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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스토리

사람은 풀 수 있어도 컴퓨터는 절대 풀 수 없는 사례라네요. (별의 눈물(제23회))

by 허슬똑띠 2022. 1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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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별 공주와의 사랑 이야기

 

#62. 음식점 내부 / 저녁(계속)

 

친구4 그런데 애는 아직 소식 없냐?

제리 응~~ 아직. (공연히 뒤통수를 긁으며) 아마 내가 좀 시원찮나 봐.

해조 (곧바로 나서서) 그게 아니고요, 콩 심는데다 팥 심고, 팥 심는데다 콩 심고.. 아! 아니다. 죄송합니다, 여러분! 말이 헛 나왔네요.

모두 와하하..

친구4 (계속 웃으며) 아니 괜찮아요. 부러 그런 줄 뻔히 알아요!

해조 (천연덕스럽게) 그럼 진실을 말씀 드리겠습니다. 마~ 악 개간을 끝낸 돌밭에다 아무리 좋은 씨앗을 뿌려봤자 싹이 제대로 나올 수 있을까요?

 

무슨 소리인가 하다 모두 박장대소.

 

친구4 하하하.. 돌밭이라니요? 전혀 아닌 것 같은데요? 그건 그렇고 개간이란 건 뭔 소립니까?

해조 (정색) 실은.. 제가 천연기념물이었던 지라.. 그럴 시간이 필요했다는 거지요.

제리 맞아! (웃다가) 해조님이 그러긴 했지!

 

잠시 후 의미를 알았다는 듯 모두 다시 폭소를 터트린다. 잠잠해지자 해조가 슬쩍 화제를 돌린다.

 

해조 아이 얘기가 나와서 그런데.. 세 아이를 두고 계신 분이 있는 것 같네요. 그것도 공주님으로만.. 행복하시겠어요.

친구들 제리가 말해주던 가요?

제리 아니야! 사실 나도 잘 모르고 있거든.

친구5 그럼 누군지 맞춰볼래요?

 

해조가 빙그레 웃으며 마주 앉아 있는 부인을 가리킨다.

 

부인1 (깜짝 놀라며) 어마! 어떻게 아셨을까?

해조 아주 행복해 보이셔서 그런 감이 온 것뿐이어요. 그리고 아이들 나이도 제가 알고 있는 사례와 아주 똑 같은 것 같네요.

부인1 그래요? 그럼 재미 삼아 아이들 나이까지 알아 맞춰볼래요?

 

모두의 시선이 빙긋 웃는 해조에게 집중된다. 호기심에 찬 눈빛들.

 

해조 몇 가지 물어볼 게요. 혹시 세 아이 나이를 곱하면 36 아닌가요?

부인1 가만있자.. (놀란 표정) 네~~ 그러네요.

해조 그럼 나이 합은 13인가요?

부인1 음.. 네 그것도 맞아요! 대단하시네요! 정말 다 알고 있는 것 같네요.

해조 호호.. 사실 알고 보면 간단해요. 그러면 마지막으로, 셋 중에서 특이한 아이가 있지 않나요?

부인1 (다시 놀라서) 네~ 그래요! 맏딸 아이가 왼손잡이예요.

해조 정말~ 똑 같네요! 큰 아이를 일찍 낳으셨죠? 맏딸은 9살, 그리고 2살 된 쌍둥이 따님!

친구1 (감탄) 네~ 맞아요! 아니, 어떻게 아신 거예요?

해조 어떤 책에서 읽었던 건데.. 애들 나이 알아맞추는 얘기였어요. 사람은 풀 수 있어도 컴퓨터는 절대 풀 수 없는 사례라든가..

친구들 좀 자세히 설명해볼래요?

해조 나이를 곱해서 36이 나오는 경우는 모두 8가지거든요. 이 중에서 합이 13이 되는 거는 두 가지고요. 6X6X1 합치면 13, 그리고 9X2X2 이것도 13이지요. 둘 다 모두 쌍둥이가 있다는 걸 나타내지만.. 맏이가 쌍둥이인지 아닌 지는 이것만 가지고는 백 프로 알아낼 수 없죠. 그런데 '맏딸이 왼손잡이'다 했으니.. 이게 바로 마지막 열쇠인 셈이지요. 바로 맏딸은 하나이구나 하는 것을 암시하고 있거든요.

모두 아하, 그렇구나. 재미있네.

친구1 정말 컴퓨터가 이런 간단한 문제를 못 푼다고요?

해조 사람은 '맏딸이 왼손잡이'라는 말을 가지고 아~ 맏이는 쌍둥이가 아니고 하나구나 라고 추론할 수 있지만 컴퓨터는 이런 추론이 불가능 해서 그렇다 네요.

 

모두들 끄덕인다.

 

(시간 경과)

모두 자리에 일어서서 밖으로 나간다. 정윤식이라는 친구가 출입구 부근에서 누군가를 만나 악수한다. 잠시 서서 얘기를 나누다가 제리 부부가 함께 나가는 것을 보던 그 사람의 표정이 굳는다. 그의 시선은 연신 해조를 쫓고 있다. 그러다가 정윤식을 끌고 한 쪽 구석으로 가는 남자. 소곤거리는데 점차 정윤식의 표정도 어색하게 변한다.

 

#63. 집 정원 / 오전

 

함박눈이 내리고 있다. 하얀 눈 바다로 변해버린 정원. 현관문이 열리며 두툼한 옷을 입고 털모자를 쓴 제리와 해조가 나온다. 눈을 맞으며 정원으로 들어서는 두 사람. 해조가 신기한 듯 장갑 낀 손으로 소담스럽게 내리는 눈을 받아본다. 순간 스크린이 파스텔톤으로 바뀌면서 환상과도 같은 장면들이 이어진다. 눈보라가 부드럽게 휘몰아치며 그녀 주위를 감싼다. 그 바람에 그녀의 모습이 가려 보이지 않는다. 황당해 하는 제리. 그런데 그녀를 감싸고 있는 눈보라가 이리저리 이동한다. 놀라서 쫓아가보지만 마치 제리를 요리조리 피하는 듯 보인다. 갑자기 들리는 소리.

 

해조 (보이스 오버) 제리님! 제리님도 여기에 들어와 보세요!

제리 (멍해서) 그렇게 눈보라를 몰고 피해 가는데 어떻게 들어가? 괜찮은 거야?

해조 (보이스 오버) 깔깔깔.. 그럼요! 제가 셋까지 세면 그대로 뛰어들어오세요!

 

제리가 눈보라를 계속 쫓아가며 기회를 잡는다.

 

해조 (보이스 오버) 하나, 두~울, 셋!

 

셋 소리와 함께 잠시 눈보라의 움직임이 둔해지자 그대로 뛰어 드는 제리. 제리가 사라지고 나서 장면 전환되면.. 아무 것도 없는, 단지 옅은 안개 같은 것이 아지랑이가 피어나듯 하는 곳이 나타나고 미소를 짓고 있는 해조가 보인다. 화면이 아지랑이에 맞춰 흔들거린다. 순간 허공에서 불쑥 나타나는 제리. 해조를 보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다가 사방을 살펴보며 어리둥절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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