전화를 드리는 것이라고 했다. 유박사 연구실의 간호사였다. 이로서 유박사의 신상에 변고가 생겼음이 확실해졌다. 상황설명을 해주자 경찰에 신고하라면서 자기도 병원에 이런 상황을 보고하겠다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래서 행방불명 신고를 하게 되었다고 했다.

집안을 수색할 동안 기다려 달라고 한 뒤 집안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우선적으로 눈에 띠는 것은 묘하게도 거실과 식당은 물론 침실 세 곳에 비슷한 화풍의 그림이 걸려있는 점이었다. 마고도는 거실의 그림 앞에 섰다. 수평선위로 피어오른 뭉게구름이 파랗게 물들어 있었고 일렁이는 파도에 보일 듯 말듯 한 작은 바위섬인 여가 표현되어있었다. 그가 괜스레 헛기침을 하자 오장석도 그 그림을 바라보았다.

“이걸 보니 옛 애인과 바닷가를 거닐던 생각이 나나보네요. 그나마 팀장님은 다행입니다. 나 한 테는 달라붙기는커녕 사정사정해도 도망가는 년들뿐이었으니까요.”

“그게 오히려 속 편해. 것보다도 이 그림에서는 달리 묘한 게 풍겨져서 그래. 또 하나 재미있는 게, 이거 모두 동일한 화가의 작품이야. 이 화가가 얼마나 유명한지는 모르겠지만 한 사람의 작품을 몇 점씩이나 가지고 있다는 건 좀 그런 거 같지 않아? 이 사람 신상에 대해 알아나 보자고.” 오장석이 그림 세 점을 휴대폰 카메라에 담으면서 물었다.

“이 그림들 가격은 어느 정도나 될까요? 언젠가 그림 경매하는 걸 보았더니 좀 오래된 것들은 입이 쩍 벌어질 만큼 말도 못하게 가격이 세던데.”

“그런 세상은 우리와 전혀 상관이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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