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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스토리

아마도 텔레파시가 통해서 이기 때문 일지 모르지. (DH바이러스(제24회 - 마지막회))

by 허슬똑띠 2022. 1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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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루어 지지 못한 채 끝난 두 사람과의 사랑

 

13(계속)

 

마고도가 총을 겨누며 두 팔을 올리라고 하자 올리는 척 하다가 단미를 묶은 줄을 확 잡아당겨 그녀를 뒤에서 안아 방패로 삼았다. 마고도는 스스로도 한심했다. 그에게 총을 겨누고 있었기 때문에 잠시 방심했던 것이 탈이었다. 그 틈에 사이영이 번개처럼 총을 꺼내들어 당황하고 있는 마고도에게 마구 총을 쏘아대기 시작했다. 이 때 단미가 뒤통수로 사이영의 얼굴을 박고 머리를 숙였다. 그 바람에 사이영이 주춤하던 사이 마고도가 쓰러지면서 그에게 일격을 가했다. 급소에 정통으로 맞았으나 사이영은 쓰러지면서도 마고도에게 달려가는 박단미를 뒤에서 쏜 뒤 바닥에 널부러졌다.

 

그녀는 옆으로 굴러 쓰러졌다. 마고도가 안간힘을 다해 그녀에게로 기어갔다. 손으로 그녀의 머리를 받쳐주자 가쁜 숨을 몰아쉬며 불사약 주사를 맞았기 때문에 환생할 것이라면서 깨어나자마자 자기 연구실 책상 서랍에 있는 연구일지를 보라는 말을 간신히 남기고 숨을 거두었다. 마고도는 “안 돼…”라고 힘없이 중얼거리며 눈물로 범벅이 된 얼굴을 그녀의 얼굴에 댔다. 이내 움직임이 멈추었다.

 

하수구에서 급하게 특공대원들이 올라왔고 오장석을 필두로 나머지 특공대원들도 몰려왔다. 하수구 바로 옆에 사이영의 시신이 있었고 그 앞쪽으로 박단미과 마고도가 함께 쓰러져 있었다. 오장석이 확인해보니 두 사람 모두 사망한 상태였다. 오장석은 마고도의 시신을 붙잡고 엉엉 소리 내어 울었다. 모든 시신은 시체안치실로 옮겨졌는데 마고도의 주머니에서는 주사기가 발견되었다. 오장석은 순간적으로 이것이 불사약을 주입하는 용도였음을 깨닫고 바닥을 치며 대성통곡했다.

 

14

 

오장석과 관계자들이 초조하게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드디어 마고도가 깨어났다. 모두들 모세의 기적을 보는 듯 놀라워하며 환호를 질렀다. 일어서더니 고맙다며 싱끗 웃고는 병상에서 내려온 마고도는 아직 중요한 일이 남아있다면서 샤워 후에 이야기 하겠다고 했다. 몸단장을 한 후 마고도는 오장석과 수사본부 요원들을 대동하고 연구소로 갔다. 박단미의 사물은 아직 그녀 연구실에 그대로 있었다. 연구소의 승인을 받아 그녀의 연구일지를 찾아내어 내용을 검색해 보았다. 그녀가 납치되기 하루 전 일지에 치료약을 개발하기 전까지 급속한 노화의 진행을 방지하고 바이러스로 인한 고통을 해소시켜주는 방법이 적혀있었다. 실험을 통해 간접적으로 증명되었으나 100% 입증되지 않은 상태라고 했다.

