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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스토리

아니 여기 계신 분들 모두 저를 사모하면 어쩌나? (별의 눈물(제21회))

by 허슬똑띠 2022. 1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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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별 공주와의 사랑 이야기

#56. 사무실 내부 / 오전

 

두둑한 가방을 들고 제리와 해조가 사무실 출입문에 나타난다. 어둑한 내부를 보고 갸우뚱 하는 제리. '무슨 일 있나?' 궁금해 하며 들어서는데 갑자기 밝아진다. 동시에 여기저기서 터지는 폭죽. 앞쪽에는 직원들이 장사진을 치고 있다. 입구에 설치되어 있는 꽃으로 장식한 아치. 휘둥그래진 표정으로 그 곳을 통과하자 그들이 일제히 생일축하곡 리듬에 맞춰 '결혼 축하합니다!!'를 연발한다.

 

제리와 해조가 함께 그들에게 허리를 절반 굽혀 인사한다. 그러자 직원들이 합창하듯 '섭섭합니다! 두 분만 그렇게 감쪽같이 결혼하시다니!'라고 외쳐댄다. '여러분 고맙습니다. 그리고 죄송합니다. 대신 여기 간단한 선물을 준비했구요. 그렇지 않아도 다음 주 주말에 우리 집에서 피로연을 하려고 합니다'라고 선포하는 제리. '와! 우리 사장님 최고!'라며 탄성 지르는 직원들.

 

(시간 경과)

제리의 방 원탁에 들러 앉아 팀장들, 책임자들과 담소하고 있는 제리. 해조가 차를 가져와 탁자 위에 놓는다. 모두들 고개 숙여 감사를 표한다. 해조가 나가자 손짓을 해가며 계속 얘기하는 용팀장. 말을 끝내자 제리가 말을 받는다.

 

제리 그 동안 수고들 많으셨습니다. 앞으로 성실장은 이틀에 한 번 나오기로 했습니다.

 

그러자 모두들 일어선다. 정팀장이 주춤하며 모두 나갈 때까지 기다린다.

 

정팀장 (뒤통수 긁적이며) 사장님, 제가 실수했던 거 사과드립니다.

제리 하하하.. 사과할 일이 뭐 있어.. 도리어 내가 정팀장한테 미안한 걸..

정팀장 (계면쩍게 웃으며) 아니.. 아닙니다. 사장님, 다시 축하 드립니다.

제리 고맙고.. 난 정팀장이 더 멋진 사람 만날 거라 기대 돼!

정팀장 감사합니다.

제리 모든 거 다 잊고 앞으로도 계속 나를 도와줘야 돼!

정팀장 알았습니다.

 

정팀장이 미소를 머금고 나간다.

 

#57. 집 내부, 외부, 정원 / 종일

 

(오전)

식탁과 거실에서 도우미들이 음식재료를 다듬고 있다. 일부는 주방에서 식기와 수저 등을 정리하거나 조리 준비를 하고 있다.

 

(해조의 요리 장면)

주방 안을 분주히 움직이는 해조의 모습이 패스트모션으로 펼쳐진다. 수시로 만들어지는 갖가지 음식들. 이어서 그것을 수북하게 담은 각종 식기들이 식탁, 주방과 거실 내에 펼쳐놓은 탁자들 위에 숨 돌릴 사이 없이 쌓여간다. 콧소리로 노래를 웅얼대며 쉴 새 없이 움직이는 해조. 흥겹기만 한 표정. 화면 정상으로 돌아가면.. 함께 일하는 도우미들이 넋을 잃고 바라본다. 제리도 집안을 정리하다가 가끔 나와 보고 '와~ 펄펄 나는 새와도 같네!'라며 감탄사를 연발한다. 간간히 음식을 집어 들고 맛을 본다.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최고! 최고!'를 연발한다. 도우미들도 '정말 대단하시네요. 저래 정신없이 요리를 해대도 맛은 정말 기가 막히네요.' 하며 맞장구를 친다.

 

(오후)

설비 렌트회사의 트럭이 도착한다. 청년들이 정원의 베란다 앞쪽에 대형 천막을 설치하고, 이어서 장탁자와 의자를 배열한다. 잠시 후 그 주변에 설치되는 여러 대의 조명등과 커다란 텐트들.

 

(저녁)

베란다와 정원을 연결하는 두 대의 컨베이어 벨트에서 음식을 담은 식기와 냄비, 간이 조리시설들이 운반되어 오면 도우미들이 식탁에 진열한다. 그 때 몇 대의 승용차와 중형 버스 한대가 도착하고, 직원들이 선물꾸러미를 한 보따리 들고 몰려 내린다. 준비해놓은 광경을 보며 '와'하고 탄성을 지른다. 제리와 해조가 이들을 맞이한다. 일부는 선물 꾸러미를 가지고 집안으로 들어가고 나머지는 파티장소로 달려들어 거든다. 부산한 가운데 신속하게 차림이 마무리된다.

 

(밤)

땅거미가 내리자 건물 외벽의 등이 켜진다. 식탁 주변의 서치라이트들도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파티장소가 대낮처럼 밝아진다. 탄성을 지르며 모두들 자리에 앉는다. 미리 음식 맛을 보던 몇몇 직원들의 얼굴에서 저절로 그려지는 놀랍다는 표정. 서로들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해조와 제리가 이들 앞에 나타난다.

 

해조 오시느라 수고 많았습니다. 가지고 오신 선물 정말 멋지네요. 고맙게 받을 게요. 그리고 내일은 주말이니 아무 걱정하지 마시고 마음껏 드세요. 취해서 집에 못 가시면 여기서 자고 가도 됩니다.

직원들 이 많은 사람들이 다 잘 수 있나요?

해조 걱정 없어요. 남자 분들은 저 텐트에서 자면 되요. 침낭이 준비되어 있으니 춥지는 않을 거예요. 혹시 몰라 게임기구도 준비해 놓았으니 알아서들 하셔요~ 그리고 우리 여성들은 건넌방을 치워 놓았으니 거기서 주무시면 됩니다.

직원들 (와 함성을 지르며) 감사합니다. 실장님, 아니 사모님!

해조 아니 여기 계신 분들 모두 저를 사모하면 어쩌나?

 

와하하 터지는 폭소.

 

해조 어색하니 계속 실장이라 불러주세요.

 

식사가 시작되자 너무 맛있다고 난리를 죽이며 신나게 먹어댄다. 음식은 물론 아이스박스에 담아 놓은 각종 주류가 금방 동이 난다. 정팀장도 즐거운 표정으로 분위기를 타고 있다. 직원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제리와 해조에게 건배를 요청하는 바람에 정신없는 두 사람. 컨베이어 벨트로 빈 그릇들이 수시로 들어가면 새로운 음식과 다른 음료박스가 운반되어 온다. 떠들썩거리는 분위기가 한창 무르익어 갈 무렵, 화면 롱숏으로 빠지면.. 파티장이 마치 정원 속에 붕 떠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계속 멀어져 페이드아웃.

 

#58. 연구소 회의실 내부 / 오후

 

페이드인 되면.. 제리를 비롯한 연구소장, 팀장들 및 연구원들이 자리에 앉아 회의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이 나타난다. 각자 앞에는 자료가 놓여있다. 그 중 하나가 확대되면.. '심리치료 프로그램 개발 프로젝트'라는 문구가 보인다. 맨 앞쪽에 앉아서 노트북을 작동하고 있는 직원에게 손짓하는 박소장. 프로젝터에서 빛이 흘러나오면서 앞에 설치된 스크린이 밝아진다. 공감박스(Empathy Box)라는 글자가 커다랗게 나타난다.

 

소장 금번 프로젝트에 있어서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것이 바로 이 공감박스라는 개념입니다. 이것은 자신이 인지할 수 있는 범위를 뛰어넘는 체험을 가능하게 해주는 장치입니다. 외관적인 현실뿐만 아니라 인간의 내면세계까지도 '시뮬라크르'로 가득 찬 가상 현실로 탈바꿈시켜준다고 합니다.

 

이어서 'SIMULACRE' 라고 영문 흘림체로 알파벳이 하나씩 그려진다. 그 아래로 플라톤의 모습이 나타난다.

 

소장 '시뮬라크르' 란 당초 플라톤이 내세운 개념입니다. 그는 이를 현실의 복제물이라 정의했습니다. 이 개념을 보다 구체화 시킨 사람은 장 보드리야르인데.. 그는 '시뮬라크르'를 '존재하지는 않지만 존재하는 것처럼, 더 나아가 현실세계에서 존재하는 것보다 더 생생하게 인식되기도 하는 것'으로 규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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