 

적혀있는 내용을 보면, 첫째 방법은 낮에 피마자유를 온 몸에 바르고 지속적으로 햇볕을 쬐는 것이다. 빛에 약한 DH바이러스의 취약점을 이용해 활성화를 막기 위함이다. 둘째 야간이나 해가 나지 않는 날에는 특수 정제된 피마자유를 복용한다. 피마자기름을 바르고 백열전구를 여러 개 켜놓고 그 빛을 쪼이는 것도 방법이다. 특수 정제된 피마자유를 복용하면 신속히 체내에 흡수되며, 한 동안 고통을 방지하고 노화의 진행을 억제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피마자유를 특수 정제하는 기술도 설명되어 있었는데 나중에 이렇게 정제된 파마자유를 단미오일이라 명명하였다. 연구소에서는 곧바로 치료보호소에 이와 같은 좀비환자들의 응급처치방법을 통지하고 단미가 기술한 대로 정제 피마자유를 만드는 별도의 연구실을 운영하기로 했다..

 

연구소를 나오면서 오장석이 어떻게 해서 단미에게 추적기를 소지하도록 할 생각을 했느냐고 물었다. 마고도는 자기도 그게 대단한 역할을 할 줄 몰랐다며 운으로 치부했다. 사이영의 마지막 말이 개운치 않은 여운을 남기는 바람에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다가 결국에는 단미에게 발신기가 달린 목걸이를 주며 사용법을 알려주었다. 그녀는 마지못해 그것을 받기는 했는데 아예 완전히 자신의 행동거지를 감시하려고 별수를 다 쓴다며 콧방귀를 뀌더란다. 몸에 지니게 된 것은 자신이 역 불사바이러스기술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상황임을 인식하고 난 뒤 일 것이다. 이 발신기를 통해 마고도가 추적했으나 실패했었던 것은 하필이면 막판에 배터리가 소모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단미는 마고도가 그녀를 찾아오지 못하자 매우 오해했었을 것이나 나중에 배터리가 다 소모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조금이라도 충전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발신기를 꺼놓았을 것이다. 그 뒤 마고도가 주변에 나타났을 때 우연히 켜는 바람에 마고도가 그 집을 적시할 때까지 근근이 작동했던 것으로 보인다. 우연이겠지만 그 때 단미가 발신기를 작동할 생각을 했었던 것은 그녀와의 텔레파시가 통해서 이기 때문일 지도 모른다며 마고도는 웃었다.

 

몇 달 후 오장석은 오랜만에 용문산을 찾았다. 숨을 헉헉대며 암자에 거의 다다르자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마고도가 밝은 햇볕 속에 서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팬티만 입은 차림에 온몸에 바른 기름이 반들거리고 있었다. 오장석이 그와 악수를 하고 있는데 암자에서 긴 백발의 노인이 환하게 미소 지으며 나타났다. 오장석은 그 자리에 넙죽 엎드려 절을 했다. 그 사이 안으로 들어간 마고도가 햇볕이 잘 드는 장소에 설치해놓은 평상으로 찻상을 들고 나왔다. 자리에 앉아 차를 마시며 오장석은 마고도의 몸을 만져보았다. 마고도는 단미의 후광을 톡톡히 본다면서 그녀의 치료법이 대단히 효험이 있는데다가 스승님의 기를 매일 받으니 평시와 전혀 다름없다며 웃었다. 오장석이 들고 온 가방에서 훈장과 함께 서신을 꺼냈다. 서신에는 언제든지 복귀를 해도 좋다는 확인서였다. 고마운 마음을 전해달라고 하고 나서 사이영을 추적하던 때의 무용담으로 한참 이야기꽃을 피웠다.

 

오장석이 떠날 즈음 마고도가 종이에 길게 둘둘 말아 싼 그림과 작은 봉투를 건네주며 부탁했다. 봉투 안에는 진초희로부터 받은 보관함의 키가 들어있었다. 거기에 있는 그림을 전시할 갤러리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갤러리의 이름은 ‘여(YEO) 단미초희’라고 했으면 한다고 했다. 돌아와서 오장석이 그림을 펴보니 두 장이었는데 달빛이 비추는 호수에서 목욕하는 선녀 모습의 단미 그림과 붉은 노을이 지고 있는 수평선 앞 파도 속에 살며시 ‘여(물속에 잠겨 보이지 않는 바위)’가 보이는 그림이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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